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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버려진 유기견
 섬에 버려진 유기견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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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SBS <TV 동물농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경상남도 끝 통영에서도 배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한다는 섬 욕지도. 찬 바람이 몰아치는 부둣가 한구석, 농가의 트랙터 밑, 겨우 비만 피할 수 있는 처마 밑에 사람들이 버린 양심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모두 휴가차 섬을 방문한 사람들이 버리고 간 유기견들입니다. 동물농장에서 파악한 숫자만도 50-60마리.

동물병원조차 없는 그 섬에서 떠도는 개들은 누가 봐도 도시에서 키워졌을만한 반려견들이었습니다. 끊임없이 털이 자라는 장모종들과 추위와 더위, 질병에 약한 다양한 실내견들. 자라는 털을 그냥 두면 각종 피부병이 생기기 쉽고 건강상태도 장담할 수 없었으며 무엇보다 낯선 곳에 버려졌다는 두려움과 공포는 극심할 것입니다. 미용과 치료, 불임수술, 입양 등이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

9월 17-19일 우리는 섬의 유기동물들을 치료해줄 수의사선생님들, 동물농장팀, 미용을 도와줄 자원봉사자들과 후원품을 싣고 욕지도를 찾아갔습니다.

아름다운 섬 욕지도의 풍경. 이 곳에 버려진 개들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아름다운 섬 욕지도의 풍경. 이 곳에 버려진 개들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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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둣가 앞에 자리를 잡은 봉사팀의 본부
 부둣가 앞에 자리를 잡은 봉사팀의 본부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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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둣가에 터를 잡고 현수막을 붙이고 치료와 미용을 한다고 마을분들께 알렸습니다. 미용을 하러 오신 봉사자분들은 첫날 예방접종을 하러 오신 분들의 유기견에게 그리고 둘째날은 13마리를 거두고 계신 분의 집으로 그리고 외진 곳에 사셔서 개들을 데리고 올 수 없는 분들의 집으로 직접 찾아갔습니다.

함께 동행한 수의사 선생님께서 개들의 상태를 점검했습니다. 버려진 개들 중 해봉정식당 주인아주머니가 거둔 4마리와 같은 식당 아주머니가 거둔 13마리 그리고 젊은분들이 거둔 소수의 몇 마리를 빼고 주민들이 키우는 개들은 90% 이상이 심장사상충에 감염이 되어 있었고 외부기생충이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모기에 의해 감염이 되는 심장사상충은 개들의 심장에 서식하며 그 수가 많아지면 혈관을 막아 급사를 일으킵니다. 유기견들 질병에 대해 둘째 날은 하루 꼬박 수술이 진행되었습니다. 유기견들은 여러 곳을 떠돌아다니며 번식을 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더 많은 유기견을 만드는 결과를 낳습니다.

유기견들의 미용을 해 주고 있는 미용봉사자분들
 유기견들의 미용을 해 주고 있는 미용봉사자분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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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도의 유기견들을 치료해 주고 계신 수의사 선생님
 욕지도의 유기견들을 치료해 주고 계신 수의사 선생님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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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도에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은 곳곳에 먹기 위해 키우는 개들을 보게 된 사실입니다. 섬은 특징상 육지와 동떨어져 있어 문화적으로 도시의 변화를 늦게 받아들이게 마련입니다. 도시에서는 개식용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지는데 아직까지 섬에서는 보편적인 일인 것입니다. 사료가 아닌 먹다 남은 잔반을 주며 키우는 개들은 대부분이 식용으로 길러지는 것이라고 마을 주민분이 증언하였습니다.

욕지도의 유기견들이 화제가 된 것은 몇몇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이 사실을 알리며 도움을 요청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 몇 분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유기견들 보호를 해 주셔서 그렇지 대다수 섬주민들은 반려견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며 섬 유기견들을 성가시고 귀찮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내년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 또다시 섬은 버려지는 개들로 넘쳐날 것입니다. 주인의 손에 이끌려 낯선 섬에 던져진 개들은 잡혀가거나 로드킬을 당하거나 쥐약을 먹고 비참한 생을 마감하게 될 것입니다.

섬주민들이 식용견이라 부르는 개들입니다.
 섬주민들이 식용견이라 부르는 개들입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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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섬의 개들을 다 구조하자고 말합니다. 모금을 해서 땅도 사고 보호소도 짓자고 하십니다. 하지만 현실은 뒷받침을 못해줍니다. 또한 이것은 일시적인 해결방법이며, 사람들 인식을 이끌어 내어 이런 일들을 근본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우리나라 동물들의 미래는 암담할 뿐입니다. 모든 문제는 사람들이 변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바꿀수는 없지만 우리는 한걸음 한걸음, 그리고 이런 기회를 통하여 보다 열정적으로 뜻을 모을 때에 이 불행한 일들을 멈추는 것을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욕지도에서 구조되어 올라온 삼남매를 소개합니다. 폐가의 창고안에서 온몸이 진드기로 덮혀있던 어린 득이, 로드킬을 당할뻔 했던 룩이, 13마리를 거두고 있는 식당아주머니네의 막내공주 양양입니다. 난생 처음 차도 타보고 높은 빌딩도 본 아직은 어린 강아지들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 아가들의 평생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욕지도에서 올라온 득이,룩이,양양이 인사드립니다
 욕지도에서 올라온 득이,룩이,양양이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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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유기견, #유기동물, #동물학대,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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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 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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