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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5일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서 있을 'K-1 월드 그랑프리 2009 파이널' 출전선수인 '더치 사이클론' 알리스타 오브레임(29·네덜란드)은 최근 국내 격투 팬들 사이에서 가장 입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는 파이터중 한명이다.

미르코 크로캅-에밀리아넨코 표도르처럼 광범위한 인기를 누리고있는 것은 아니지만 단시간 내에 지명도가 부쩍 올라가며 일거수 일투족이 팬들의 관심대상이 되고있다.

196cm의 장신에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 엄청난 근육으로 중무장한 그는 UFC의 '고지능 고릴라' 브록 레스너(32·미국)와 함께 헤비급의 '2대 괴물'로 명성이 높다. 레스너가 그렇듯 눈에 보이는 외모에서부터 다른 파이터들과는 차원이 다른 중압감을 주기 때문으로 거기에 걸맞는 괴력까지 갖추고있어 날이 갈수록 주가가 상승중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오브레임은 국내 팬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다. 격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도깨비 파이터'로 그럭저럭 이름이 있었지만 일반 팬들에게까지는 이름이 미치지 못했던 것.

하지만 6월을 기점으로 오브레임은 완전하게 달라지기 시작한다. 육체개조를 통해 몰라보게 강력하게 돌아온 그는 쟁쟁한 파이터들을 하나하나 제압하며 어느새 '괴물'이라는 평가를 받게된다.

현재 그는 2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 '60억분의 1'로 통하는 표도르를 꺾고 MMA헤비급 세계최강자로 등극하는 것은 물론 K-1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우승까지 품에 넣겠다는 심산이다. 이제까지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종합-입식에서의 동시 1인자에 도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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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분의 힘'에서 '근육공룡'으로... 껍질을 깨기 시작한 '미완의 대기'

오브레임이 국내 일반 팬들에게 제대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15일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서 있었던 '드림(DREAM)4'부터였다. 당시 그가 상대한 파이터는 다름 아닌 씨름 천하장사 출신인 이태현(33)이었다.

이태현은 데뷔전에서의 패배 이후 절치부심하며 실력을 갈고 닦은 상태였는데 K-1 히어로즈 무대에서 야마모토 요시히사(38·일본)를 TKO로 제압하며 첫 승을 신고, 팬들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있었다.

당시 이태현은 스스로 오브레임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굉장히 아쉬운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지명도가 있는 강호에 맞서겠다는 투지는 좋았지만 지나치게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좀더 길게 갈 수 있었던 격투인생을 짧게 마감하는 이유가 됐기 때문이다.

이태현과 시합이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오브레임에 대한 평가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태현보다 전력상 위라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당시의 오브레임은 라이트헤비급에서 헤비급으로 체급을 올리지 얼마 되지 않았음은 물론 이전 체급에서도 최정상급 강호로서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 상태였다.

골고루 균형 잡힌 타격과 레슬링에 '악마의 길로술'로 불리는 길로틴 초크까지 갖추고있었지만 투지와 맷집 그리고 체력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만년 유망주'로 낙인 찍힌지 오래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게된 오브레임의 화력은 이전보다도 훨씬 더 강력해져있었다. 헤비급에 어울리는 체격과 힘을 갖춘 상태에서 라이트헤비급 당시의 기술과 스피드가 그대로 살아있었던 것. 이를 입증하듯 오브레임은 마치 '스파링'을 하듯 손쉽게 경기시작 36초 만에 승부를 끝내버렸다.

오브레임의 빠른 공격은 이태현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으며 타격 기술 역시 격이 달랐다. 결국 이태현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넉 아웃으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최홍만의 활약으로 눈높이가 높아진 국내 격투 팬들에게 세계무대와의 현격한 차이를 알게 해준 한판이었다.

오브레임의 강력함은 이후 차근차근 증명되었다. '사모아괴인' 마크 헌트(35·뉴질랜드)를 '키락'(Keylock)으로 화끈하게 제압한 것은 물론, 비록 무효경기 처리되기는 했지만 '불꽃 하이킥' 미르코 크로캅(35·크로아티아)에게도 승리나 다름없는 경기내용을 가져갔다. 오브레임은 이태현전 이후 가진 5차례의 MMA경기에서 4승 1무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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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육식두더지' 오브레임, '입식생태계' 파괴를 노린다!

오브레임의 명성이 이 정도까지 높아진데에는 K-1에서의 활약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아무리 그가 헌트를 잡아내고 크로캅에게 승리에 가까운 경기내용을 보여줬다 해도 그 정도로는 헤비급 최고의 괴물중 하나로 평가받기 어렵다.

헌트는 타격은 강하지만 서브미션에는 지나치게 약한 선수이며 크로캅같은 경우는 사실상 전성기가 지난 '과거의 전설'이기 때문이다.

팬들과 관계자들을 진정으로 놀라게 한 것은 오브레임의 타격실력이 K-1에서도 통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종합무대에서 날고뛰는 타격의 강자라고해도 전문적인 입식무대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차례 정도의 이변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연속해서 좋은 경기를 가져가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오브레임은 달랐다. 바다 하리(25·모로코)-레미 본야스키(33·네덜란드)-피터 아츠(39·네덜란드)로 이어지는 '죽음의 3연전'에서 2승 1패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표를 거둔 것. 바다 하리에게는 강력한 카운터 펀치로 넉 아웃 승리를 거두었으며 본야스키와는 3라운드까지 박빙으로 접전을 벌인 끝에 아슬아슬하게 판정패했다.

그리고 지난 K-1 그랑프리 16강전에서는 피터 아츠를 상대로 완승을 거둔 끝에 파이널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무리 아츠가 예전 같지 않다 해도 K-1에 특화된 최고의 입식파이터를 일방적으로 몰아치며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에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강호들과의 승부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오브레임은 K-1 그랑프리를 석권한 후 종합무대에 매진하겠다는 포부까지 밝히고있는 상태다. 만약 그가 이대로 목표를 이루고 MMA로 훌쩍 떠나버릴 경우 K-1 측에서는 대망신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오브레임이 그 정도까지의 기량을 발휘한다면 표도르 대항마로서의 그의 가치는 하늘을 찌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오브레임의 K-1 우승 가능성은 그다지 높다고 볼 수 없다. 그동안 치렀던 원매치와 달리 하루에 3경기를 치러야만이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브레임의 8강 첫 상대는 '극진탱크' 에베우톤 테세이라(27·브라질)다. 전북 김제 출신인 고(故) 최영의 총재가 실전을 바탕으로 창시한 무술인 극진가라데를 베이스로하는 선수로 체격조건은 오브레임에게 밀리지만 강한 맷집을 바탕으로 장기전에 능한 경기 스타일을 과시중이다.

알렉산더 피츠크노프(30·러시아)가 기대 밖으로 부진한 가운데 프란시스코 필리오(38·브라질)와 글라우베 페이토자(36·브라질)의 뒤를 이을 K-1의 차세대 극진스타로 꼽히고 있다.

끈적한 테세이라와 장기전까지 갈 경우 승리를 거두더라도 다음 경기에 상당한 지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오브레임 입장에서는 우승을 노린다면 첫 경기를 어떻게 치르느냐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오브레임은 이제까지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종합과 입식의 '동시제패'라는 위업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 첫 관문이 될 K-1 월드 그랑프리 파이널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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