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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다시 서해에서 남북한 해군의 교전이 벌어졌다. 북측의 남측에 대한 유화 움직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이후 남북관계의 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0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이 의도한 사건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2차 서해교전이 벌어진 2002년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다.

 

그는 "북측 함정이 이전과 달리 경고했는데도 돌아가지 않았고, 북측의 계속된 유화 제스처에 대해 남측이 호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면서 "게다가 남측에 대한 사과 요구가 서해함대사령부가 아니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에서 나왔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의 의도'에 대해 "북은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면서 상황을 관리해왔다"면서 "그러나 남쪽은 별다른 호응이 없는 가운데,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이 확정적인 상황에서 더 이상 남측과 화해국면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 "평양 개입 여부 분석 중"

 

정 전 장관은 또 "최근 남북접촉을 둘러싸고도 '북한이 몸이 달아있다'는 말이 나오는 등  북으로서는 대단히 자존심 상하는 상황이 계속됐다"면서 "실제 몸이 달아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몸 단 것이 사실이어도 기분 나쁘고, 아니어도 기분 나쁜 상황이다"고 상황론을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이어 "유화국면에 대한 군부의 제동인지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군부가 상황관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예후가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정운찬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우발적 충돌"이라고 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분위기를 내비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평양의 개입 여부에 대해 분석하고 있는데, 북이 먼저 사격을 했다는 점에서 지도부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후 남북관계에 끼칠 영향'에 대해 이 관계자는 "북한이 이후 어떤 스탠스를 잡고 나오느냐에 달렸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음은 정세현 전 장관과 나눈 문답 전문.

 

- 이번 교전 발생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나.

"북한의 의도가 있는 것 같다. 남북관계가 좋은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우발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북쪽 유화 제스처가 이어졌음에도 남측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북측은 이전에는 경고방송을 하면 물러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러 차례 경고했는데도 물러나지 않고 사격을 해왔다. 남측에 대해 계속 유화 제스처를 해오던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의도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남측에 대한 사과요구가 서해함대사령부가 아니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에서 나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처음부터 평양의 의지가 실렸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 북측이 의도한 것이라면, 그 배경은 무엇인가. 최근 북한은 대남 유화책을 계속해왔는데.

"북은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상황을 관리해왔다. 북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초청해 합의문까지 냈음에도, 금강산 관광재개는 안 되고 남쪽은 이산가족 상봉만 챙겼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체면 불구하고 인도적 지원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은 옥수수 1만톤이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특사조문단도 굴욕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

 

대북제재에 북한이 무릎을 꿇었다고 했고, 최근 남북접촉을 둘러싸고도 '북한이 몸이 달아있다'는 말이 나왔다. 북으로서는 대단히 자존심 상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실제 몸이 달아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몸 단 것이 사실이어도 기분 나쁘고, 아니어도 기분 나쁜 상황이다.

 

북은 남쪽에 이번 사건에 대해 계속 사과를 요구하고 나올 것이다.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이 확정적인 상황에서 더 이상 남측과 화해국면을 유지하지 않겠다,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되는 국면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유화국면에 대한 군부의 제동인지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군부가 상황관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예후가 좋지 않을 것 같다."

 

- 하지만, 북미대화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남북관계 악화는 북한에 부담스러운 것 아닌가.

"부담스러운 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보즈워스의 방북을 승인했고 발표만 남은 상황이라고 한다. 이건 중국을 비롯한 모든 관련국 그리고 북한에도 통보가 됐을 것이다. 이번 사건 때문에 미국이 이를 뒤집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시한이 조급할수록 강하게 나온다. 날짜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딴전을 피우다가도 임박해지면 강하게 나온다. 정부는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3월 글로벌 핵정상회의와 5월 핵확산금지조약(NPT) 점검회의를 앞두고 있다. 시간 여유가 있는 게 아니다."

 

"2002년에는 남북 핫라인이 있었고, 남북관계가 좋았다"

 

- 2002년 6월 29일 2차 서해교전 때 통일부 장관이었는데, 그때와 비교한다면.

"그때와는 평면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남북 간에 핫라인이 살아있었기 때문에 북에서 곧바로 평양 지도부의 뜻과는 무관한 사건이니, 오해 없기 바란다는 연락이 왔다. 정식 사과문을 보내겠다고 예고했고, 실제로 26일 만인 7월 25일에  사과문이 왔다. 그래서 장관급회담이 바로 열릴 수 있었다. 남북간 논의도 잘되는 상황이었고, 곧이어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방북하지 않았나."

 

- 남북 핫라인은 언제 끊긴 것인가.

"현 정부 들어서 끊긴 것으로 안다."

 

- 이번 사건이 옥수수 1만톤 지원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정부가 지난달 26일에 지원의사를 밝힌 뒤 북이 아무 말이 없다가 이번 사건이 나왔다. 북은 작년에 5만톤 주겠다고 한 것을 거부했는데, 지금 1만톤 제안은 희롱으로 생각하고 기분 나빠할 것이다."


태그:#서해교전, #정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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