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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와 아산시의 자치단체 자율통합 추진이 사실상 무산됐다. 최근 행정안전부(행안부)의 주민 의견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많아 천안과 아산은 자치단체 자율통합 추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국 지난 몇 달동안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천안.아산 통합 사안은 성과는 고사하고 두 지역간 갈등의 골만 심화시킨 꼴이 됐다. 특히 주민대표기구로 여론을 앞세워 아산과 통합 추진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헛물만 켠 천안시의회(의장 류평위)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통합 찬성, 천안 80.6%, 아산 19%로 엇갈려

 

지난 10일 행안부는 '자치단체 자율통합 지원을 위한 주민 의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치단체 통합에 관한 주민 의사를 확인하느라 행안부가 주관한 이번 조사는 천안과 아산을 비롯해 자율통합건의서가 접수된 전국 18개 지역, 46개 시.군 주민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의견조사는 한국갤럽 등 4곳의 전문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컴퓨터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실시됐다.

 

조사 결과 행안부는 찬성률이 높은 전국 6개 지역, 16개 시.군은 이달 중 해당 지방의회 의견을 수렴해 통합에 필요한 후속 절차를 밟는다고 밝혔다. 천안과 아산은 찬성률이 저조해 통합추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천안과 아산 각각 5백명 총 1천여명의 주민이 참여한 행안부 주민의견조사에서 천안은 80.6%가 통합에 찬성했다. 반대는 19.4%로 조사됐다. 아산의 찬.반 분포는 천안과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천안.아산 통합에 찬성한다는 아산지역 응답은 19%에 머물렀다. 반면 찬성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81%를 차지했다.

 

자치단체 통합에 천안은 찬성 의견이 우세했지만 아산의 반대의견이 그에 못지않게 비등하는 등 지역간 현격한 의견차가 입증되면서 행안부는 천안과 아산을 자치단체 자율통합 추진 대상에서 제외로 분류했다.

 

이번 주민 의견조사 결과로 지난 8월말 행안부의 '자치단체 자율통합 지원계획' 발표 후 표면화된 천안과 아산의 통합 추진 논란은 일단락 맺게 됐다. 그러나 남긴 상처도 적지 않다.

 

천안.아산 통합 추진 논의는 먼저 정치권에서 지폈다. 지난 9월 14일 양승조 국회의원은 천안.아산 통합에 대한 자체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하고 두 지역간 통합 논의를 제안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천안시장 후보로 출마한 구본영씨가 이사장인 천안시정발전연구센터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갖고 '천안과 아산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시정발전연구센터는 주민서명운동에 착수, 4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천안.아산 통합건의서를 9월 21일 접수했다.

 

천안시의회도 천안.아산 통합 추진에 합류했다. 시의회는 통합 추진 논의가 대두되자 1000만원의 예산을 서둘러 집행해 지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천안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결과 천안시민의 77.2%가 '아산과 통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시의회는  9월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행안부에 천안.아산 통합건의서를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튿날 류평위 의장은 충남도를 방문해 통합건의서를 직접 접수했다.

 

건의서 접수 뒤 뒷짐만 진 천안시의회

 

지난 9월 22일 기자회견에서 천안.아산 통합을 '역사적 사명'이라고 언급한 류평위 의장은 "필요하다면 의회 차원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며 시민단체와도 연계해 (천안.아산 통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의서 접수 후 행안부의 주민 의견조사 결과 발표 시점까지 천안시의회는 뚜렷한 후속 행보가 없었다.

 

임시회가 열렸지만 특위구성 안건은 제출조차 되지 않았다. 통합건의서를 접수한 사실이 알려지며 천안시의회를 비난하는 아산지역 여론은 들끓었지만 천안시의회는 통합의 상대인 아산지역 기관.단체나 주민들과 의회 차원에서 공식적인 회동 한번 갖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천안시의회가 신중치 못한 행보로 두 지역간 관계 악화만 초래했다고 비판한다.

 

정병인 천안아산경실련 사무국장은 "통합 추진에 대한 구체적 준비도 없이 천안시의회가 너무 섣불리 행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천안.아산 통합을 시의회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구체적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 통합에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하고 소통했어야 했다"며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시의회가 회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평위 시의회 의장은 "통합에 반대하는 아산의 분위기가 강경해 자극이 될까봐 시의회 활동이 조심스러웠다"며 "심도있게 시간을 갖고 더 지켜봐야 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안부의 자치단체 자율통합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천안.아산 통합과 관련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잠복해 있다.

 

통합건의서를 제출한 또 한 당사자인 천안시정발전연구센터는 행안부의 주민 의견조사 결과 발표 뒤 자신들의 입장을 내놓았다. 논평에서 시정발전연구센터는 "정부 여론조사결과는 천안아산 통합문제에 대한 종지부가 아니라 시대 흐름에 따른 새로운 발전 프로젝트인만큼 통합이 이루어질 때까지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정발전연구센터는 "차후 통합논의에서는 찬성 필요성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통합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시도할 계획"이며 "분야별 정책토론회 개최, 자료수집 확대, 연구조사활동 등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50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천안시의회, #천안아산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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