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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니 어린이 합창단 공연 장면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 공연 장면
ⓒ 지라니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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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ambo! Zambo bwana! habari gani? mzuri sana "
" 여러분 안녕하세요? 잘 지내나요? 저는 매우 잘 지냅니다 "

 이 노래를 들으면,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 같다. 얼마나 신나는지, 내 걱정도 다 날아가 버리는 것 같은 느낌! 아! 이렇게 신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질 정도로 밝고 즐거운 노래이지만, 이 노래를 부르는 어린이들 <지라니 합창단>은 그렇게 밝고 신나게 살고 있지 않았다.
                 
지라니문화사업단 회장 임태종목사
 지라니문화사업단 회장 임태종목사
ⓒ 지라니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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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쓰레기 빈민촌이라고 하는 케냐 고르고초 마을. 그 규모나 열악함으로는 세계 최고라고 할 정도란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특집 다큐를 만드는 KBS 방송팀도 12년을 돌아 다녔지만, 이런 곳은 처음이라고 혀를 둘렀다는 할 정도. 이런 고르고초 마을에서 태어난 어린이들의 삶에는 희망이나 꿈이라는 단어를 찾아 볼 수 없다고 한다.

워낙 가난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기 보다는 쓰레기 더미를 뒤적이며 먹고 살아야 했고, 때로는 신발도 없어서 쓰레기 국물이 흐르는 곳을 맨발로 뛰어 다녀야 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의 삶 속에 꿈과 희망이라는 단어를 가르쳐 주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바로 임태종 목사 이다.

 그는 고르고쵸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서 꿈과 희망을 노래하게 만들자 라고 생각하고, 버려진 건물 찾아 꾸미고 중고 피아노를 들여 놓고,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을 데려와 음악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 아프리카 사람들은 다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줄 알죠?"

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김재창 음악감독
 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김재창 음악감독
ⓒ 지라니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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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만난 아이들은 악보는 물론, 목소리 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모아서 시작했다고 김재창 음악감독은 회고한다. 이렇게 지라니 합창단의 시작했을 때가  2006년 11월이었다.

  그들이 시작한 곳은 케냐의 쓰레기 마을이었지만,  이들의 발걸음은 케냐 대통령 궁으로, 한국으로, 미국 맨하탄과 예일대 음악홀로  세계를 향해 넓혀 나가기 시작했다. 이들의 공연에는 언제나 많은 감동과 눈물이 있었고, 공연마다 기립박수와 앵콜이 끊이질 않았다. 예일대에서는 지라니 합창단이 미국에 오면 언제든지 무료 대관을 약속하고 아이들의 미국 유학을 추진하겠다고 했을 정도라고.그리고, 이들이 이번 겨울, 다시 한국에 왔다.

  지난 11월 28일을 시작으로 12월 한 달 동안 전국을 돌며 모두 18회의 공연을 하게 된다. 또, 여차저차 하게 나와 연결되어 서울 공연 위주로 사진 촬영을 하게 되었다.

2~3일 사이에 서울과 대구 대전을 오가며 공연을 하는 이들의 살인적인 스케쥴을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기에 모두 10대의 어린 아이들로 낯선 환경 속에서 한달 넘게 지내며 공연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도 생각해 보지만, 이들을 만나고 난 후에 내 머리 속에 뱅뱅 도는 말은 '하쿠나 마타타'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너무나 밝고,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는 그들의 붙임성에 두 손 두 발 다 들 지경이니까.

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공연 사진
 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공연 사진
ⓒ 지라니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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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의 공연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정통 성가곡을 약간 재즈 스타일로 편곡해서 부르는 첫 순서는 정말 제대로 된 음악 교육을 받은 어린이 합창단의 모습 그 자체 였다. 엄청나게 성악학원 다니고, 미국, 이태리 유학을 시켜야 가능할 것 같은 수준… 일반 관객보다 좀 더 가까이 들을 수 있는 자리에 늘 있기에, 그들의 성량과 발성은 한 5천만원 어치의 레슨비를 쏟아 부어야 나오는 정도라고 할까?

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공연사진
 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공연사진
ⓒ 지라니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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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순서부터는 우리나라 민요를 고운 한복 차림으로 부른다. 대부분이 여자 어린이들이기 때문에 긴 한복을 입고 부대에 오르지만, 알만 하지 않은가 얼마나 밟히고 불편한지. 그로 인해 실수도 많지만, 그들의 노력과 아름다운 노래는 그 모든 것을 다 덮을 만큼 아름다웠다. 한국말로 부르는 군밤타령과 가사에 맞는 율동은 첫 순서의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 엎는 대환호를 이끌어 낸다.

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공연사진
 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공연사진
ⓒ 지라니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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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정통 아프리칸 타임. 케냐 원주민 마사이족 복장으로 나타난 그들은 반은 무대에서, 반은 객석에서 등장한다. 특유의 아프리카 리듬과 밝은 멜로디는 관객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어 버린다. 정말 이들이 처음에는 목소리 조차 내지 못하던 아이들이란 말인가? 그 동안 본 공연 중에 CD랑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부분 음향의 문제로, 성대 결절이 생겨서, 목 감기로 라는 핑계로 라이브를 겨우 해내는 공연을 보다가, 피아노 한 대와 북 몇 개로 만들어 내는 그들의 음향과 맑은 울림이 있는 목소리는 관객의 감동을 공명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공연사진
 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공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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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공연사진
 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공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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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공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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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공연사진
 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공연사진
ⓒ 지라니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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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앵콜이 있은 후, 관객들과 한 무대에서 함께 부르는 곡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아프리카 쓰레기 마을에서 온 검은 천사들에게도, 그들의 노래 소리를 듣는 우리에게도 아름다운 노래가 주는 사랑의 힘이 있다는 것은 경험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바로 이 때부터 나는 지라니 합창단의 최고의 인기 스타가 된다. 관객들과 함께 재미있는 표정하는 기념 촬영, 합창단 단원들 끼리 즐겁게 깔깔 웃으며 찍는 사진들 때문에, 내 옷깃을 잡아 끄는 검은 손이 한 둘이 아니다. 물론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카메라 때문이겠지만. 공연 스텝으로 참여했지만, 12월 한달 동안 나는 정말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올 겨울 나 스스로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인 것 같다!

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공연사진
 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공연사진
ⓒ 지라니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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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공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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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공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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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공연사진
 지라니 어린이합창단 공연사진
ⓒ 지라니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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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니 합창단의 공연은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  12월이 다 가기 전, 그들의 노래 소리를 듣고 싶은 분들은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공연 일정을 알 수 있다. 결국, 못 보시는 분들은 12월 중 KBS에서 만든 특집 프로그램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 있다.

  만약, 가족들에게 좋은 공연을 선물하고 싶으신 분들은 꼭 함께 보시길 권한다. 연인 사이에는 더욱 좋고!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무대 앞으로 나오시면 아프리카 어린이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할 수도 있다. 조금 험악하게 생긴 아저씨가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바로 나다! 아무 위협도 없이 조용하게 사진만 찍어드린다. 그럼, 공연 때 봐요!

  
지라니 합창단 홈페이지 http://jirani.kr/
지라지 합창단을 다룬 MBC <세계와 나 W> 방송보기 (로그인이 필요)
http://www.imbc.com/broad/tv/culture/w/vod/index.html

2008년 10월 31일, 2009년 1월 9일 방송분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izone3.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지라니어린이합창단 , #케냐, #쓰레기마을 , #고르고쵸 , #박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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