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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의 불균형이 극심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자동차 분야를 더 양보한다니, 굴욕적이다. 차라리 전면 재협상을 하는 게 낫다."

 

이명박 대통령의 자동차 분야 재논의 발언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한미FTA 전문가인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20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재협상은 없다"고 공언한 이명박 정부가 결국 한미FTA에서 유일하게 한국의 입장이 조금이나마 반영된 자동차 분야마저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후퇴시키려 한다는 게 이해영 교수의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자동차가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면 우리는 다시 이야기할 자세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것이지, 재협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MB 발언으로 자동차 분야 부속협정, 재협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해영 교수는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자동차 분야 재논의는 '부속 협상', 더 나아가서는 재협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선거 전부터 한미FTA의 자동차 분야를 여러 차례 비판하고, 우리 정부도 '재협상은 없다'고 말한 상황에서 자동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오래 전부터 부속서를 만드는 '부속 협정(side agreement)'이 언급됐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 역시 이를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지난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 때도 사용한 적이 있는 방식이다. 미국은 당시 협정문을 그대로 둔 채, 부속협정을 통해 자국쪽의 유리한 방향으로 환경·노동 분야 조항을 수정하거나 추가했다.

 

또한 이해영 교수는 "지난 수십 년 간의 한미 외교사를 살펴보면, 미국은 목표가 정해지면, 무조건 관철시켰다"며 "최악의 경우, 미국은 협정문을 수정해야 하는 수준의 요구를 해올 수 있다"고 밝혔다.

 

"내줄 것 없는 자동차 분야에서 또 양보하는 것은 굴욕"

 

 

문제는 자동차 분야 부속 협정이든 재협정이든 한국에 더욱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미FTA 협정문에 따르면, 한국은 자동차 전 분야 관세(8%) 즉시 철폐 등을 약속했다. 미국은 3000㏄미만 승용차 관세(2.5%)를 즉시 철폐하고 나머지(픽업트럭 제외)는 3년 내에 철폐하겠다고 했다.

 

이 교수는 "미국 의회와 무역대표부 자료를 살펴본 결과, 미국은 미국시장의 관세 철폐시기를 미국 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과 연동시키자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 차의 한국 시장이 점유율이 20%에 이를 때까지 미국시장의 관세 철폐를 유예하거나 단계적으로 철폐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시장에서 팔린 미국차는 6980대로 시장점유율은 0.7%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한국 차의 상당수가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가 미국의 관세 철폐를 보장받았다고 해도 기존 자동차 분야에서는 큰 실익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여기에 미국 차의 시장 점유율을 보장해주는 쪽으로 한국 정부가 양보한다면, 굴욕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왕 자동차 분야 부속협정이나 재협상에 나서게 된다면, 국민 경제에 실익이 가는 방향으로 협정문을 다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공정무역 내용을 담은 신통상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법안과 한미FTA가 충돌하는 부분이 많다. 결국 우리 정부가 신통상법안을 바탕으로 농업·서비스·투자·금융·지적재산권 등 불평등한 독소 조항 개정을 요구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태그:#한미 자유무역협정, #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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