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를 만날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만날까.'

 

복불복의 잔혹사. 2010 남아공 월드컵 조추첨이 우리 시각으로 5일 새벽으로  다가왔다. 대진운이 사실상 성패의 절반을 가늠한다는 조편성 결과에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 모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지사.

 

 2010 남아공월드컵 조 편성 포트 배정을 발표하는 국제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2010 남아공월드컵 조 편성 포트 배정을 발표하는 국제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 FIFA

 

월드컵 조편성에서 운이 따르지 못했던 한국축구

 

대한민국은 사실 그간 월드컵 조편성에서 운이 따라줬던 적이 별로 없다. 엄밀히 말하면 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축구가 '운빨'을 논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게 정답일 것이다.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던 한국으로서는, 약체와 강호를 따로 구분하는 게 불필요할만큼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던 만큼 어차피 누구를 만나도 '만만한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항상 유럽팀 2개조와 한 조에 배속되었다. 그것도 스페인(3회), 독일(2회). 이탈리아(2회). 벨기에(2회). 네덜란드(1회) 등 당대의 강호들 일색이었다. 그 결과 안방에서 열린 2002 한일월드컵(4승 2패)을 제외하면, 역대 월드컵 원정경기에서 유럽팀을 상대로 4무 8패의 참담한 성적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번 월드컵에서 이변이 없는 한 최대 유럽 2개팀이 한 조에 배속될 것을 감안하면 유럽 극복이 16강행의 최대 과제인 셈이다.

 

남미팀과는 3차례 맞붙어 1무 2패. 북중미는 1무 1패. 아프리카에는 1승을 기록했다. 한국의 월드컵 통산 전적은 5승 6무 13패(2002년 스페인전 승부차기 승을 무승부로 감안하면 4승 7무 13패)다.

 

한국은 안방에서 열린 2002 월드컵에서도 톱시드를 배정받았으나, 조추첨에서 톱시드에 탈락한 국가들 중 최강전력으로 꼽힌 포르투갈과 한 조에 배속되며 대진운을 누리지 못했다. 물론 한국은 그해 포르투갈과 폴란드를 연파하며 조 1위에 올라 전화위복이 되었지만.

 

2002 대회의 성공을 바탕으로 세계축구계의 다크호스로 등장했던 2006 월드컵은 그나마 역대 월드컵 도전사에서 가장 대진운이 따라줬던 대회로 꼽힌다. 프랑스, 스위스, 토고와 한 조에 배속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처음 만난 아프리카팀인 토고를 꺾고, 프랑스에 극적인 무승부를 거두며 1승1무를 기록했으나 최종전에서 스위스에 석연찮은 패배를 당하며 승점 4점을 따내고도 16강이 아깝게 좌절됐다.

 

최강호 1팀과 약체 두 팀 만나면 최상...남아공과 한조 돼야

 

과연 이번 월드컵의 복불복은 어떻게 될까.

 

1번 포트 (시드) : 남아공, 스페인, 브라질, 이탈리아, 독일, 잉글랜드,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2번 포트 : 한국 , 북한, 일본, 호주, 뉴질랜드, 미국, 멕시코, 온두라스

3번 포트 : 코트디부아르, 카메룬, 가나, 나이지리아, 알제리, 파라과이, 우루과이, 칠레

4번 포트 : 프랑스, 포르투갈, 세르비아, 덴마크, 그리스, 스위스,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아시아, 오세아니아, 북중미가 포함된 2그룹에 배정된 한국에 있어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일단 1그룹에서 톱시드 국가중 전력이 가장 떨어지는 개최국 남아공을 만나는 것이다. 이 경우 대륙별 안배원칙에 따라 3그룹에서 가나, 나이지리아, 카메룬 등 부담스러운 아프리카 강호들도 피할 수 있다. 남미팀들도 쉽지는 않지만, 남아공이 홈이나 다름없는 아프리카 팀들보다는 파라과이, 칠레, 우루과이 같은 팀들이 한국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더 수월할 수 있다.

 

4그룹에서는 톱시드에서 탈락한 유럽팀들을 만나게 되는데 비교전 전력이 떨어지는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그리스 3팀중 한 팀이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하지만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것도 결국은 상대적이다. 남아공이 약체로 꼽히지만 어쨌든 홈팀의 프리미엄은 무시할수 없다. 역대 월드컵에서 개최국이 1차 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한 경우는 아직 없다. 또한 아프리카팀들은 언제나 변수가 많다. 또한 한국이 A조에 속할 경우 조별예선을 모두 1100m 이상 고지대에서 치러야 한다는 것고 큰 부담이 될수 있다.

 

고만고만한 팀들끼리 물고물리는 상황이 될 경우의, 위험부담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3패를 당한 토고를 제외하고 3개팀이 혼전 끝에 최종전에서 프랑스와 스위스에 밀려 한국이 최대 희생양이 된 아픈 기억이 있다. 허정무 감독도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2승을 거두고도 스페인과 칠레에 골득실에서 밀려 8강행을 아깝게 놓쳤다. 어차피 한국의 목표가 16강 진출이라면, 차라리 톱시드에서 스페인이나 브라질같이 아예 '3연승'을 노릴만한 확실한 강호를 만나고, 나머지 2경기의 맞대결에 올인하는 전략도 나쁘지 않다.

 

최악의 만남은 3그룹 카메룬-가나-나이지리아, 4그룹 프랑스-포르투갈

 

최악의 경우도 감안해야 한다. 4그룹에서 톱시드에 탈락한 프랑스나 포르투갈 중 한 팀을 만나고, 3그룹에서는 카메룬, 가나,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팀과 한 조에 배속되는 경우다. 톱시드팀들이야 어차피 남아공을 제외하면 모두 우승 후보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 입장에서는 어느 하나 빼도 박도 못하는 '죽음의 조'에 걸려드는 셈이다.

 

결국 한국의 운명을 거머쥔 것은 3.4그룹에서 어떤 상대를 만나느냐에 달렸다. 톱시드에서 확실한 강팀을 만난다는 전제 하에, 3그룹에서는 아프리카 강호들을 피하기만 해도 성공이다. 남미 3팀(파라과이, 칠레, 우루과이) 내지는 그나마 아프라카팀 중에서는 가장 약하다는 알제리가 해볼 만하다, 4그룹에서는 프랑스. 포르투갈이 걸리면 최악이고, 세르비아- 덴마크도 상당히 부담스럽다. 그나마 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 그리스. 스위스 순으로 한 팀이 걸린다면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도 실력이 갖춰진 자에게만 따라온다는 점이다. 막연한 운을 기대하기 전에 한국축구가 얼마나 자신감과 할수 있다는 의지를 갖고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가 걸린다고 해서 기뻐할 것도, 최악의 조가 걸린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도 없는 이유다.

2009.12.04 10:44 ⓒ 2009 OhmyNews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