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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장관 수준에서 답변할 수 있겠다. 그 정도 내용도 없는 것을 대통령이 발표하게 하면 되나? 정 없으면 이것(로봇 물고기)을 시험·가동하기 위한 자료라도 정리해야 하지 않나. 여당인 내가 봐도 장관 답변 태도 문제 있다." -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

 

이명박 대통령 거짓말 논란의 불똥이 이만의 환경부 장관에게 떨어졌다.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장관은 여·야를 막론한 의원들의 질타에 진땀을 빼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에서 4대강 정비사업과 관련해 했던 발언들이 문제였다.

 

이 대통령은 당시 방송에서 '로봇 물고기' 관련 동영상을 공개하며 "물고기 모양의 로봇이 강변을 따라다니며 수질이 악화된 지역이 있으면 그 지역에 대한 정보를 중앙본부에 보내는 식으로 수질을 관리할 것"이라며 4대강 정비사업에 따른 수질오염 우려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또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건교부·소방방재청 등 9개 부처가 마련한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 방안' 문건을 내보이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각각 43조 원과 87조 원이 드는 수해방지 계획을 내놓았는데 그때는 반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방송 이후 이 대통령의 발언들은 로봇 물고기의 실용화, 신국가방재시스템 실제 내용 등이 거센 진위 논란에 휩싸였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이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만의 "이 대통령 발언, 정치적으로 볼 땐 사기일지도 모르나 사실이다"

 

당장 이날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도 시작되자마자,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이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대통령이 그날 4대강 관련 발언을 보면 상당부분 허위나 왜곡이 많았다"며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이 사기 친다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패'로 나선 이 장관은 지지 않았다.

 

김상희 : "대통령이 문제 삼은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에 따르면 국가하천 대신 지방·소하천 집중투자하는 등 (4대강 사업과) 정면으로 다르다… 대통령의 발언을 국민들은 다 왜곡이라고 보고 있다. 환경부 장관으로 가슴이 뜨끔하지 않았나."

 

이만의 : "재난관리국장을 한 적 있는데 그 프로젝트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예측이 포함되어있지 않다. 4대강 살리기를 포괄해 가뭄에 대비하는 것은 대단히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김 의원은 이어, 논란이 된 로봇 물고기에 대해서도 "수질개선계획에 실제로 포함된 것인지", "실제 가격이 얼마인지" 꼼꼼히 캐물었다. 그러나 이 장관은 "로봇 물고기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고 IT기술 발전을 위해 충분히 검토할 만 해, 가능하면 도입할 것"라면서도 가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상품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답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로봇 물고기가 실용화돼서 검증이 된 것이냐"는 질의엔 "그 정도는 걱정 안 해도 된다"며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이 장관은 또, "각 지자체의 준설 사업으로 강바닥이 많이 낮아진 4대강 본류에 대규모 준설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의엔 "영산강에 가봤으면 그런 말을 안 할 것"이라며 "내가 영산강에도 가봤고 낙동강에도 가봤다"고 응수했다.

 

반복되는 설전으로 흥분한 김 의원이 "대통령이 엉터리 이야기를 하게 만든 것은 환경부 장관·국토부 장관의 책임이다,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이 장관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정치적으로 볼 땐 사기 친다고 했는데 사실적으로 볼 땐 아니다. 나는 내 눈으로 확인을 다 했다."

 

차명진 "여당인 제가 봐도 장관 태도 문제 있다"

 

하지만 '방패' 이 장관은 '같은 편'인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으로부터 혹독한 훈수를 받아야 했다.

 

차명진 의원은 "환경부 장관이 로봇 물고기의 재원, 현재의 기술발전 수준, 실용화 가능성 등을 연구해서 국회에 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대통령이 말한 후 연구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앞서 "차 의원을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으로 모시게 되어 매우 뜻깊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인사를 건넸던 이 장관은 당황한 듯 "해외에서 개발 중인 사례는 파악했다, 다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차 의원이 노골적으로 "홍수가 와서 로봇 물고기가 떠내려가면 어떡하나?", "3천만 원 가까이한다는데 낚시꾼이 집어가면 어떨 것인가" 질의를 퍼붓자 이 장관은 더욱 당황했다.

 

이 장관이 "관리시스템이 돼 있어서 폭우가 오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답했지만 차 의원은 그런 그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그는 "말로 하지 말고 장관이 언제 어디에서 (실험을) 해봤는데 활동반경이 어떻고 어떤 장점이 있더라 표를 보여줘야 할 것 아닌가"라며 "그 정도 내용도 없는 것을 대통령이 발표하게 하면 되겠냐"고 버럭 화를 냈다.

 

차 의원은 이어, 문제가 된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에 대한 '모범답변'도 훈수했다. 차 의원은 "나 같은 사람도 백서를 들고 있는데 환경부 장관이 대통령이 말하자말자 (자료를 구해) 분석해야 하지 않냐"며 추궁했다.

 

이에 이 장관이 "주무부서가 소방방재청이라서 그렇게 못 했지만 기본적인 내용은 파악했다"며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 방안에서 4대강 살리기가 포함될 수 있다"고 하자, 차 의원은 답답한 듯이 다시 설명했다.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은 현재의 하천의 수량, 물 흐름 이런 것을 그대로 놓아두고 어떻게 관리하는 것에 대한 대책이고 4대강 살리기는 수량확보·수질개선 때문에 보를 설치하고 강바닥을 파는 등 구조를 바꾸는 사업이다. 목적이 다르니깐 방법도 다르다. … 신국가방재시스템 방안을 이야기할 땐 '이런 부분은 같고, 돈이 덜 드는 이유는 강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추미애 "낙동강 문제를 왜 영산강에 전용해 지역민·정치인들 구차하게 만드나"

 

추미애 환노위 위원장도 이날 호되게 이 장관의 질의태도를 질책했다.

 

추 위원장은 앞서 김상희 의원과 이 장관 간의 '설전'을 정리하며 "선진국에서 모의 실험단계에 있는 로봇 물고기에 대해 장관께서 막무가내로 믿어달라고 했는데 그 돈이 대통령 돈인가, 장관 돈인가"라고 장관의 답변을 질책했다.

 

추 위원장은 또 이 장관이 4대강 중 수질이 최하인 영산강의 예를 들며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피력하자 "영산강의 목적은 농업용수 확보이고 오랫동안 준설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서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됐다"며 "환경부 장관으로서 잘 알 텐데 영산강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이 정부의 4대강 명분에 이용돼서 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위원장은 특히 "영산강에 해야 할 일을 해줌으로써 그 지역에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올라가면 좋은 것이지 왜 4대강 사업의 명분으로 활용해 영산강 주민들을 치사하게 만들고 우리 정치인을 구차하게 만드냐"며 "장관이 낙동강 문제를 영산강에 전용해 설명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약올리기밖에 더 되냐"고 말했다. 


태그:#4대강 정비사업, #이만의 , #로봇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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