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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게 뭐야?

 

쭉쭉 뻗어 올라간 몸체와 가지만 봐서는 영락없이 모과나무나 벽오동나무 같은데 이파리가 소나무처럼 삐죽삐죽하고 솔방울마저 달렸습니다. 어떤 사람은 모과나무에 소나무를 접붙인 것 같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벽오동 나무에 소나무를 접붙인 것이 아닐까 하며 나름대로의 생각을 보탭니다.

 

답이 나오지 않으니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니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12월 13일, 개교를 한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천안 업성고등학교 교정에 심어져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두고 사람들이 빙 둘러 섰습니다.

 

이파리만 솔잎인 너, 도대체 무슨 나무니?

 

5미터가 넘는 크기였지만 수술자국처럼 나무를 이식할 때 남게 되는 흔적, 뿌리를 칭칭 동여맨 고무줄이 살짝 드러나는 것으로 봐 옮겨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듯합니다. 대수롭지 않게 교정에 이식된 나무들을 둘러보던 누군가가 '어! 이 나무는 뭐지?'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이상합니다. 위쪽만 봐서는 분명 소나무인데 아래쪽 몸체는 소나무가 전혀 아닙니다. 소나무 고유의 두툼하고 갈색을 띠는 껍질이 조금도 보이질 않습니다. 벽오동 나무처럼 푸른빛을 띠기도 하고, 모과나무처럼 반들거리기도 합니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였으니 엉뚱한 추측이나 이야기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됩니다. 언뜻 추사고택의 백송이 떠올랐지만 확신을 할 수가 없으니 혼잣말로 '백송인가?' 하고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114에 문의하여 업성고등학교로 전화를 하니 교무실에서 전화를 받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전화를 했다고 설명을 했지만 전화를 받으신 분도 모른다고 하며 행정실로 전화를 연결해주었습니다.

 

전화 한 통화로 깔끔하게 해소 된 궁금증, '백송'

 

행정실에서 전화를 받은 분에게 전화한 용건을 다시 말하니 조금도 머뭇거림 없이 '아! 그거 백송입니다.'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쏟아내던 추측성 답변과 궁금해 하던 사실이 전화 한 통화로 간단하게 해결되는 순간입니다.  

 

대단한 것을 알아내기라도 한듯 빙 둘러선 사람들에게 '백송이랍니다'하고 알려주니, '어! 백송이면 이파리가 흰색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말이 들립니다.

 

 

 

빙 둘러 섰던 사람들 중 누군가는 아직도 믿기지 않은 듯 '너 소나무 정말 맞니'하고 소나무에게 물었습니다. 참 귀한 나무를 보게 되었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차 안에서 기다리는 일행에게 백송이 있으니 보러 오라고 연락을 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모르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모르는 것을 묻는 것도 죄가 아닙니다. 남을 조금 성가시게 하지만 모르는 것을 이리저리 물어서 알아간다는 건 묻지 않아 모르고 지나가는 것 보다는 훨씬 뿌듯하고 똑똑한 행동이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증을 가질 수도 있고, 알아서 좋아할 수 있다면 백송에 대한 안내 글이나 <백송>이라고 써진 푯말 하나 미리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태그:#백송, #천안업성고등학교, #모과나무, #벽오동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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