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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주는 평균기온이 영하권에 머물 정도로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더니, 이번 주는 갑자기 기온이 오르더니 눈이 아닌 비가 내립니다. 지난 일요일이 소설이었는데 눈다운 눈을 만나지 못해 아이들은 아쉽기만 합니다.

 

소설엔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변한다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 무렵부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고 하니 소설이 추워야 그 해 날씨가 순탄하다는 의미겠지요. 날씨가 순탄해야 농사도 잘 될 것이고, 먹고 살기도 편할 것인데 이번 소설은 춥기는커녕 가을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새로 속담을 지어보았습니다. 한 친구가 "소설에 눈싸움했다"라고 하니, 아이들이 다 '거짓말!' 하는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진짜야!"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아니라 눈빛으로 하는 눈싸움을 했다는 거지요.

 

소설에 덥다.

소설에 눈구경 못한다.

소설 즈음 날씨 변덕.

소설에 개나리꽃 핀다.

소설에도 모기 물린다.

소설에 문풍지 바른다.

소설에 보일러 청소한다.

소설에 겨울옷 장만한다.

 

농가월령가 10월령(음력이기 때문에 소설 절기는 10월에 듭니다)을 보면, 김장하기, 장아찌 다믁기, 방고래 청소하기, 바람벽 매흙 바르기, 창호 바르기, 쥐구멍 막기, 울타리 치기, 외양간 거적치기, 땔나무 쌓아 두기, 겨울옷 짓기 등 추위를 대비하여 집안 곳곳을 단속하고 겨우내 먹을 음식을 미리 장만해 놓으라고 권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겨울비 내리는 날 김치부침개를 부쳐 먹기로 했습니다. 오늘 같은 날을 위해 그동안 점심 밥상에서 먹고 남은 김치꽁지며, 양념, 국물을 버리지 않고 냉장고에 잘 모셔두었습니다. 김치를 꺼내 양푼에 붓고, 계란과 밀가루 물을 섞어 놓으니 김치전 반죽이 완성되었습니다. 맛있게 먹고 손돌추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동국세시기>를 보면, 해마다 소설 즈음인 음력 10월 20일 큰 바람과 추위가 일게 되는데 이날의 추위를 손돌추위라고 한답니다. 손돌은 고려시대 원통하게 죽은 전설 속 뱃사공입니다. 그가 죽은 날이 바로 음력 10월 20일로, 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추위는 손돌의 넋이 일으키는 것이라는 거지요.

 

고려의 한 왕이 손돌의 배를 타고 강화도로 들어갈 때, 왕은 행차를 재촉했지만 누구보다 바다를 잘 알았던 손돌은 "날씨가 몹시 나쁘기 때문에 바람이 좀 잠잠해진 다음 안전한 뱃길로 에돌아 천천히 가자"고 했답니다. 하지만 왕은 이를 무시한 채 즉시 떠나라고 하여 손돌은 어쩔 수 없이 배를 곧바로 몰아 노를 저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곧 폭풍이 몰려오고 물길도 몹시 사나워졌답니다.

 

겨우 배를 몰아 위험한 물목을 빠져나온 뒤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고 이때 폭풍도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배가 몹시 흔들리는 바람에 왕의 옷이 흠뻑 젖고 상처도 여러 군데 입게 되었다고 합니다. 포악한 왕은 사공이 나쁜 물길로 배를 잘못 몰았다면서 부하들을 시켜 손돌의 목을 베었습니다. 그때부터 손돌이가 참형을 당한 물목을 손돌목이라 하고, 그가 죽은 무렵 추위를 손돌추위라 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전승한 사람들에게 추위는 포악한 왕의 횡포처럼 처절하고 절망적인 것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추위가 시작되는 시기와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의 원통함을 묶어서 이야기를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먹을 양식, 입을 옷, 땔 나무, 없는 사람에게는 여름이 겨울보다 낫다고 하는 옛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입동도 춥지 않았고, 소설도 춥지 않았지만, 이번 겨울은 기후변화로 기상 이변이 많을 거라고 합니다. 손돌처럼 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이 없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마을학교는 북한산 자락 인수동에 자리잡은 대안학교입니다. 2010학년도 2학년, 3학년, 4학년, 5학년, 6학년 편입생을 모집합니다. 매주 수요일 절기 공부를 하며 우주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 절기 공부는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의 환경교육현장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태그:#아름다운마을학교,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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