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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 임용시험 장소인 서울 자양고등학교 앞에 가득 모여서 수험생인 선배들을 응원하고 있는 후배들.
 초등교사 임용시험 장소인 서울 자양고등학교 앞에 가득 모여서 수험생인 선배들을 응원하고 있는 후배들.
ⓒ 이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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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2010년도 초등학교 교사 1차 임용시험이 전국 16개 시·도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1만 7천여 명(원서접수 기준)의 예비 교사들이 선생님이 되기 위한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시험장으로 향했다.

이날 임용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의 모습과 심경을 가상일기로 작성해봤다.

때르르릉.

이른 아침, 알람시계 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밤새 잠을 설치게 했던 긴장감이 조금도 가시질 않았다. 휴, 깊은 숨을 내쉬며 찬물로 얼굴을 적셨다. 결국, 결전의 날이 밝았다.

오늘(11월 1일)은 1차 임용시험 날. 초등학교 선생님을 꿈꾸며 교대에 입학한 후 어느덧 4년이 흘렀다. 내 나름 열심히 달려온 지난 시간들. 오늘 시험 한방이 결과적으론 나의 지난 노력들의 가치를 결정지을 것이다. 엄마도 덩달아 긴장하셨나보다. 말없이 차려주신 따뜻한 아침밥을 먹고 결연히 집을 나섰다.

시험장소인 J중학교에 거의 다 와 시계를 보니 오전 8시. 시험 한 시간 전이다. 시험장으로 향하는 골목길은 차들로 꽉 막혀있었다. 골목의 한 편에선 두 손을 꼭 잡은 모녀가 간절히 기도를 올리고 있었고, 10여 명이 한데 모여 통성기도를 부르짖기도 했다. 그런 모습들을 보니 나도 어딘가에 기도를 올리고만 싶어졌다. "지켜주소서, 도와주소서" 그들처럼 나도 읊조려본다. 

학교 정문이 가까워 올수록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응원 나온 후배들이 한가득이다. 후배들은 피켓과 현수막을 흔들며 연신 응원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임고대박", "임고의 신", "임고합격 olleh!!", "1차에 원고, 논술에 투고, 면접에 쓰리고", "합격 참 쉽죠잉~!"

재치 넘치는 각종 응원문구들을 보니 긴장을 뚫고 잠시 웃음이 나온다. "선배!",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동아리 후배들이 모여 있었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비타민드링크, 사탕, 초콜릿 등도 건네받았다. 오전 7시부터 나와 있었다면서도 밝게 웃고 있는 후배들 덕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등 뒤에서 울리는 "선배, 파이팅!" 구호를 들으며 시험장 문을 들어섰다.

엄마, 후배들 그리고 훗날 만나게 될 나의 아이들(제자들). 그들을 다시금 떠올리며 임용시험에 임하는 결의를 다졌다. 반드시 합격하자! 시험 첫 시간 시작의 벨이 울린다. 자, 이제 고치를 벗고 나비로 부화할 시간이다.

교대졸업=초등교사? 치솟은 경쟁률에 이젠 옛날이야기

초등교사 임용시험 장소인 서울 자양중학교 앞에서 수험생인 선배를 응원하고 있는 후배들. 수험생 선배 앞에서 현수막을 흔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초등교사 임용시험 장소인 서울 자양중학교 앞에서 수험생인 선배를 응원하고 있는 후배들. 수험생 선배 앞에서 현수막을 흔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 이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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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7천여 명의 수험생 개개인은 이렇게 나름의 다짐을 안고 임용시험에 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 넷의 하나(원서접수 경쟁률 기준)만이 선생님으로 임용될 수 있다.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지원자 수가 임용정원에 못 미쳐 '교대졸업=초등교사 임용'이란 공식이 성립됐었지만 이제는 다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교원 수급의 불균형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초등교사 신규채용 인원이 크게 줄어들며 임용 경쟁률이 치솟았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각 시·도 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초등교사(유치원, 특수 교사 등 포함) 모집인원은 지난해보다 1000여명이 줄어든 4960명이다. 초등교원 임용규모는 지난 2004학년도 9395명으로 최고점을 찍었고 이후 2005학년도 6050명, 2006학년도 6585명, 2007학년도 4433명으로 줄었다가 2008학년도 5727명, 2009학년도 5868명으로 반등했으나 올해 다시 4000명대로 떨어졌다.

이토록 신규 임용의 기회가 준 데에는 명예퇴직교사의 감소도 한 몫 한다. 올해 퇴직 교원수는 2007년의 7727명보다 2000여 명이나 줄었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정부의 교원 감축 계획에 있다. 교과부는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논리를 앞세워 신규 임용규모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성희 교과부 학교자율화추진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교원 수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에 못 미치는 상황이긴 하지만 출산율 저하로 학령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여서 무작정 교대 정원과 교원 임용 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나향욱 교과부 교직발전기획과장도 언론을 통해 "장기적으로 교대와 종합대의 통폐합을 통해 교대를 졸업하고 교직 이외의 분야로 진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교사를 목표로 하는 학생 수 자체를 줄여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원수 감축=MB의 철학 없는 교육관, 교육의 공공성 훼손"

서울교대 캠퍼스에 걸려있는 현수막. "무기한 알바인생"이란 말에서 교대생들이 느끼고 있는 불안함을 읽을 수 있다.
 서울교대 캠퍼스에 걸려있는 현수막. "무기한 알바인생"이란 말에서 교대생들이 느끼고 있는 불안함을 읽을 수 있다.
ⓒ 이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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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에 대해 교대 학생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 11개 교육대학 학생들은 지난달 교육여건 개선과 교육예산 삭감 중단을 요구하며 동맹휴업을 실시했고, 두 차례에 걸쳐 정부과천청사 및 중앙청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벌였다.

전국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교대협)는 "현재 OECD 가입국의 교원 1인당 학생수가 평균 16.2명인데 반해 한국의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26.7명에 달한다"며 "정규교원을 OECD수준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해 정부의 '교사 과잉' 논리를 반박했다.

이어서 이들은 정부의 내년 교육예산 9000억원 삭감안은 교원수급에 차질을 주는 등 공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과부가 지난 7월부터 시행한 인턴교사제에 대해서도 "교사도 쓰고 버리려는 행태 땜질용"이라고 반발하며 인턴교사제에 투입한 예산 780억원이면 정규 교사 3000명 이상을 확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원 수는 단지 공무원 정원 동결이나 인건비 같은 행정적,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교원 증원이 안 될 경우 교사의 수업 증가에 따른 수업의 질 하락은 물론 교·사대 학생들의 청년실업 문제까지 가져오게 된다"고 정부의 교원 감축에 반대했다.

결국 인턴교사제를 시행하는 동시에 교원을 감축하고, 2000년 이후 처음으로 교육예산을 삭감하는 정부의 태도는 교육계를 "기만하는 정책"이란 주장이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목표는 공교육 살리기"라고 밝혔지만 오히려 지금 벌어지는 모습들은 "이명박 정부의 철학 없는 교육관과 교육의 공공성 훼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다음 한 교대생의 지적에 귀 기울여 볼 필요성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 논리로 교원 정원을 동결하고, 그 부족한 자리를 교사 자격증조차 없는 인턴교사로 채용하고 있다. 정부는 입버릇처럼 정규 교원을 채용할 예산이 없다고 말하지만 현 정부에게는 예산이 없는 게 아니라 교육 여건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 - 김영운 광주교대 부총학생회장

'영원한' 예비교사... 어떡하죠?

9.25 전국초등예비교사 총궐기에 나선 교대생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9.25 전국초등예비교사 총궐기에 나선 교대생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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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는 초등교원 양성을 위한 목적대학인 만큼 다른 분야로 진출해 취업하기가 힘들 뿐 아니라, 다른 분야가 아닌 교직만을 생각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객관적 통계는 확인된 바가 없지만 한 교대생은 "주변을 보면 서른 명에 한명 정도만 다른 직장을 생각할 뿐 교대생 거의 대부분 선생님을 생각한다"며 '주관적 통계'를 말해줬다.

새로 선발하는 교사 수는 줄어만 가고 임용에 떨어진 학생들이 계속해서 누적되기에 임용 경쟁률은 매년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이제 초등학교 선생님을 꿈꾸며 긴 시간을 준비해온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 교사로 흘러들거나 실업자로 머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선생님이 되리란 부푼 꿈을 안고 교대에 입학해서 참 기뻤는데요. 예비교사인 나 그리고 우리 교대 학생들. 하지만 이제 영원히 '예비'가 되면 어떡하죠?"

초등 1차 임용시험이 시행된 1일 오전 시험장 주변에서 만난 한 학생은 지금 상황을 걱정스러워 하면서도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는 과연 치솟은 경쟁률, 'All or Nothing'의 임용시험을 잘 통과할 수 있을까. 그는 과연 고치를 벗고 날아오를 수 있을지.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태그:#초등교사임용, #교대협, #공교육, #초등학교, #임용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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