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허재 감독은 주전 뿐 아니라 벤치자원들에게도 자신감을 강조하고 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답지않게 전선수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그의 농구스타일은 팬들사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허재 감독은 주전 뿐 아니라 벤치자원들에게도 자신감을 강조하고 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답지않게 전선수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그의 농구스타일은 팬들사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 전주 KCC

 

'불꽃 슈터와 얼음 저격수, KCC의 또 다른 힘!'

 

프로농구 전주 KCC가 새로운 지원군들로 인해 환하게 웃고 있다. 최근 보름 동안 이틀 걸러 경기가 연달아 있을 정도로 살인적인 경기 스케줄에 주전 포인트가드 전태풍(178cm·미국명 토니 애킨스)마저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져나가 있는 상황에서 벤치 멤버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주고 있기 때문. KCC는 되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팀 전력을 탄탄하게 다지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아무리 벤치 멤버들이 잘해준다 해도 전태풍의 공백은 굉장히 큰 것이 사실. 그는 팀내 최고의 돌파력을 자랑하는 테크니션이자 가장 위협적인 외곽슈터다.

 

일부에서는 겉모습만 보고 기대만큼 못해주고 있다는 성급한 혹평을 내리기도 하지만 올 시즌 처음으로 국내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팀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포인트가드 포지션을 완벽히 소화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그가 뛰던 미국-유럽무대와 국내리그는 여러 가지 스타일면에서 다른지라 쉽게 적응하기 힘든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전태풍은 그런 상황에서도 나날이 나아지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팀내 주포 역할을 해준 것을 비롯 리바운드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고루 공헌해 주었다.

 

추승균 외에 팀내 변변한 3번 자원이 없는 관계로 자신보다 월등하게 큰 2~3번 선수들을 수비하는 경우도 잦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전태풍의 지금까지의 모습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일단 허재 감독은 전태풍의 빈자리를 임재현(32·182㎝)-정의한(25·184cm) 등으로 돌려 막고 있다. 전태풍에 비하면 너무도 약점이 많은 선수들이기는 하지만 허감독은 적절한 용병술로 이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가며 팀을 운영하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이들 외에 크게 기대치 않았던 새로운 벤치전력들이 어려운 팀에 상당한 힘을 보태주고 있다는 사실. 이동준(30·187cm)과 정선규(29·180㎝)가 바로 그들로 최근 KCC가 호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들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는 평가다.

 

 '불꽃 슈터' 이동준(왼쪽)과 '얼음 저격수' 정선규

'불꽃 슈터' 이동준(왼쪽)과 '얼음 저격수' 정선규 ⓒ 전주 KCC

 

팀과 환상의 궁합, 이지스 함의 '필승조커'로 팍팍!

 

사실 이동준과 정선규는 약점이 많은 선수들이다. 가드 포지션을 맡고있는 이들은 시야-패싱능력-드리블 등 어느 한쪽에서도 뚜렷한 강점을 갖고 있지 못하다. 수비력도 좋지 못하다. 슛이 정확하다고는 하나 이런 유형의 식스맨들은 타 팀에도 얼마든지 있다.

 

어쩌면 전체적으로 식스맨층이 두텁지 못하고 3번 포지션에 큰 구멍이 나있는 KCC이기에 기회를 얻은 것인지도 모른다. 더불어 전 선수들에게 고르게 기회를 주는 '평등의 농구'를 추구하는 허재 감독이 수장이라는 것도 이들에게는 행운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회를 줘도 잡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이동준-정선규의 활약은 허재 감독의 적절한 용병술과 더불어 서로의 궁합이 잘 맞았다고 할 수 있다.

 

허재 감독은 지나치게 자신의 틀에 선수를 가두려하기보다는 잘하는 것이 있다면 자신감 있게 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아무리 식스맨이라 하더라도 기회에서 슛을 쏘는 것을 원하지 다른 동료에게 찬스를 미루는 것을 싫어한다.

 

설사 슛이 빗나간다해도 제대로 된 타이밍에서 자신감 있게 던지는 선수에게는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이같은 팀내 성향 때문인지 최근 이동준과 정선규의 자신감은 부쩍 늘어있다. 출장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는 식스맨의 특성상 슛을 던질 때 적잖은 부담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모습이다. 덕분에 KCC의 최근 벤치득점은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높은 3점슛 성공률(43.1%)을 자랑하고있는 이동준의 최근 성적은 눈이 부실정도다.

 

2007/08시즌 13경기에서 평균 3.3득점이 최고였던 그는 올 시즌에는 5.8득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질과 양에서 팀에 큰 보탬이 되고있다고 할 수 있는데, 벌써 17경기에 출장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해준다.

 

그는 지난 3일 전자랜드 전에서는 2쿼터에서만 13점을 집중시킨 것을 비롯 16득점(3점슛 5개)을 쏟아 부으며 맹활약했다. 이날 KCC는 전반 한때 전자랜드에게 20점 이상의 점수차이로 끌려가고 있었지만 이동준의 거침없는 슛감에 힘을 입어 막판 대역전승을 이룰 수 있었다.

 

정선규 역시 초반의 슬럼프를 딛고 다시금 슛감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 그는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수비나 패싱능력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그 쓰임새가 한정되어있는 선수다. 하지만 슛의 정확도만큼은 전문 슈터들 못지 않은지라 점점 승부처에서 자주 출장하고 있다.

 

배짱이 두둑한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망설이지 않고 정확한 외곽슛을 성공시킨다. 초반에 슛감이 좋지 않아 출장 시간 자체를 많이 얻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의 3점슛 성공률은 무려 60%에 달하고 있다.

 

최근에는 3점슛 외에 돌파에 의한 점프슛 등을 자주 시도하는 등 여러 가지 공격옵션을 장착하려 노력하고있는 모습이다.

 

KCC팬들은 이동준과 정선규에게 '불꽃 슈터'와 '얼음 저격수'라는 별명을 밀어주고 있다.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들어가는 이동준의 폭발적인 슛팅과 어떤 상황에서도 무표정하게 정교한 슛을 성공시키는 정선규의 특성이 들어간 닉네임들이다.

 

과연 이동준과 정선규는 지금의 활약을 시즌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새로운 '쌍포'의 등장에 KCC팬들은 그저 기쁘기만 하다.

2009.12.07 10:55 ⓒ 2009 OhmyNews
조커 전주 KCC 프로농구 이동준 정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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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농구카툰 'JB 농구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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