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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출시되는 애플 아이폰(왼쪽)과 경쟁 상품인 삼성전자 T옴니아2
 28일 출시되는 애플 아이폰(왼쪽)과 경쟁 상품인 삼성전자 T옴니아2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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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은 일반인이 쓰기에는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배터리가 일체형이어서 충전도 쉽지 않고, DMB도 안 나오고…. 그래도 난 아이폰으로 신청할 생각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근무하는 김아무개(29)씨는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 9월 회사에서 전 직원에게 애플 아이폰을 지급키로 했다가, 최근 아이폰과 삼성전자 옴니아2 중에서 선택하도록 조건을 바꿨기 때문이다. 김씨뿐만 아니라 1000여 명에 이르는 다음 직원들도 아이폰과 옴니아2를 저울질하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이폰 vs. 옴니아2... '다음'의 선택은?

다음은 현재 직원들을 상대로 수요 조사를 하고 있으며, KT가 아이폰을 출시하는 28일 이후부터 공식적으로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휴대폰 관련 업계에서도 다음 직원들의 선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체 휴대폰 시장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한정된 집단에서 아이폰과 옴니아2에 대한 직접 선호도를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아이폰과 옴니아2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 다음 안에서 펼쳐지는 셈이다. 승패의 결과가 향후 휴대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측은 다음 본사로 영업사원들을 내보내 다음 직원들을 상대로 옴니아2에 대한 홍보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다음이 당초 아이폰만을 주기로 했다가 옴니아2와 택일하도록 입장을 바꾼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국내 대표 포털 중 하나인 다음의 직원들이 아이폰으로 무장하는 것 자체가 상징성이 큰 만큼, 삼성전자가 그대로 지켜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다음의 최대 광고주 중 하나다. 다음의 아이폰 지급 방침 발표 이후 삼성전자 측에서 다음에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나 다음 측은 모두 손사래를 치며 부인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다음이 결정할 문제다. 우리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했고, 다음의 한 관계자도 "(선택권을 넓혀) 직원들이 원하는 휴대폰을 지급하기로 했고, 그대로 진행하고 있을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 '옴니아 공짜폰'으로 아이폰 견제

삼성전자가 아이폰 출시에 긴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이폰은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현재까지 5만3000대를 넘어서는 판매고를 올렸다. 국내 휴대폰 판매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국내 시장은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말을 무색게 한 것. 반면 삼성전자의 최신 모델인 옴니아2는 지난 10월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1만800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KT는 아이폰 판매목표를 50만대 정도로 잡고 있으며 연간 100만대 판매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00만대 규모의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5%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적어도 삼성과 LG가 과점하며 막대한 이익을 창출해온 국내 고가 풀터치폰 시장을 충분히 흔들 수 있는 규모다. 또한 다음에 이어 두산그룹도 사내 직원들에게 아이폰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아이폰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에는 위협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아이폰 출시 이틀을 앞둔 지난 26일 SK텔레콤과 손을 잡고 T옴니아2의 실 구매가격을 거의 반 토막 내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른바 'T옴니아2 공짜폰'까지 등장한 것.

삼성전자는 T옴니아2의 내장 메모리 4GB 제품의 출고가를 기존 92만4000원에서 88만원으로 인하했고, SK텔레콤은 장기 사용 약정과 요금제를 통해 받을 수 있는 보조금 규모를 평균 60만 원대로 높였다. 때문에 월 9만5000원짜리 '올인원 95'요금제에 가입하면 공짜로 T옴니아2를 받을 수 있다.

앞서 KT도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파격적인 보조금(55만~81만4000원)을 제시한 바 있다. 기본료 9만5000원인 요금제에 가입하면 출고가 81만4000원인 메모리 16GB의 아이폰을 공짜로 살 수 있다. KT로서는 보조금 부담이 적지 않지만,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 깔려있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텔레콤도 스마트폰 가입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칼을 빼들고 나온 것이다. 아이폰 도입이 이동통신사 간의 보조금 경쟁을 촉발시켰고, 당분간 이런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앞서 T옴니아2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삼성전자와 SK텔레콤 측에 거세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27일 T옴니아2를 비롯해 올 하반기 국내 시장에 출시되는 '옴니아 패밀리'의 스마트폰 신제품 5종을 전격 공개하는 등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27일 T옴니아2를 비롯해 올 하반기 국내 시장에 출시되는 '옴니아 패밀리'의 스마트폰 신제품 5종을 전격 공개하는 등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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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마케팅에 나서는 옴니아2, 효과 있을까?

삼성전자는 또 아이폰 출시일인 28일에 맞춰 T옴니아2 TV 광고를 비롯해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아이폰을 견제하기 위해 마케팅 시점을 제품 출시 이후 한 달 이상이나 늦춘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T옴니아2의 광고에 기존처럼 스타 연예인을 내세우는 대신 기능과 성능 등 스펙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과 차별화시키기 위해서 일반 휴대폰과 동일한 사용자환경(UI) 이나 차세대 디스플레이 '아몰레드(AMOLED)'를 채용해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한 점 등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마케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아이폰이 배터리가 일체형이어서 충전이나 교체가 불편하다는 점, DMB 지원이 안 된다는 점, 애플의 독특한 애프터서비스 등을 들어 부정적인 시각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적으로 아이폰을 능가할 만한 스마트폰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또한 아이폰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긍정적인 효과다. 이미 아이폰에 몰려든 예약 폭주 현상이 그런 상황의 방증인 셈이다. 


태그:#아이폰, #옴니아2, #공짜폰, #스마트폰,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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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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