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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운대의 서쪽으로 넘어가는 일몰은 장관이다
▲ 몰운대의 해넘이 몰운대의 서쪽으로 넘어가는 일몰은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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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서쪽으로 넘어간다. 석양의 햇살이 구름사이로 퍼진다. 황금 부챗살을 펼친 듯하다. 몰운대[沒雲臺]의 전망대에서 보는 '해넘이'는 유명(有名)하다. 그러나 유명은 아는 사람사이에서만 유효하다. 해마다 사하구청[몰운대 관할 구청]에서 '다대포 해넘이(낙조)축제'를 연말에 열고 있지만 다만 지역민들의 축제에 그치고 만다.

원래 섬이었던 몰운대가 길게 누워있는 모습
▲ 몰운대 전경 원래 섬이었던 몰운대가 길게 누워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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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명승지로 8대[臺]가 있는데 그 중 이름난 해운대나 태종대는 타지 사람들도 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몰운대는 부산사람 중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해운대가 부산 남단의 동쪽에 위치한다면 몰운대는 남단의 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 몰운대는 다대곶 일대의 명승지를 일컫는다. 북 편에서 보면 길게 누워있는 전체모습이 섬처럼 보인다.

수심이 얕고 넓은 백사장을 가진 시골처녀같은 해수욕장이다.
▲ 다대포 해수욕장 수심이 얕고 넓은 백사장을 가진 시골처녀같은 해수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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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운대 초입에 다가서면 오른 편으로 넓게 펼쳐진 백사장을 만나게 된다. 다대포해수욕장이다. 유명한 해운대해수욕장이 예쁘고 세련된 도시처녀라면 다대포해수욕장은 때 묻지 않은 순박한 시골처녀 모습이다. 그러나 이곳도 최근에 음악분수대를 설치하는 등 '다대포연안정비사업'이란 명목으로 치장을 시작하였다.

몰운대라고 새겨진 작은 표지석이 어색하게 서 있다.
▲ 몰운대 입구 몰운대라고 새겨진 작은 표지석이 어색하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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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한다는 것은 뭘 말하는 걸까? 바닥에 타일을 깔고 인공 화단을 만들고 그리고 분수대를 설치하는 것일까? 이곳에서 해마다 여름 때면 열리는 '부산국제록페스티벌' 축제에 대비한 단장일까. 아무튼 다대포가 지니고 있는 자연적인 아름다움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5~60년의 키큰 해송이 숲을 이루고 있는 길
▲ 몰운대 초입길 5~60년의 키큰 해송이 숲을 이루고 있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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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 사람들이 몰운대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입구 오른 쪽에 몰운대라고 새겨진 조그마한 자연석이 선돌처럼 앙증스럽게 서 있는 것이 전부다. 거기서 조금 올라가면 안내판이 세로로 새워져 있어서 가까이 가지 않는 한 볼 수가 없다. 입구는 몸체의 얼굴인데 얼굴이 도드라지게 들어나지 않는 형국이다.

몰운대의 아름다움을 한시로 표현하고 있다.
▲ 몰운대 시비 몰운대의 아름다움을 한시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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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큰 해송이 촘촘히 들어서서 하늘을 가리고 있는 길이 초입부터 시작된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길을 솔잎냄새를 맡으면서 300여m 걷다보면 길옆 돌에 새겨진 시비를 보게 된다. 조선시대 동래부사 이춘원이 몰운대를 돌아보고 읊은 시다.

   호탕한 바람과 파도는 천만리로 이어지고[浩蕩風濤千萬里]
   하늘가 몰운대는 흰 구름에 묻혔네[白雲天半沒孤臺]
   새벽바다 돋는 해는 붉은 수레바퀴[扶桑曉日車輪赤]
   언제나 학을 타고 신선이 온다[常見仙人賀鶴來].

원래 다대초등학교 자리에 있던 것을 1970년에 현 위치로 옮겨 원형대로 복원한 건물.
▲ 다대포 객사 원래 다대초등학교 자리에 있던 것을 1970년에 현 위치로 옮겨 원형대로 복원한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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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발걸음을 옮겨 얼마를 걷다보면 팔작지붕을 한 건물을 만나게 되는데 이 건물이 '다대포 객사'다.  원래 객사라는 곳은 지방 관리가 대궐을 향해 망배를 드리기도 하고, 다른 나라의 사신이 올 때는 숙소로도 사용되던 관청 건물을 말한다. 부산에는 과거 여러 동의 객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이 몰운대의 다대포객사만 남아 있어서 그 역사적 가치가 높다.

우측 길은 일반인 출입금지구역이며 몰운대 곳곳에 경비벙커가 남아 있다. 간첩출몰위험지역으로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 세갈래 길 우측 길은 일반인 출입금지구역이며 몰운대 곳곳에 경비벙커가 남아 있다. 간첩출몰위험지역으로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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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길이 갈라지는데 오른 쪽으로 가면 가장 끝자락이자 바다를 한 눈에 굽어보는 위치에,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선봉장으로 활약하다가 이 곳 앞바다에서 전사한 녹도만호  정운(鄭運)의 순의비(殉義碑)가 있다. 정운 장군은 이 곳 지명을 듣자 운(雲)과 운(運)이 같은 음인 것을 알고 "내가 이 대에서 죽을 것이다.(我沒此臺)라고 예언하였다는 고사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정운 장군의 순의비는 군사보호지역에 위치해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참게가 두 집게발을 벌리고 있는 지형이다.
▲ 몰운대 지형도 참게가 두 집게발을 벌리고 있는 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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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몰운대의 지형에 대해서 얘기하고 넘어가자. 몰운대는 16C 이전만 해도 섬이던 것이 낙동강 하구에서 밀려온 토사가 쌓이면서 육지와 연결이 되었다고 한다. 연결된 모래톱의 오른 편이 다대포 해수욕장이 되었고, 왼 편이 다대포 어항이 되었다.

몰운대에서 남녁으로 눈을 돌리면 보이는 쥐모양의 섬
▲ 쥐섬 몰운대에서 남녁으로 눈을 돌리면 보이는 쥐모양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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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운대의 지형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한 마리의 참게가 양 집게발을 벌리고 있는 형상이다. 왼 집게발 끝은 '화손대(花孫臺)' 오른 집게발 끝에는 '장운대'가 있다. 장운대가 있는 곳은 현재도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여 있다. 몰운대라는 이름도 이곳이 안개와 구름이 끼는 날에는 섬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구름 속에 빠진 곳'(沒雲臺)이라는 시적인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자갈이 많이 깔려 있는 반원형의 아늑한 해안이다.
▲ 자갈마당 자갈이 많이 깔려 있는 반원형의 아늑한 해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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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에서 왼 쪽으로 내려간다. 참게의 눈 위치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앞에 펼쳐진 푸른 남해와 웅크린 쥐모양의 쥐섬을 보면서 심호흡 한번 깊게 하고 눈 한번 크게 떠 본다.
맑은 날에는 일본 대마도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마음이 맑아지면 심안이 열려 왜곡된 세상사도 바르게 깨뚫어 볼 수 있을까.

작은 백사장으로 가족나들이 장소로 적합하다.
▲ 모래마당 작은 백사장으로 가족나들이 장소로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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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오른 쪽 뒤편 자갈마당의 자갈이 햇빛에 빤짝거리고, 왼 쪽 뒤편에 있는 모래마당의 모래는 양털처럼 보드랍다. 빤짝이는 자갈과 양털 같은 모래가 보석처럼 눈부시다. '생활(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라'고 푸시킨은 노래했지만, 나는 양털 같은 모래처럼 슬퍼하고, 빤짝이는 자갈처럼 노여워하면서 살고자 한다. 슬퍼하거나 노여워하는 감정이 없다면 어찌 부조리한 현실을 깨뜨릴 용기와 행동이 나올 수 있겠는가.

[주: 전망대라는 곳이 망루가 있는 것도 아니고 표지판도 없다. 단지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공터에 불과하다. 그래서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화손대로 가는 숲속길 중 흔들거리는 다리가 있다.
▲ 흔들다리 화손대로 가는 숲속길 중 흔들거리는 다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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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손대로 가는 길은 숲속길이다. 어떤 이는 몰운대의 산책길이 해안길이 아닌 것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산 능선을 타는 산길도 해안길 못지않은 매력 있는 길이다. 계속 펼쳐진 바다만 보고 걷는 길보다 하늘로 죽죽 뻗은 소나무 사이로 얼핏얼핏 보일 듯 말듯 하는 바다경치가 우리 눈을 더 즐겁게 해 준다.

경사가 급한 길로 훼손이 심해서 보수가 시급하다.
▲ 바닷가로 가는길 경사가 급한 길로 훼손이 심해서 보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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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손대에서 건너다보이는 부산 감천항, 그리고 올망졸망한 섬들, 솔섬, 망사섬, 형제섬, 머리섬, 저 멀리 주전자섬도 보인다. 눈 끝에는 부산 송도의 안남공원 끝머리가 아련하게 떠 있다. 화손대 꼭대기에서 다리품을 팔 각오를 하고,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좁은 비탈길을 7~8분 걸어 내려가면, 해식(海蝕)으로 이루어진 해안단애, 해안동굴, 너럭바위 등 해안이 보여줄 수 있는 비경을 만날 수 있다.[어디에도 화손대란 표지판은 없다.]

해식으로 만들어진 단애, 쓰레기가 많아 눈에 그슬린다.
▲ 해안단애 해식으로 만들어진 단애, 쓰레기가 많아 눈에 그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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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명 혹은 수백명이 들어설 수 있는 넓고 평평한 바위군
▲ 너럭바위 수십명 혹은 수백명이 들어설 수 있는 넓고 평평한 바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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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손대 지역의 넓은 공터에 설치한 족구장과 배드민턴장을 지나 숲길로 들어서면 이번에는 다대포 어항과 다대포 아파트단지를 바라보면서 걷는 해안길이 나타난다. 이 길을 계속 따라가면 우리가 처음 들어왔던 몰운대 입구로 나오게 된다. 몰운대의 전체 면적은 506,000㎡이며 일주로가 약 3km 정도로 이것저것 눈여겨보면서 걷더라도 약 2시간이면 충분하다.

화손대 구역에 있는 족구장과 쉼터
▲ 족구장 화손대 구역에 있는 족구장과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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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몰운대가 해돋이와 해넘이의 사진을 찍는데 는 그럴 수 없이 좋은 장소라고, 사진작가들 사이의 입소문이 퍼져 있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출과 일몰장면을 한 장소에서 그것도 하루에 모두 찍을 수 있는 곳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발치의 흙이 파여서 앉으면 발이 덩그라니 들린다. 거인 의자가 되었다.
▲ 거인 의자 발치의 흙이 파여서 앉으면 발이 덩그라니 들린다. 거인 의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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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부산몰운대, #명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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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어난 해: 1942년. 2. 최종학력: 교육대학원 교육심리 전공[교육학 석사]. 3. 최종이력: 고등학교 교감 명퇴. 4. 현재 하는 일: '온천세상' blog.naver.com/uje3 (온천사이트) 운영. 5. 저서: 1권[노을 속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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