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바닷물을 이용한 조력발전은 친환경 에너지사업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아마도 대한민국 사람 열에 아홉은 "네"라고 대답할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대규모 수력댐, 화력발전소 건설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조력발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건설 예정중인 시화, 가로림만, 인천만, 강화 조력발전소는 현재 세계 최대규모인 프랑스의 랑스 조력발전소보다 모두 발전용량이 크다.

이중에서 강화 조력발전소는 2007년 인천광역시가 강화군, 한국중부발전(주), 대우건설컨소시엄과 강화 조력발전소 공동개발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강화도-교동도-서검도-석모도 등 4개 섬을 잇는 총 연장 7.795Km의 방조제가 건설되며, 총 사업비 2조3천억 원이 투입돼 2017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그런데 인천시가 강화도에 추진 중인 대규모 조력발전에 대해 강화지역 시민단체에서는 대대적으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왜일까? 10월 27일 강화 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강화조력발전 주민 설명회에 참석한 뒤, 김순래(53) 강화시민연대 생태보전위원장을 만나 보았다.

"조력댐 건설하면, 홍수기 최대 68cm 수위 상승"

인천조력댐과 강화조력댐이 들어서면 광활하게 펼쳐진 강화갯벌이 사라질 운명에 처한다.
▲ 강화 갯벌센터 앞의 끝없는 갯벌 인천조력댐과 강화조력댐이 들어서면 광활하게 펼쳐진 강화갯벌이 사라질 운명에 처한다.
ⓒ 최진섭

관련사진보기


- 오늘 설명회장에서 한 주민이 "사람이 중요하지 새가 중요하냐! '새새끼' 몇 마리 때문에 발전소 반대하면 역적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던데, 환경운동 하시는 입장에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그 분들이 말하는 '새새끼'의 대표에 속하는 것이 개체수가 2천여마리에 불과해서 국제적으로 관심이 높고, 멸종위기종 1급, 천연기념물 205호, 강화군 군조로 지정되기도 한 저어새입니다.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강화갯벌은 새 몇 마리만의 서식지가 아니며 그 무한한 가치는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수준이죠. 그리고 환경단체는 단지 새 몇 마리를 위해 조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지역공동체의 생명력과 권리를 위해 반대하는 것입니다."

- 조력댐을 건설하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나요?
"심각한 침수피해가 우려됩니다. 인천시의 예비 타당성 조사에 의하면 수위가 400cm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반면에 사전영향성 검토서에서는 오히려 100cm 이상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등 수위 변화에 대한 일관성이 없어요.

그리고 외부 단체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대부분 수위 상승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댐이 건설되면 수위 변화는 분명하고 만약 수위 상승이 이루어진다면 유속, 유량 등의 변화로 해안가 침식과 퇴적이 산발적으로 일어나 일부 지역의 제방둑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인천지역환경기술센터에서 '한강하구의 매립 및 준설을 통한 수리학적 영향검토'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입니다. 조력발전소 건설 이후 홍수기 수위 상승이 무려 68cm에 달한다는 거예요."

- 68cm요?
"더군다나 요즘 같은 기후변화 시대에 언제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쏟아질지 모르는데, 그리 되면 해안 주변의 농지는 한 순간에 침수되고 그 피해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일 겁니다. 염분에 침수되면 몇 년 동안은 농사를 못 지을 걸요. 간척지로 이뤄진 강화도에서는 지금 현 상태에서도 농경지 침수피해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 한국해양연구원의 이광수 박사는 주민설명회에서 발전소를 건설하면 한강 쪽으로 물이 적게 가고 적게 빠져 나오기 때문에 68cm씩 수위가 오르지 않고 홍수위 최고수위가 오히려 더 낮아진다고 주장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민들은 누구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요. 안전에 관한 문제인데,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가 다르면 좀 더 장기적인 연구를 해서 확실한 해답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조사보고서에 보면 최고 수위는 내려가고 최저 수위는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는 조간대의 환경 변화와 갯벌 면적의 엄청난 감소를 의미하는데 갯벌은 어민들의 생계가 걸린 곳입니다. 이런 변화에 따른 어족 자원 감소 그리고 어민 피해에 대한 충분한 대책이 없는 발전소 계획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 강화는 섬이라 비가 와도 물이 잘 빠져 침수가 안 될 것 같은데…….
"교동도나 한강하구와 인접한 강화도 북쪽 지역은 폭우가 쏟아지면 해안가가 침수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교동도 인사리쪽, 외포리 포구 등은 평상시 백중사리 때도 침수가 되는 지역입니다. 또한 1998년 강화 홍수 때에는 빗물이 바다로 빠지지 못해 망월 벌판과 마을이 침수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현재 댐 건설계획에는 이런 것에 대한 사실조사는 물론 대책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조선시대 역사서를 봐도 강화도의 해일로 인한 광범위한 농경지 침수 피해에 대한 기록이 많고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조력댐 건설로 인한 침수 문제는 남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남북간의 합의가 필요한 강화조력발전소

10월 27일 강화청소년수련관에서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강화조력발전소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 "질문 있어요!" 10월 27일 강화청소년수련관에서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강화조력발전소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 최진섭

관련사진보기


- 조력발전소가 북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말인가요?
"강화평화전망대에 올라가보면  바다 건너 개풍군 평야와 북한 예성강이 한 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수영 잘하는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헤엄쳐 갈 거리죠. 해일 침수피해가 난다면 북쪽도 예외가 아닐 겁니다. 때문에 조력발전이 인천시 차원에서 진행될 사업이 아닌 거죠. 남북간 합의가 필요한 사업이라고 봅니다.

그런데도 발전소 추진 주체들은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어요.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거겠죠. 예를 들면 10여 년 전 대만에서 생산된 핵폐기물을 버리기 위해 북한 배천군지역에 방폐장을 만들려고 할 때 강화주민들이 강화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반대 시위를 한 경우가 있죠. 같은 맥락에서 조력발전으로 인한 수위 변화가 북한에도 영향을 준다면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 설명회장에서  "한강하구는 남북이 같이 쓰는 국제하천인데 하류에 댐을 건설하면서 상류국가와의 합의가 생략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에 대해, 인천시 경제통상국 책임자가 "북측 문제는 예민한 문제다. 북측 수역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시뮬레이션 하지 못했다"라고 답변을 했는데…….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변수에 대한 검토가 없었던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한강하구 쪽에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입니다. 물론 남북이 합의했다고 해서 조력발전소 건설이 정당성을 얻는 것은 아니고, 그밖에 제기된 전력이 과연 부족한지? 조력발전소가 신재생에너지인지? 갯벌을 파괴하고 댐을 지을 필요가 있는 건지?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 남북합의는커녕 주민들과의 충분한 대화도 없이 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조력발전을 서둘러 추진하는 이유는 뭡니까?
"기후변화협약을 대비한다는 명분이 제일 큽니다. 우리나라는 2013년 교토협약에 의한 이산화탄소 의무 감축 대상국으로 편입될 예정이며,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대책이 시급한 상황이죠. 이런 배경 아래 정부가 2005년에 의무할당제(RPS)를 도입했는데, 이에 따라 한국전력에 속해 있다가 민영화된 6개 발전소는 총발전량 중 10% 내외의 신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이 할당량을 손쉽게 채울 수 있는 방법으로 조력발전소 건설을 택한 것이죠. 그러니까 발전소들이 신재생에너지 생산이라는 미명아래 거꾸로 환경을 훼손하는 길로 나가고 있는 겁니다."

"갯벌 없애는 조력발전은 친환경에너지사업 아니다"

강화조력발전소(제4조력댐) 건립예정지인 후포항에서 만난 한 어민은 "댐이 바다에 만들어지는데 왜 어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안하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 후포항 앞에서 강화조력발전소(제4조력댐) 건립예정지인 후포항에서 만난 한 어민은 "댐이 바다에 만들어지는데 왜 어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안하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 최진섭

관련사진보기


-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문제에 대한 시민단체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재생에너지는 태양력, 풍력, 조력 등을 이용한 에너지를 말하는데, 이런 에너지는 지속가능하며 부수적인 효과로 인한 해가 없어야 하며, 지역공동체나 자연시스템의 생명력과 권리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해야 합니다. 건설 단계에서 주는 환경 피해와 건설 후 얻을 수 있는 환경이익에 대한 평가가 우선되어야 하고요. 그리고 신재생 에너지의 근본 취지는 소규모 분산성이며 지역 에너지 자립입니다. 풍력이든 조력이든 태양광이든 대규모 토목공사로 변질되는데서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 조력댐이 잘만 건설되면 친환경에너지 사업이 될 수는 있다고 보시나요?
"강화조력발전이 들어설 경우 주변 갯벌의 30~40%가 사라지는데, 이렇게 주변 생태계를 파괴하며 건설되는 대규모 조력발전은 친환경 에너지가 아닙니다. 독일의 경우는 해양에너지를 아예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아요. 가장 생태적인 자연의 선물이라 할 수 있는 갯벌을 파헤치고 얻는 에너지가 어떻게 환경에너지일 수 있나요. 또한 갯벌과 갯벌 생물들이 만들어 내는 산소량과 이산화탄소량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 없이 조력발전만이 청정에너지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 지역 주민들 사이에 조력발전소를 찬성하는 분들도 많은 편인가요?
"설명회가 워낙 형식적으로 진행돼서 아직은 정확한 실상을 알고 찬성이나 반대를 하는 주민들은 별로 없습니다. 현재 적극 찬성하는 분들은 조력발전소 제방(연륙교)으로 연결되는 섬에 사는 경우가 많은데, 교동도와 석모도는 조력발전소 제방 아니더라도 연륙교 공사가 예정되어 있는 곳이죠."

- 인천시에서 홍보하듯이 실제로 관광수익 증대,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한다면 지역주민들이 싫어하진 않겠죠?
"인천시나 강화군, 중부발전 그리고 대우건설까지 각자 추구하는 이익 또는 목표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습니다. 조력발전 건설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인 에너지 문제에 대한 설명과 주민들을 이해시키려는 노력 없이 강화지역민들에게는 연륙교 건설, 고용창출, 관광 수익 증대, 지역 발전 등 본질에서 벗어난 것으로 주민들을 현혹하고 지역갈등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인천시에서 조력발전소 건설 명분으로 관광자원 개발을 통한 지역발전, 일자리 창출 등을 내세우는데, 이미 2백만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는 강화도는 좀 더 생태적인 보존을 잘 하는 것이 오히려 경쟁력을 키우는 길일 수 있다고 봅니다."

"지자제의 일방적 사업 추진, 주민갈등 부추켜"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강화갯벌에는 세계적인 희귀종이며 강화군의 군조이기도 한 저어새가 찾아온다. 뒤에 보이는 것은 갯벌센터 앞의 노랑부리백로와 큰기러기 상이다.
▲ 새들의 천국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강화갯벌에는 세계적인 희귀종이며 강화군의 군조이기도 한 저어새가 찾아온다. 뒤에 보이는 것은 갯벌센터 앞의 노랑부리백로와 큰기러기 상이다.
ⓒ 최진섭

관련사진보기


- 주민설명회장에서 벌써 찬반 양측의 고성이 오가던데, 자칫하면 지역 사회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걱정입니다. 강화도의 작은 섬에 연륙교를 4개나 놓는 대대적인 조력발전 공사에 대해 정부 또는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밀어붙인다면 지역 사회의 갈등을 부추키게 될 겁니다. 최근 생태도시로 거듭나는 브라질의 꾸리찌바 등 여러 도시들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주민, 행정부, 전문가 등이 수십 번 이상 토론을 하면서 일의 진행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정부 또는 지자체의 일방적인 사업이 아닌 지역주민과 합의가 이루어지는 단계를 거친 사업이 될 때 지역갈등이 생기지 않고 건강한 지역공동체로 바로 설 수 있을 겁니다."

- 10월 27일의 주민설명회 이후 올해 말까지 사전환경성검토 협의를 완료하고, 내년 초에 인천광역시, 강화군, 한국중부발전(주), 대우건설컨소시엄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한다고 하던데, 강화지역 조력발전 반대 시민모임의 첫 번째 요구사항은 무엇입니까?
"시간이 매우 촉박합니다. 강화 마니산에 단군 참성단이 생긴 이래 최대의 토목사업인데 이런 역사적인 사업을 불도저로 밀어 붙이듯이 처리하면 안 되죠. 현 단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지역주민,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해명과 과학적 증명이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대화와 토론의 장입니다. 이런 과정이 생략된 채 진행되고 있는 조력발전 건설 계획은 당연히 유보되어야 하며 원점에서부터 새롭게 출발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태그:#강화조력발전, #강화갯벌, #김순래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10년 전에는 채식과 마라톤, 지금은 달마와 곤충이 핵심 단어. 2006년에 <뼈로 누운 신화>라는 시집을 자비로 펴냈는데, 10년 후에 또 한 권의 시집을 펴낼만한 꿈이 남아있기 바란다. 자비로라도.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