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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업 3일째.

 

휴업(休業)이라지만 쉬는 것은 아이들 뿐, 교사들은 여전히 분주하다. 발열 아동들을 전화로 확인하고 교육청에 보고한다. 교사들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아이들 일상을 확인하고 위로(?)하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통씩 아이들에게 문자가 온다.

'선생님, 학교에 가서 선생님이랑 놀아도 돼요?'

 

갈 곳 없는 아이들, 놀 줄 모르는 아이들

 

매일같이 학원, 학교를 왔다갔다 하던 아이들에게도 휴업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자유시간'이랄 것이 없던 아이들이기 때문에 무한으로 허락된 시간들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부모님은 집에 안 계시고, 주변에 놀거리도 없다. 그들에게 허락된 것은 네모난 방에 네모난 텔레비전과 네모난 컴퓨터 뿐이다.

 

'오빠하고 노는 것이 어떨까? 오빠는 뭐하니.'

'오빠는 계속 컴퓨터만 하는데요. 학교에서 조용히 책 보면 안될까요?'

'점심은 먹었니?'

'볶음밥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었어요.'

 

학교에 와서 놀라고 하고 싶지만, 소문이 나서 아이들이 학교에 오기 시작하면 휴업의 의미가 사라진다. 당장 민원이 들어올 것이 뻔하니 소심한 교사로서 좋은 책을 추천하고 온라인 학습사이트를 추천하는 것 말고는 아이들의 무료한 시간을 달래줄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빠, 엄마 없는 집... 아이들 끼니는 누가 챙길까?

 

방학 때에도 점심식사 해결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지역차원에서 도시락이나 반찬거리를 제공한다. 그런데 휴업 중에는 그런 것이 없다. 그러니 맞벌이 부모님도 학교 쉬는 것이 반가울 리가 없다. 아이들은 열시쯤 일어나 두세시쯤 부모님이 해놓은 음식을 먹고 다섯시까지 컴퓨터를 하다가 과자를 사다먹고 텔레비전을 본다. 어른이 없는 어른 중심의 공간에서 아이들이 여러 위험에 노출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현 정권 들어 학교의 기능이 '공부하고 시험보는 곳'으로 의미가 퇴색했지만, 여전히 학교는 아이들의 또 다른 가정이다. 휴업중, 어린이의 안정적인 학습과 생활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휴업의 장기화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부 차원에서의 휴교조치권한은 이미 지역교육청으로 위임되었다. 휴교상황에 대비하여 학생들이 가정에서 안전하고 유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회와 가정이 얼마나 준비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태그:#신종플루, #학교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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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차 새내기 교사로 오마이뉴스에 첫글을 쓴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 강단의 강사, 학위과정중인 연구자로 오랜만에 로그인해서 글을 씁니다. 살아온 시간 곳곳에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담아놨어요. 천천히 끄적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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