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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울릉도라는 좁은 시골에서도 특별한 동기회나 모임이 없으면 친구들을 보는 게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여행사 친구, 은행, 공무원, 건축업, 식당업, 운수업, 주점, 바닷일과 농사를 짓는 친구까지. 참 직업도 여러가지입니다. 어쩌면 그러기에 더욱 만나기 어려운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좋은 점도 많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고, 전공 분야(?)가 모두 다르기에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모든 일 제쳐주고 달려오니깐 요. 그래서 친구가 좋은 모양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더욱, 친구의 소중함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으니깐 요.

 

코흘리개 어릴 적 얘기들은 언제 들어도 웃음부터 나옵니다. 초등학교 시절, 재래식 화장실에 빠지면 풀빵을 먹이는 풍습이 있어, 풀빵 생각이 나면 가끔 똥통에 일부러 빠졌던 얘기, 오줌을 싸면 이웃에 소금 얻으러 다녔던 얘기, 거기에다 좀더 증상(?)이 심해지면 소똥을 쪄서 먹였던 얘기에다 중·고등시절의 아버지 주머니 뒤져 술 사 먹었던 얘기하며, 술에 취해 화장실로 착각해 장롱문 열고 볼일(?) 봤던 얘기등. 이런 저런 우스갯소리로 시간을 보냅니다.

 

킥킥 대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노라니, 식당업을 하는 친구 놈이 오징어와 방어 얼린 것을 가지고와 익숙한 솜씨로 한상 차려 냅니다. 오징어에 방어, 홍어에 돼지수육 먹는 것같이 먹으니 정말 맛이 기가 막힙니다.

 

"우와! 이래 먹으니 진짜 맛 죽이네~"

"임마~너거들~ 내 아니면, 이런 거는 평생 못 묵어본다~ 말 그만하고 마이 묵어라~"

 

사실 울릉도에서도 이런 메뉴는 찾아보기 힘들고 저도 처음 먹어본, 특별한 맛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로 벌써 세 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멀리서 떠날 준비를 하라는 손짓을 합니다.

 

사실, 오늘은 슬픈 날입니다. 친구 놈의 모친께서 세상을 버리신 날이기 때문입니다. 가끔 집에 들리면, 친부모님 같이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텃밭에서 농사지으신 것 못 챙겨줘서 안달나신 분이셨는데... 워낙 절실한 기독교인이셔서 한번은 기도를 해주신다며 손을 잡으시곤, 무려 한 시간이나 욕(?)을 본 후, 그 이후론 기도해주신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쳤던 그런 기억들이 하나둘씩 아쉬움과 함께 스치고 지나갑니다.

 

"어머니요~잘 가시소. 우리들은 절대 어머니 못 잊을 겁니다... 아버님은 걱정 마시소... 가끔 맛있는 거 사들고 저희들이 찾아뵐게요. 참! 그라고 하늘나라 거기 가시면 절대 다른 분들한테 기도해 준다고 얘기 하면 안됩니데이~ 세상에, 한 사람 붙들고 한 시간씩 기도하시는 분이 어디 있는기요~ 잘못하면 왕따 당합니다. 하하~"

덧붙이는 글 | *배상용기자는 울릉도관광정보사이트<울릉도닷컴>현지운영자이자,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


태그:#만남그리고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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