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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물가는 오르는데, 축의금은 그에 비례하지 않는다. 사진은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의 한 장면.
 갈수록 물가는 오르는데, 축의금은 그에 비례하지 않는다. 사진은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의 한 장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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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며느리도 봤으니 한 턱 내라."
"한 턱 못 내, 빚지게 생겼어."

"첫 애라 축의금 많이 들어왔을 텐데 무슨 빚을 져?"
"음식 값이 비싼 곳이라 식대도 모자랐다니깐."

지난 주 친구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9월 중순 아들을 결혼시킨 친구 O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며느리 된 아이가 꼭 강남에서 하자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결혼식 비용이 상상 외로 많이 나왔다고 했다. 음식 값도 비싸 들어온 축의금으로는 겨우 식대가 될까 말까 할 정도였다면서. 웬만해서는 죽는 소리를 안 하는 친구인데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을 보니, 축의금을 받아서도 해결 못한 건 아닌가 싶었다.

5년, 10년이 지나도 절대 오르지 않는 축의금

대부분 집에 혼사가 있을 경우 들어온 축의금으로 예식장 비용과 식대를 충당한다. 혼사를 준비하면서 돈이 많이 들고 그로 인해 대부분 여윳돈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의 말처럼 부조는 부조인 것이다. 누군가가 부조를 그만큼 했으면 상대방에서도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꼭 그만큼만 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선 상식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10년 전 A집에서 B집에 5만원을 냈다면 10년 후 B집이 A집에 5만원을 내는 건 흔한 일이다. 10년 후 물가가 올랐다고 그것을 계산해 축의금을 더 내는 집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친구 O의 아들이 결혼한 결혼식장 식대는 5만 7천원이었다고 한다. 만약 결혼한 친구 O이 예전에 5만원을 부조했다면, 상대방도 5만원을 냈을 건 뻔한 일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아주 친한 사람 아니고선 5만원 이상의 부조를 안 한다는 점을 생각해봐도, 친구 O이 "적자났다"며 앓는 소리를 하는 건 당연하다. 물론, 집안 친지들이나 가까운 지인들은 넉넉히 했겠지만, 그런 예는 빼놓고.

축의금 얘기에 친구 K도 한 마디 거든다.

"나처럼 2년 차이로 결혼시키면 큰애 때 온 사람을 또 부르기도 조심스럽고, 부담이 느껴지기도 했어. 겨우 결혼식 비용 건진 것이 전부야. 빚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

예전에 받은 것보다 조금 더 해야 하지 않을까

<솔약국집 아들들>의 한 장면.
 <솔약국집 아들들>의 한 장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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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8년 전 딸아이를 결혼시켰다. 우리집은 집안 친지들이 많지 않다. 시부모님께서는 일찍 돌아가시고 친정아버지는 황해도가 고향이라 말 그대로 손으로 세어볼 정도인 것이다. 하여 청첩장도 많이 찍지 않았다. 그 때문이었을까, '들어오는 부조금으로 결혼식 비용이나 나올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축의금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와 그런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때 이번에 아들을 결혼시킨 친구가 나에게 물었었다. "부조금 많이 들어왔어?"하고. 난 "빚은 지지 않을 정도로 들어왔어"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땐 지금보다 물가도 쌌고 그 친구처럼 비싼 강남에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 O도 강남에서 하지 않았다면 이렇듯 불만은 없었을 것이다. 친구 O이 입버릇처럼 결혼식에 갈 때면 하는 말이 있었다.

"자기는 부조 얼마나 해?"
"얼마 하긴 받은 만큼 하지."
"나도 그래. 어쨌든 부조는 부조야."

친구 O의 그 말은 받은 것 그이상도 그 이하도 하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친구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난 아직 결혼하지 않은 아들이 있다. 그 아들이 언제 결혼할지 모를 일. 아직 시간이 있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물가가 더 올라 돈의 가치가 훨씬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미래를 위해선 받은 것보다 조금 더해야 하지 않을까.

바야흐로 결혼시즌이다. 앞으로 가야할 결혼식이 두 집이나 남아있다. 그때 그 집들이 얼마나 부조를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8년 전 딸아이 결혼식 때 받은 축의금 액수가 적혀있는 장부를 꺼내봐야 할 것 같다. 그런 장부는 아마도 집집마다 잘 보관 되어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더 보관은 하되 받은 것보단 조금 더 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그래야 상대방에게 진정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태그:#축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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