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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예기획사 중 처음으로 JYP엔터테인먼트가 공정위의 연예인 표준전속계약서를 적용키로 함으로써, 공정위의 표준계약서가 발표 5개월 만에 시장에서 첫 단추를 꿰게 되었다.
▲ 공정거래위원회 국내 연예기획사 중 처음으로 JYP엔터테인먼트가 공정위의 연예인 표준전속계약서를 적용키로 함으로써, 공정위의 표준계약서가 발표 5개월 만에 시장에서 첫 단추를 꿰게 되었다.
ⓒ 김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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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호열)는 지난 7월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공시하며, 업계에 이의 사용을 권장했다.

이 표준계약서가 발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그룹 동방신기의 불공정계약 논란이 제기되어 연예계가 들끓었다. 앞서 일어난 탤런트 고 장자연씨 자살사건과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씨 감금·폭행사건 등으로 연예계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던 시기였다.

이른바 '노예계약'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계속되자 공정위는 과도한 장기계약과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는 조항을 명문화한 표준계약서를 통해 불공정계약 시비를 줄이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한 노력을 펼쳐왔다.

하지만 공정위의 조치에 대해 일부에서는 "표준계약서 약관이 연예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내용"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또 표준계약서가 권고사항일 뿐,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외면의 시선도 많았다.

공정위는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견해 속에서도 노예계약 근절을 위한 드라이브를 가속화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별도의 조사를 통해 전속계약 기간 등 연예계의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검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강력한 시정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주 국내 연예기획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JYP엔터테인먼트가 공정위의 표준전속계약서를 적용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JYP는 원더걸스, 2PM, 2AM 등의 인기 그룹이 소속되어 있는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 가수 겸 작곡가 박진영씨가 최대주주다.

이로써 공정위의 연예인 표준계약서가 발표 5개월 만에 시장에서 첫 단추를 꿰게 되었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연예인 불공정계약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도입된 표준약관 제도가 앞으로 업계에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이번 계기를 통해 다른 기획사에서도 표준계약서를 채택하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무엇보다 연예인 권익보호에 공헌하는 부분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또 "연예인 표준전속계약서 사용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로 파악됨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공정위가 추진한 연예인약관 개선작업은 다소 성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자체 진단했다. 

이와 함께 "표준계약서 보급 이후 연예인들도 자신의 정당한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획사들도 공정계약 체결에 대한 경각심이 제고되는 등 공정거래질서 토대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언급했다.

공정위는 현재 소재파악이 가능한 연예기획사에 표준전속계약서와 30대 연예기획사 시정내역을 참고하여 기존의 불공정계약내용을 자진 시정해 그 이행결과를 연말까지 제출해 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또 한국연예제작자협회와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에도 표준전속계약서 사용실태를 파악해줄 것을 부탁했다.

공정위는 "기획사와 연예인간의 상호신뢰를 공고히 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원천은 결국 공정한 계약관계"라며 "이번 계기를 통해 기획사들도 공정위 표준약관을 적극 사용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업계 일부에서는 "개개인의 아티스트와 연예기획사의 특성이 다 다른데 계약서를 표준화해 모두 똑같이 맞춰야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계약서의 획일화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도 전달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공정위의 바람대로 앞으로 연예산업 전반에서 연예인 표준전속계약서 사용이 늘어나 기획사와 연예인간 불공정계약 논란이 줄어들 것인지 주목된다.


"표준계약서 일찍 뿌리 내렸더라면 동방신기 불공정계약 논란도 없었을 것"
[인터뷰]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 조홍선 과장 

- 이번 JYP엔터테인먼트의 연예인 표준계약서 승인의 의미는?
"지난 7월 연예인 표준약관이 발표되었을 당시 일부 기획사들 사이에서는 '현실성이 없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특히 전속계약 기간을 7년으로 한정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많았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았다.

그런 부분에서 이번 JYP 건을 계기로 다른 기획사에서도 표준계약서를 채택하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 연예인 권익보호에 공헌하는 부분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표준계약서는 강제력이 없는 권장사항일 뿐이어서 그간 실효성이 의심되어 왔다. 하지만 JYP가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이를 적용키로 해 앞으로 동종업계의 계약문화에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이는데?
"표준계약서가 업계의 인식을 바꿔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달라는 쪽은 사업자다. 다만, 공정위는 기획사와 연예인이 서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균형과 비율을 맞춰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표준계약서를 쓰면 상호 이득이 발생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향후 나타날지도 모르는 연예인과의 분쟁을 미리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계약서가 공정하다고 판단받았기 때문에 혹 소송이 발생하더라고 유리하게 적용받을 수 있는 것이다.

연예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표준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는 회사와 계약을 맺는다면 최소한의 불공정성이나 불이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안전하게 믿고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결국 서로의 권리의무 관계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았기 때문에 사업자나 연예인 모두에게 좋은 것이다. 아마 이런 표준계약서가 일찍 뿌리를 내렸더라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동방신기 사태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일부에서는 표준계약서 승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계약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회사, 회사와 회사 사이의 자유 의지의 약속'이라며 계약 표준화와 획일화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도 있는데?
"표준계약서를 보면 중요한 부분이나 개별적으로 체결해야 할 부분은 별도로 합의해서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에 따라 상호 조율할 수 있도록 부속합의서가 존재한다. 개별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것이다. JYP도 그런 식의 부속합의서가 많이 있다. 업계가 염려하고 있는 획일화를 줄일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의 많은 부분에서 관련 조건을 충족시켜 놓았다." 

- 현재 소재파악이 가능한 연예기획사에 표준전속계약서와 30대 연예기획사 시정내역을 참고하여 기존의 불공정계약내용을 자진 시정해 그 이행결과를 연말까지 제출해 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인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연말까지 잘 진행될 것으로 본다.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연예제작자협회와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에도 표준전속계약서 사용실태를 파악해줄 것을 요청했다. 전해 듣기로는 연기자 분야에서는 신인배우를 중심으로 표준계약서 사용에 대해 적극 선호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JYP 건을 계기로 가수 분야에서도 표준계약서 사용이 보편화되는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 

연예산업은 연예인의 인격과 재능을 토대로 기획사와 연예인이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반자적 관계에서 발전할 수 있다. 그러한 상호신뢰를 구축하는데 이번 표준계약서가 나름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 아직 공정계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시장이 작은 한국 연예산업의 현실에서 이번 표준계약서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면계약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보다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과열 경쟁이 벌어지게 되면 편법이 난무할지 모른다는 지적도 있는데?
"현실적으로 이면계약 체결은 어려울 것이다. 만약 이면계약이 적발되면 이는 약관법 위반이기 때문에 계약으로서의 효력을 잃게 된다. 또 사업자가 표준약관과 다른 약관을 사용하면서 표준약관표지를 사용하는 경우 약관법에 따라 5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동안은 표준약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연예인 입장에서는 무엇이 공정한 계약관계인지도 모른 채 계약을 맺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제 표준계약서의 내용이 무엇인지 연예계에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부작용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

기획사나 연예인이나 계약을 체결하는데 있어 누가 유리하고, 불리한지 알 수 있는 상태에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연예인도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기획사도 일방적인 계약 관계를 주장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연예계의 투명성을 제고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연예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등 사후 관리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태그:#공정거래위원회,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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