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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이 30일 '노사관계선진화 위한 대국민 선언문'을 발표하고 복수노조 반대·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유예 등 기존 입장과 다른 입장을 밝혔다.

 

아무런 성과 없이 해산된 노사정 6자 대표자회의와 관련해 지난 26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악법 조항과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 기업단위 복수노조 도입을 강행하려는 정부와 경영계의 무책임한 태도"라며 정책연대 파기와 함께 이르면 오는 12월 9일 총파업 돌입을 선포했던 한국노총이 갑작스레 입장을 바꾼 것이다.

 

특히 이로 인해 그간 복수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와 관련해 공조 투쟁을 해왔던 민주노총과의 연대도 기로에 서게 됐다.

 

앞서 노동부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골자로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해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받아왔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1997년 제정된 노동조합법이 세 차례의 유예를 거친 것은 "해당 조항은 지난 YS 정권의 노동법 날치기 때 들어간 조항"이며 "국제적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고 관계 조항을 폐지할 것을 요구해왔다.

 

입장 바뀐 한국노총, 복수노조 반대·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시행유예

 

우선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30일 오후 국회에서 "노동조합 전임자 급여지급 문제가 더는 노사간 쟁점이 되지 않도록 노조 스스로 개혁해 나가겠다"며 "노조 자율적인 전임자 급여문제 해결을 전제로 이 법의 폐기 또는 시행을 위한 준비기간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당장 관련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급선회한 셈이다.

 

장 위원장은 또 "준비 기간 동안 전임자 문제 해결을 위한 노조의 구체적 프로그램 추진과 복수노조와 관련한 보다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며 전임자 제도 개혁을 위한 노총 및 산별연맹 차원의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위원회에 중립적인 전문가도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장 위원장은 "기업 내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기업 내부의 노동조합 사이에서 사활을 건 조직경쟁이 불가피하다"며 전과 달리 복수노조 허용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복수노조는 허용하되,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노동부의 방침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와 관련해 장 위원장은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조합원의 인기를 얻기 위해 서로 다투어 목소리를 높이고 무리한 요구를 할 것은 명약관화하다"며 "60여 년 동안 노사관계를 이끌어온 한국노총의 위원장으로서 노사관계가 다시 투쟁의 시대로 후진하는 것을 그대로 방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노총의 입장 변화가 정책연대 파트너인 한나라당과의 의견 조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7일 노동부와의 당정회의에서 "내년부터 복수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을 예정대로 시행하되 종업원 300인 미만 기업에 대해서는 해당 조항을 위반하더라도 6개월~1년 동안 처벌을 유예한다"는 노동부의 방안에 대해 기본적으로 찬성하되, 사업장 규모와 유예기간에 대한 추가 검토 요구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입장선회, 공조 불가능하게 만들 뿐"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옳고 그름을 따질 뿐 이해를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노총과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4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역시 있을 수 없는 최악의 악법"이라며 "이것을 노사 자율로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국제적 기준"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아울러, 복수노조와 관련해서도 "복수노조는 유·불리를 따지는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 평등, 자유 등과 같은 기본적 노동자의 권리에 관한 문제"라며 "한국노총이 기존의 입장을 바꾸어 복수노조 반대로 돌아선 것은 일관성도 없고 명분도 없다,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특히 "한국노총의 입장선회는 양 노총의 공조를 불가능하게 만들 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는 행위"라며 "한국노총이 진정한 노동자를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빨리 투쟁의 대열에 동참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공조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중에 한국노총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돼 앞으로의 공조에 대해 검토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한국노총의 4자 회담(한나라당·경총·노동부·한국노총) 결과에 따라 향후 공조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또 "최종 노사정 6자 대표자 회의 때 '전임자 임금지급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 조항'과 '전임자 임금을 지급한 사용자를 처벌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전제로 3년 간 유예를 제안한 바 있지만 이번 한국노총의 입장과 관련해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임 위원장은 특히 "1996년 김영삼 정부의 노동법 날치기 통과 이후,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은 삭제를 전제로 논의되어 왔다"며 그간 악법을 존치시키려 노력한 보수 정치권과 사용자의 주장에 일정 부분이라도 동조하거나 합의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반동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태그:#전임자 임금지급 , #복수노조, #한국노총,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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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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