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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TV를 통해 소개되었던 자전거를 타는 오랑우탄 우탄이를 기억하시는지? 지난 9월 쇼동물 우탄이가 있던 주주동물원을 방문했다. 2004년 동물자유연대의 방문 이후 5년째의 방문이다.

만지는 것에 불과한 동물체험, 그 의미는?

주주동물원의 동물체험 프로그램. 아이들이 캥거루를 손으로 만지고 있다.
 주주동물원의 동물체험 프로그램. 아이들이 캥거루를 손으로 만지고 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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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동물원은 새로운 형태로 진화중이며 주주동물원이 그 대표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테마동물원. 이는 기존의 전시형 동물관에서 벗어나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만난다는 명목의 동물원이다. 그런데 이 만나고 참여하는 방법은 그저 사람들이 동물을 직접 만지는 것에 불과하다. 새로운 생물을 만져본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체험일 수는 있지만 문제는 그 행위의 이유와 결과 영향이다.

왜 굳이 만져봐야만 하는가? 만져 본 이후 동물에 대한 애정이 더 각별해지는가? 혹은 그 애정은 과연 올바른 방향의 애정인가? 주로 야생동물이며 인간과 산 역사가 지극히 짧은 동물들에게 가해지는 인간의 손길은 동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런 문제제기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주주동물원에서는 거의 모든 동물을 직접 만질 수 있다. 새와 아기동물 심지어 뱀 등의 파충류도 각 전시장에 들어가면 체험코너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퍼레이드 시간이 따로 책정되어 있어 원숭이, 뱀, 앵무새, 캥거루 등을 만지고 사진도 함께 찍을 수 있다.

우탄이의 뒤를 이어 쇼를 하는 오랑이
 우탄이의 뒤를 이어 쇼를 하는 오랑이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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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시간. 우탄이가 아닌 다른 오랑우탄 오랑이가 자전거를 타고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많은 아이들이 오랑우탄이나 원숭이, 뱀을 만지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 하지만 어른들은 마치 언젠가는 한번쯤 거쳐야할 통과의례인 것처럼 굳이 만져보기를 권유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만지고 있는 이 동물들은 그 동물 스스로가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습성 그대로가 아니다. 인간의 옷을 입고 인간이 요구하는 틀에 맞추어 행동하게 된다. 무엇보다 1년 365일 개장하는 주주동물원. 분명히 이 쇼동물들은 노동을 하고 있다. 월급도 휴일도 노후보장도 없다. 이미 몸집이 거대해져 더 이상 쇼동물로 적합하지 않은 우탄이는 이제 뒷방에서 전시된 채 사람들에게 먹이를 구걸하는 신세가 되었다.

먹이를 쥐어주며 "굴러!"를 외치는 관람객들. 사람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손을 내미는 우탄이는 열대우림의 거대한 숲에서 살며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영리한 영장류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먹이나 구걸하는 존재로 보여진다. 우탄이는 지금 9살이고 오랑우탄의 수명은 40년이다.

몇년 전 쇼 오랑우탄으로 소개되었던 우탄이.  지금은 몸이 커져 따로 쇼를 하지 않고 관람객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정도 선에서 전시된다.
 몇년 전 쇼 오랑우탄으로 소개되었던 우탄이. 지금은 몸이 커져 따로 쇼를 하지 않고 관람객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정도 선에서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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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탄이의 방
 우탄이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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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본 모습을 왜곡하는 동물쇼

아무리 환경개선을 한들 자연 상태와 같을 수 없는 동물원은 항상 비좁고 열악한 생활 환경이 문제시된다. 다양한 생태적 조건에서 살아온 동물들을 한정된 공간에서 관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환경개선에는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따라서 지자체와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동물원보다 지방의 동물원이나 개인기업 운영 동물원은 예산상의 문제로 더욱 열악한 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때 적자를 면하기 위한 방책이 바로 동물쇼이다. 주주동물원에서 대표적인 동물쇼인 악어쇼와 중국동물올림픽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대인기준으로 입장료 포함 14500원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한 가격으로는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동물쇼의 내용이다. 동물쇼는 동물의 본 모습을 왜곡해 인간의 우월한 지도 아래 재주를 부르는 저열한 존재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공을 타고 있는 반달가슴곰. 주주동물원의 대표적인 동물쇼 중국동물올림픽에서는 곰과 원숭이 사자가 각종 묘기를 한다. 이 부자연스러운 묘기를 하기 위해 동물들은 혹독한 훈련을 거쳐야 한다.
 공을 타고 있는 반달가슴곰. 주주동물원의 대표적인 동물쇼 중국동물올림픽에서는 곰과 원숭이 사자가 각종 묘기를 한다. 이 부자연스러운 묘기를 하기 위해 동물들은 혹독한 훈련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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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있는 반달가슴곰
 자전거를 타고 있는 반달가슴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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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물올림픽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곰과 원숭이와 사자들이다. 철봉, 평행봉, 허들, 줄넘기를 하는 반달가슴곰 줄타기를 하는 원숭이와 뜀틀을 넘는 사자는 분명히 자연적 상태의 동물이 아니다. 많은 조련사들은 먹이를 주며 칭찬과 보상으로 훈련한다고 주장하지만 막대기 등으로 툭툭 치고 부자연스러운 재주를 가르치는 과정자체가 동물들에게 매우 많은 공포와 스트레스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부자연스러운 행위를 동물에게 훈련시켜 선보이고 그것을 즐기는 행위 역시 자연스럽지 못하다. 악어쇼의 경우 쇼의 전반부가 물 안에 있는 악어의 꼬리를 잡고 억지로 끌어 올리는 것이 전부이다. 막대기로 악어를 툭툭치는 것은 예사롭게 벌어지는 행위이며 쇼의 처음부터 끝까지 거친 악어를 길들여 인간에게 복종하는 존재로 만드는 과정이다.

악어쇼의 내용은 악어를 억지로 무대위로 올려 그 위에 올라타거나 악어의 입에 손과 머리를 넣는 것이 전부이다.
 악어쇼의 내용은 악어를 억지로 무대위로 올려 그 위에 올라타거나 악어의 입에 손과 머리를 넣는 것이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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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의 본질을 다시 생각한다

근대적 동물원의 탄생이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은 동물원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측면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17-8세기 유럽의 탐험가들은 제 3세계의 이국인들을 데려와 전시하곤 했다. 시대는 변모했지만 타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제 3세계의 이국인들이 동물로 바뀌었을 뿐이다.

무엇보다 동물의 전시는 돈이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명분이 또다시 제기되었다. 야생동물보호구역. 그러나 영국의 동물단체 '캡스'(CAPS/The Captive Animals Protection Society)에서 작성한 <동물원의 현실>(The Reality of Zoo's)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만 여개의 동물원 중 멸종위기 동물들을 위한 공간은 고작 5-10% 정도이다. 결국 현재 동물원의 주 기능은 동물을 전시하고 시민들에게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휴양 레저공간으로서의 역할은 동물들의 조건을 개선시키기 더욱 어려운 조건으로 작용한다.
관람객에게 먹이를 구걸하는 원숭이. 동물원의 전시적 기능을 넘어 다른 차원의 체험이라고 하나 이 상황에서 동물은 애완동물처럼 인간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수동적인 존재로만 보이게 된다.
 관람객에게 먹이를 구걸하는 원숭이. 동물원의 전시적 기능을 넘어 다른 차원의 체험이라고 하나 이 상황에서 동물은 애완동물처럼 인간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수동적인 존재로만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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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관리에 아무리 투자해도 동물원은 근본적으로 동물들의 생태적 환경을 맞출 수 없다. 이 악어는 몸을 돌리기조차 어려운 좁은 우리에 살고 있다.
 시설관리에 아무리 투자해도 동물원은 근본적으로 동물들의 생태적 환경을 맞출 수 없다. 이 악어는 몸을 돌리기조차 어려운 좁은 우리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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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다양한 기후대에서 사는 동물을 무차별적으로 몰아넣는 동물원은 자체적으로 모순이다. 30도가 웃도는 한여름 기후를 경험해야 하는 북극곰의 삶은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물들이 휴일나들이에 필요한 눈요깃감의 존재 그 이상이 아닌 이상 입장료의 인상도 환경개선도 한계가 있다.

동물원의 적자운영은 동물쇼를 만연하게 하고 이는 동물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더욱 심화시킨다. 무엇보다 동물원의 동물은 동물보호법 상 적용의 대상이 아니다. '학대'에 관한 규정대로 심각한 물리적인 상해를 입히거나 죽이지 않는 이상 전시되고 오락거리가 되는 동물의 복지조건에 대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 동물원의 동물들이 아이들이 자연을 접하게 되는 최초의 관문이 되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한정된 공간에 앉아 무료하게 살고 있거나 인간의 옷을 입고 지시대로 묘기를 부리는 것이 동물에게 주어진 운명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아이들의 정서상에는 아무런 문제는 없을까. 우리의 미래와 관련된다면 이는 결코 가벼운 문제는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동물자유연대 매거진 <함께 나누는 삶> 겨울호와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태그:#주주동물원, #동물체험관, #동물쇼, #전시오락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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