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한국시각)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첼시전은 이번 2008~2009 시즌 정규리그 4연속 우승을 노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에게 전반기 중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최근 '부상진위논란'에 휩싸인 박지성은 올드 트래포드로 이적한 이후 큰 경기에도 여러 번 출전하고는 했지만, 이날은 TV로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맨유의 0-1 패배를 알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공식 웹 사이트

맨유의 0-1 패배를 알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공식 웹 사이트 ⓒ manutd.com

하지만 맨유가 0-1로 패배한 이번 경기는 이번 시즌 박지성이 다시 '빅포'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남겼다. 바로 그가 빈도를 달리할 뿐 자주 소화하는 좌우 포지션에서 플레이한 라이언 긱스와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명문팀 맨유의 주전으로 뛸 만큼 훌륭한 기량을 보였기 때문이다.

 

라이언 긱스와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활약

 

이날 가장 카메라에 많이 잡힌 선수 중 하나인, 37세의 라이언 긱스는 수비에서 이어지는 재빠른 역습상황에서 예전과 같이 빠른 스피드로 적진을 돌파하지는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는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전반 34분 역습상황에서 전력질주 끝에 가담한 공격상황에서 루니가 페널티박스 정면 부근에서 패스한 공을 달려 들어가는 안데르송에 절묘하게 찔러주는 준어시스트급의 패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후반 12분에는 역공상황에서 돌진하는 긱스를 태클을 통해서만 저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이바노비치가 옆에서 시도한 태클로 인해 경고를 받기도 했다.

 

첼시의 진형이 완성된 직후의 공격에서는 그의 진가가 본격적으로 발휘됐다. 왼쪽 측면에서 드리블하며 들어가다 수비수를 단 상태에서 나오는 땅볼패스와 예리한 곡선을 그리며 공중을 가르는 크로스는 위협적이었다.

 

경기스타일 역시 헌신적이다. 자신에게 기회가 와도 이번시즌에는 도움왕을 기록하겠다고 작정했는지 상대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달려들어가는 안데르송의 머리를 보고 공을 바라보는 선수들의 고개가 45도 이상 돌아갈 정도의 크로스를 선보였다.

 

그가 첼시전에서 보여준 경기는 이번 시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왜 프리미어리그 12경기에서 그를 7경기에 선발출전시켰는지(2경기 교체출전) 이해할 수 있는 증거였다. 긱스는 공격포인트로 1골과 5어시스트를 기록중이어서 통계적으로도 거의 모든 경기에서 그가 좋은 플레이를 펼친다는 것이 입증된다.

 

이번 시즌 위건 애슬래틱 FC에서 영입되자마자 정규리그 12경기 중 11경기에 나선 안토니오 발렌시아는 첼시의 다이아몬드 진형이 갖추어진 이후의 공격 역시 합격점을 줄 만했다. 후반 66분 오른쪽 측면에서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쇄도하는 웨인 루니에게 내준 패스는 루니의 슛팅력을 책망하고 싶을 만큼 좋았다.

 

박지성의 장점은 교집합, 그리고 그들만의 장점

 

한국 언론은 박지성의 장점으로 헌신적인 수비를 자주 언급한다. 한국사회에서는 '수비형 윙어'라는 단어가 풍자보다는 칭찬으로 쓰이는 것이다. 이날 긱스와 발렌시아는 첼시가 가공할 만한 집중력과 공격력을 갖춘 팀이라는 점을 감안했겠지만, 다소 지나치다고 싶을 정도로 수비 깊숙이 내려와 맨유가 프리킥 상황의 혼전에서 나온데다 오프사이드 판정시비를 부른 한 골을 제외하고는 필드골을 허용하지 않는데 공헌했다.

 

박지성의 또 다른 장기인 측면에서 중앙으로 드리블하면서 보여주는 움직임이나, 공을 가지지 않은 채 측면에서 정면으로 슬쩍 스며들며 상대의 전방에서 공격에 가담하는 움직임 역시 긱스와 발렌시아가 이미 갖춘 덕목이었다.

 

반면 긱스와 발렌시아는 박지성이 코너킥이나 프리킥찬스에서 나서지 못하는 키커다. 이날 긱스는 코너킥 상황마다 첼시의 페널티박스안에서 운집해있는 빨간색유니폼과 빨간색유니폼을 입은 이들의 머리를 보고 코너킥을 했다. 긱스가 교체아웃된 후에는 발렌시아 역시 코너킥을 올리기도 했다. 긱스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떠난 맨유의 넘버원 프리킥커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발렌시아도 상당수의 직접 골을 노리는 상황에서는 프리킥을 찬다.

 

경기 직후 두 선수는 모두 프리미어리그중계를 주관하는 <스카이스포츠>로부터 맨유 선수들 중 최고의 평점인 7점을 받으며 이날 좋은 경기를 펼쳤음을 인정받았다.

 

한편 '엎친데 덥친격'으로 후반 종반 긱스를 대신해 투입된 오베르탕 역시 프리미어리그 전반기 가장 중요한 이날의 경기에서 빠른 움직임과 문전에서의 위치선정 등으로 재능을 보여주며 박지성의 입지를 더욱 좁혔다.

 

박지성의 부상에 대한 의견은 그의 소속팀 감독과 국가대표팀 감독이 다르다. 문제는 박지성이 부상중이라고 해도, 현재 뛰는 선수들의 선전 때문에 부상에서 회복 후 경기에 복귀했을 때 주전자리를 꿰차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시즌 퍼거슨 감독은 지난 시즌 윙어 포지션의 선수들을 로테이션에 따라 경기에 투입시킨 것과는 달리,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만큼은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을 고집하고 있다.

 

'꿈의 무대' 프리미어리그데뷔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는 박지성이 부상에서 회복해 다시 정규리그에 선발출장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의 전매특허인 성실함이 요구된다.

덧붙이는 글 |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vs 첼시 FC 경기 결과

맨유 출전선수 - 판 데르 사르(GK) - 에브라, 에반스, 브라운, 오셰이 – 긱스, 캐릭, 플레쳐, 발렌시아(84' 오언), 긱스(84' 오베르탕) - 루니 /감독: 퍼거슨


첼시 출전선수 - 체흐(GK) - A.콜, 테리, 카르발류, 이바노비치 – 에시엔, 데쿠(62' J.콜), 램파드, 발락 – 드로그바(82' 칼루), 아넬카(90+2' 알렉스) /감독: 안첼로티


골 - 테리(75' 도움 램파드)

2009.11.09 08:26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vs 첼시 FC 경기 결과

맨유 출전선수 - 판 데르 사르(GK) - 에브라, 에반스, 브라운, 오셰이 – 긱스, 캐릭, 플레쳐, 발렌시아(84' 오언), 긱스(84' 오베르탕) - 루니 /감독: 퍼거슨


첼시 출전선수 - 체흐(GK) - A.콜, 테리, 카르발류, 이바노비치 – 에시엔, 데쿠(62' J.콜), 램파드, 발락 – 드로그바(82' 칼루), 아넬카(90+2' 알렉스) /감독: 안첼로티


골 - 테리(75' 도움 램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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