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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에서 주최한 ‘이주민 희망발언대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딜랑크(사진 오른쪽 모자 쓴 사람)
▲ 외국인 노동자 딜랑크씨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에서 주최한 ‘이주민 희망발언대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딜랑크(사진 오른쪽 모자 쓴 사람)
ⓒ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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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했는데 내년부터는 사업주와 3년 단위로 계약을 해야 해서 아무리 부당한 처우를 받더라도 사업장을 옮기려면 3년은 꾹 참고 기다려야합니다."

포천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딜랑크(27·쓰리랑카)씨는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 불만이다. 그는 "일 한 만큼만이라도 돈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기본급·잔업 수당 등 급여 명세서에 정확하게 근로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금액을 적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그의 하소연은 체류 외국인이 100만 명이 넘은 우리 사회에서 정부가 말로만 '다문화 사회'를 외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급속히 진행 중인 다문화 사회

법무부 통계
▲ 체류 외국인 현황 법무부 통계
ⓒ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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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법무부가 조사한 '체류외국인 현황'을 보면 1999년부터 외국인의 이주가 꾸준히 늘어 2007년 8월 현재 1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체류외국인이 주민등록인구 4913만명의 2%를 차지하였으며 '06년 7월(86만5천889명)보다 15% 증가하는 등 한국사회는 다인종·다문화사회로 급속히 진전하고 있다.

법무부 자료
▲ 유형별 체류외국인 현황 법무부 자료
ⓒ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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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 유형별로 구분해 보면 전체 장기체류외국인 72만4967명 중 산업연수생을 포함한 외국인근로자는 56%인 40만4051명, 결혼이민자는 14%인 10만4749명, 국어연수생을 포함한 외국인 유학생이 7%인 4만7479명이다.

특히 결혼이민자는 '02년 3만4710명에서 2007년 10만4749명으로 불과 5년 사이에 3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영주권자는 '02년 6022명에서 2007년 1만5567명으로 2.5배 가량 증가하는 등 정주외국인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이민자 사회통합정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다문화 역행하는 한국사회

"뉴스를 자세히 보니 모든 중국인이 무비자방문 대상자가 아닙니다. 3번 한국에 온 적이 있거나 1번 미국과 유럽 여행을 다녀온 사람만 해당됩니다."

한국으로 시집온 지 8년이 지났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중국인 여성은 얼마 전 뉴스에서 '한중 무비자방문 추천'이라는 제목을 보고 잠시 기뻤지만 곧 불쾌해졌다.

그녀는 "한국 정부가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는데, 왜 우리 이주여성한테 이런 혜택을 주지 않느냐"며 분노했다. 현재 결혼 이주여성의 경우 부모님 가운데 한 분만 초청이 가능하고 한국에 머물 수 있는 기간도 3개월밖에 안 된다. 그녀는 "앞으로 부모님의 몸이 불편하실 때 제가 모시고 살고 싶은 데, 비자 때문에 모시기 힘들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한국에는 200만명 정도의 중국동포가 살고 있다. 이중 실제 체류할 수 있는 체류자는 30만 명 정도다. 나머지 동포들은 불법체류자 신분이다.

현재 서울 봉천동의 한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중국동포 김용철(38)씨는 정부의 정책이 중국동포들의 불법체류를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돈을 벌기위해 한국을 오가는 동포들에게는 5년(방문취업비자)이라는 장기체류가 필요하지 않다"며 "자유왕래를 보장함으로써 미등록체류를 줄이고, 자진출국기간 설정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불법체류자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한국인과 결혼하는 동포들이 많다"며 "하지만 그들의 결혼은 사랑이 아닌 다른 목적이 있기에 대부분이 이혼한다"고 덧붙였다.

동포들의 자유왕래 허용을 주장하는 김용철씨
▲ 중국동포 김용철씨 동포들의 자유왕래 허용을 주장하는 김용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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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에는 116명의 '난민인정자'가 체류하고 있다. 전체 체류 외국인 숫자에 비해 그 규모는 작으나 2006년 50명에 불과하던 숫자가 3년 사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꾸준히 난민 신청자가 늘고 있는 현실에서 체류 외국인 구성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민자 그리고 해외동포 등에 비해 난민 신청자들은 상대적으로 더욱 관심밖에 머물고 있다.

"난민인정신청을 하는 과정에 적절한 통역이나 법정 대리인에 대한 지원이 없고 법무부 직원들의 태도는 대부분 고압적이기 때문에, '나의 난민인정신청'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는 일부터가 당사자들에게는 어려움의 시작입니다."

법무부와 소송중인 버마행동한국 소모뚜 총무
▲ 소모뚜 씨 법무부와 소송중인 버마행동한국 소모뚜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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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행동한국 총무 소모뚜(35·서울 가리봉)씨는 현재 법무부의 난민인정불허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는 "2004년 법무부에 난민신청을 한 뒤, 2008년 가을까지 법무부로부터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며 난민 인정을 받는 것은 시작부터가 어려움의 시작이라고 털어놓았다. 정부로부터 난민 인정을 받으면 최소한의 사회보장이나 합법적으로 직업을 구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지만 인정을 받기 전까지는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가 없다.

소모뚜씨는 "합법적인 취업이 불가능하다보니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회사에서 면접을 볼 경우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적지 않다"며 "당당하게 난민신청자임을 밝히더라도 사업주가 법무부  난민실에 문의할 경우 합법적으로 일할 수 없는 신분이라는 대답이 돌아오기 때문에 난민신청자들은 신청 이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생계수단에 대한 아무런 보장 없이 불안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난민 신청 후 1년이 지나면 취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난민 인정 신청 후 1년간의 생계문제나 취업활동이 불가능한 신청자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못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세계적 추세의 사회변동이 한국사회와 맞물려 벌어지고 있는 이주자의 증가는 한국사회의 인적구성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한국사회가 단일민족에서 다민족 사회로, 동질적 문화에서 다양한 문화를 갖고 있는 사회로 전환하고 있다는 진단은 정부나 시민사회 모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핵심은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이행하는 한국사회의 부족한 인적자원을 확충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외국인 노동자, 결혼 이민자, 해외동포 그리고 난민까지 그 규모가 커질 뿐만 아니라 유형도 다양해지는 체류 외국인 100만 시대에 다문화 사회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이 변해야 한다. 정책 수혜자인 이주민의 입장에서 정부의 체류 외국인 정책 전반에 관한 성찰이 필요하다.


태그:#이승환, #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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