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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과 세종시를 둘러싼 국회 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미디어법 재개정과 세종시 원안추진을 위한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반면 "미디어법 처리는 국회법 절차 위배"라는 헌재 결정에 따라 궁지에 몰리게 된 김형오 국회의장은 야당의 사퇴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미디어법 재개정은 없다"(안상수 원내대표)는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 예산심의를 앞둔 11월 국회에 또 한 차례 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3일 벌어진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강래 원내대표 사이의 '험악한' 말싸움은 이런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의장실 점령한 야당의원들 "미디어법 재개정-사퇴요구에 대한 입장 밝혀라"  

 

민주당의 이 원내대표와 우윤근·김재윤·우제창·박은수·홍영표·조배숙, 자유선진당의 류근찬 원내대표와 김창수, 창조한국당 유원일 등 야당 의원 15명은 이날 오전 11시 본회의 산회 직후 김형오 국회의장을 항의방문했다. 헌재 결정에 따른 미디어법 재개정과 김 의장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야당 의원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돌아가며 김 의장을 몰아세웠다. "야당 원내대표가 좋은 모습으로 찾아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는 말로 포문을 연 이 원내대표는 "김 의장은 헌재 결정에 따라 책임지겠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는데, 신문법과 방송법이 위법하다는 헌재 결정이 나왔다"며 "국회에서 위법사항을 해소하라는 헌재 결정을 어떻게 풀 것이냐"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또 "7·22 치욕적인 사건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김 의장의 상습화된 직권남용을 없애야 한다, 앞으로 직권상정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할 생각이 없느냐"고 압박했다.

 

류근찬 원내대표는 2일 의사진행발언 순서를 놓고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소란에 대해 김 의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대통령 시정연설 뒤에 의사진행발언권을 준 김 의장을 향해 "국회의 권위를 찾는데 의장이 노력해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의장이 나서 대통령이 시정연설하러 국회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창수 의원도 "대통령 시정연설 대독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주는 게 국회법에 맞다"면서 "김 의장이 있는 법도 못 지키면서 어떻게 국회선진화를 위한 새로운 법을 만들라고 하는거냐"고 비난했다.

 

이날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 순서를 문제삼았지만, 이들의 항의는 정부의 세종시법 수정 움직임에 닿아있다. 전날(2일) 이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에 나서라고 촉구한 것도 세종시 축소 의혹을 추궁하기 위해서였다.

 

이밖에 "김 의장이 사퇴해야 한다"(민주당 홍영표)거나 "비교섭단체도 발언권을 줘야 한다"(창조한국당 유원일)는 등 갖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김형오 "미디어법 무효되면 사퇴하려 했지만..." 야당 요구 거절

 

하지만 김 의장은 야당의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김 의장이 훈계하는 투로 답변하자 국회의장실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김 의장은 의사진행발언 순서를 뒤로 옮긴 데 대해 "본회의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는 것은 전적으로 사회권을 쥔 의장의 결단"이라며 "일단 의장이 결단했으면 따라줘야 한다"고 야당의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그는 자유선진당을 향해 "자기 주장만 하고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는 등 모습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고 타이르듯 말했다.

 

김 의장은 또 야당의 사퇴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만약 헌재 결정으로 미디어법이 무효라면 즉각 국회의장직을 그만두려고 했다"면서도 "제 행위는 제가 책임진다, (야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한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 제 신상에 대해 자꾸 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해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디어법 재개정은 양당 원내대표가 협상하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김 의장의 답변이 끝나자 회의용 테이블에 둘러앉은 의원들은 여기저기서 "그렇게 말하시면 안 된다", "제가 한마디 하겠다"고 고함을 쳤다.

 

가장 흥분한 사람은 이강래 원내대표였다. 그는 "김 의장 답변을 들으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면서 "그런 입장이라면 왜 국회의장실에 계시나, 그렇게 소신 없이 왜 여기 앉아 있느냐"고 벌컥 화를 냈다.

 

이 원내대표가 흥분하자 "웃으며 얘기하자"던 김 의장도 가만 있지 않았다. 김 의장은 "야당 원내대표가 그렇게 말씀하시면 실망스럽다. 만약 내가 원내대표를 사퇴하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맞받아쳤다. 또 "야당 원내대표가 그렇게 막말을 하시면 안 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 원내대표는 "더 이상 여기 앉아 있을 수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뒤따라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들도 국회의장실을 떠났다. 양쪽 모두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뒤였다.

 

민주당-자유선진당, '미디어법-세종시' 공조 움직임 

 

이날 김 의장과 이 원내대표의 '설전'을 시작으로 미디어법 2라운드의 막이 오르게 됐다. 민주당은 오는 5일 미디어법 폐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4일 저녁에는 이강래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비공개 만찬을 가지면서 미디어법 재논의를 설득할 예정이다.

 

장외투쟁에도 시동이 걸리고 있다. 민주당 무효언론악법투쟁위원회(위원장 박주선)는 이강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연설 직전인 4일 오전 9시30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미디어법 재개정 촉구' 항의집회를 열기로 했다. 주말에는 언론노조와 함께 대규모 집회를 열 구상도 하고 있다.

 

민주당은 미디어법 투쟁에 자유선진당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세종시'를 고리로 한 공조가 이뤄지고 있어, 얼마든지 연합전선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정부의 세종시법 수정 시도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세종시에 관한 소모적인 한나라당 내부갈등을 보기만 해도 역겹다"며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논란을 중단시키고 국정이 정상적으로 갈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정책위의장도 "정운찬 총리 뒤에 아무리 꼭꼭 숨어도 머리카락은 보인다는 것을 이명박 대통령은 명심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다.

 


태그:#김형오, #미디어법, #이강래, #민주당,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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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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