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즈음 세상 사람들 참 믿음이 없다. 종교적으로는 맹목적인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조차, 사람과 사람의 믿음은 그리 많지 않은가 보다. 장에 나가서 돌아다니다 보니, 장 한편에 나무를 파는 차가 보인다. 나무를 심을 철도 아닌데, 웬 나무를 다 팔까 하는 생각으로 다가가 보았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감나무에 감이 달렸는데, 모두 스카치테이프로 칭칭 묶어놓았다.

 

"아저씨, 이 감들은 왜 이렇게 스카치테이프로 감아 놓았나요?"

"감이 떨어질까 봐요."

"아니 떨어지면 어때서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우리들에게 가슴은 있는가?' 싶었다. 사연인 즉, 아무리 감나무에 감이 많이 달린다고 말을 해도 이렇게 보여주지 않으면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감이 떨어지지 않게 테이프로 고정시켜서라도 감이 많이 열리는 나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주인장의 설명이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믿기는 하나요?"

"믿기는요. 어떤 사람은 제 나무에 감이 아니라고 잡아당겨 보기도 하는 걸요"

"그러다가 감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사람들은 그런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생각도 안해요. 그저 확인하느라고 그랬다고"

 

참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하긴 우리 주변에 믿을 만한 것이 별로 없다. 사회가 온통 거짓투성이니 누굴 탓할 것인가. 우리 사회에 과연 믿음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파는 사람이 하루 아침에 사이트를 없애는가 하면, 좋은 물건이라고 해서 주문하면 썩은 것들이 배달되는 세상이다. 거기다가 제 입으로 철석같이 약속을 한 사람들이, 자리가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약속을 어기기가 일쑤다. 도대체 무엇 하나 신뢰를 할 만한 것들이 없으니, 누굴 탓할 수도 없다.

 

믿음이 있는 사회.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는 그런 사회였다면, 이렇게 감나무 가지에 감을 테이프로 붙들어 매어놓지 않아도 될 것을. 애꿎은 감나무 앞에서 괜히 서글퍼진다.

 

"세상 참 살기 힘드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몰라요."

"앞으로 나아질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하는데."

 

말끝을 흐린다. 누구인들 그런 일에 대해 자신이 서지 않을 것만 같다. 장에서 만난 감나무에서 우리는 지금의 세상을 보게 된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갖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목이 터지게 물건을 사라고 고함을 치는 장이 있으니 말이다.


태그:#감, #감나무, #장, #세상살이, #믿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