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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본 홍천 팔봉산의 모습
 멀리서 본 홍천 팔봉산의 모습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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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이었던 25일에 '산지기'의 권유로 처음 가입한 '대전수요산악회(cafe.daum.net/Wednesdaydaejeon)' 회원들과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팔봉산'에 다녀왔다. 팔봉산의 산세와 코스에 얼마나 반했는지 "참 아름답다"는 진한 감정을 아직도 갖고 있다. "참 아기자기한 산이다" "다시 오고 싶다"는 말들이 오고갔다.

모두의 마음이 이러다보니 어떻게 산행기를 써야 진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지 걱정이 앞섰다. "아홉 굽이를 휘돌아 돈다"고 하여 구곡(九曲)강으로도 불린다는 홍천강을 가로지르는 팔봉교 옆 팔봉산 등산로 매표소 입구에 버스가 도착한 시간이 11시40분경이었다. 막상 겉으로 보기에는 별 볼일 없는 여덟 봉우리 산이다.

일행 중 누군가가 산행에 오르기 전 "어제는 구봉산(九峰山, 대전광역시 서구에 있는 산을 의미)을 탔는데 오늘은 팔봉산(八峰山)에 오른다"고 봉우리로 단순 비교했지만, 막상 오르고 나니 구봉산과는 산세가 엄청 차이가 났다.

산행시작부터 가파르게 오르게 돼 있다.
 산행시작부터 가파르게 오르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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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봉을 오르는 험한 길
 1봉을 오르는 험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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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봉을 오르는 길
 2봉을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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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봉을 향해 오르는 등산로는 한마디로 "무진장 가파르다"는 것. 항상 산행 시에 느끼는 것이지만, 아무리 가파르지만 오르다 보면 정상은 나오게 돼 있다. 또한 경관이 좋아 오르면서 굽이굽이 보이는 홍천강가는 한마디로 "끝내줘요"다. 이미 팔봉산 등반경험이 있다는 한 회원이 "1봉등반이 어려우니 건너뛰고 2봉으로 갈 것"을 권한다. 또 1봉과 2봉 시작을 알리는 갈림길 팻말에도 '쉬운 길'과 '험한 길'로 표시해 1봉등반이 위험함을 경고하고 있다.

일부 회원은 뒤로 빠지고 "아무리 위험하다한들 그래도 등반코스인데 온 김에 도전하자"며 대부분 회원들이 '경고(?)'를 무시하고 1봉정상탈환에 나섰다. "산(山)의 진가는 올라 봐야 알 수 있다"고 누가 말했듯이 1봉정상을 오르는 길은 기암괴석 사이를 손과 발을 사용해야 오를 수 있었다. 기암괴석 사이를 빠져 밧줄을 타야 했고 가파른 철 계단을 올라야 했다. 이때부터 별 볼 일 없어 보였던 산이 위대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1봉정상에 올랐다. 그곳에서 처음 등산을 시작했던 입구를 보니 이런 장관이 없다.

2봉 정상에 있는 칠성각 내부의 모습
 2봉 정상에 있는 칠성각 내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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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봉에서 바라다 본 삼부인당 전경
 3봉에서 바라다 본 삼부인당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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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2봉정상에서 팔봉교를 찍었다(팔봉교입구에서 산행이 시작됐다)
 팔공산2봉정상에서 팔봉교를 찍었다(팔봉교입구에서 산행이 시작됐다)
ⓒ 대전수요산악회 '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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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 굽이 도는 홍천강의 아름다운 경관
 굽이 굽이 도는 홍천강의 아름다운 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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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봉을 향해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팔봉산은 손과 발 모두를 사용해 되도록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등반해야 한다"는 말이 딱 맞는 말임을 실감했다. 밧줄을 타고 암벽 사이사이를 빠져 오른 2봉 정상에는 팔봉산 산신당이 있었다. 팔봉산 산신을 모신 칠성각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삼부인당(三婦人堂)'이란 당집이 있다. 삼부인은 이, 김, 홍 부인을 모시는 당집이다.

이씨 부인은 시어머니, 김씨 부인은 며누리, 홍씨 부인은 시누이사이라고 한다. 이 세 여신을 모시고 400년 전인 1590년부터 팔봉산 주변마을의 평온과 풍년을 기원하며 액운을 예방하고자 음력3월과 9월 보름에 전통적인 방법으로 굿과 제사를 지낸다. 언제인가 "기회가 되면 음력3월과 9월 보름에 굿과 제사를 구경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산굴을 통과하기위해 대기하는 등반객들
 해산굴을 통과하기위해 대기하는 등반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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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굴을 어렵게 빠져나오는 등반객
 해산굴을 어렵게 빠져나오는 등반객
ⓒ 대전수요산악회 '나뭇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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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굴을 빠져나오려면 도움이 필요하다.
 해산굴을 빠져나오려면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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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봉(302m)에 오르니 경치가 환상이다. 3봉이 팔봉산의 최정상으로 '장군바위' 혹은 '남근'으로 불린다고 한다. 팔봉산 아래를 굽이돌아 흐르는 홍천강의 자태를 딱히 표현할 단어를 못 찾을 정도의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진다. 다들 주위를 배경삼아 사진 찍어 자신을 표현하기에 바쁘다. 다시 4봉을 오르는 길 입구에 '해산굴'이 있고 '해산굴'을 통과하고자 하는 등반객들로 인해 정체가 되고 있다. 물론 돌아가는 길이 있지만 이왕 온 것 '해산굴'을 통과해야 했기에 기다렸다.

입구에 써진 '해산굴'의 유래에 의하면 "태고의 신비를 안고 자연적으로 형성된 굴을 통과하는 과정이 마치 산모가 아기를 낳는 고통을 느끼게 한다고 하여 '해산굴'로 불리고 있으며, 많이 빠져나갈수록 무병장수한다고 해 장수굴이라고도 불린다"는 것. 3봉 '남근'에 대비해 '여근'을 의미한다고 한다.

실제적으로 '해산굴'을 통과해보니 빠져나오는 구멍이 너무 작아 손발 모두를 사용해 힘을 써야 빠져나올 정도로 엄청 힘들었다. 누군가가 우스갯소리를 한다.  "산부인과 원장 불러서 넓혀야 쑥쑥 잘 빠지겠단다."

'해산굴'을 빠져 나오자마자 바로 4봉 정상석이 서 있다. 팔봉산은 각각의 봉에 오르기도 어렵고 내려가기도 힘들다. 또 각각의 맛이 다르다. 또한 산이 명산(名山)이라 그런지 산행하는 중간 중간에 돌들을 쌓아 놓고 소원을 빌게 돼 있다. 특히 7봉을 오르기 전 쌓인 돌 더미에 작은 돌 한 개를 얹어 소원을 빌면 까마귀의 '까악 까악'하며 우는 소리와 어우러져 '반드시 이루어질 것 같은'느낌을 준다.

각 봉우리마다 기암괴석이 많고 그 아래로는 절벽이다. 팔봉산 등반이 있었던 다음날인 26일 뉴스를 보니 "팔봉산 6봉에서 40대 여성 등반객이 추락사했다"고 한다. "당초부터 무리하다 싶어 위험한 일은 안 하는 게 장땡인데 아마도 무리 했나" 보다.

소원을 빌면 이루질 것 같은 돌을 쌓아 놓은 모습과 힘들게 오르게 돼 있는 등반코스의 모습
 소원을 빌면 이루질 것 같은 돌을 쌓아 놓은 모습과 힘들게 오르게 돼 있는 등반코스의 모습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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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봉과 8봉 사이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난이도는 제일 높다. 8봉 입구에는 "노약자는 8봉을 거치지 말고 하산할 것"을 권하는 팻말이 있다. 일행은 계속 '고 고'하기로 했다. 8봉을 정복하고 하산하는 길은 중간 중간에 로프를 타고 내려와야 한다. 엄청 가파르다. 중간 중간에 철판으로 발판을 박아 놓았다. 그래선지 팔봉산 겨울산행은 위험해 금기란다. 1000원 단체 입장료를 받는 것이 아마도 산행코스를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함일 거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의 모습(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내려와야한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의 모습(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내려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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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마치고 홍천강을 건너고 있다.
 산행을 마치고 홍천강을 건너고 있다.
ⓒ 대전수요산악회 '나뭇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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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직각에 가까운 철 계단을 마지막으로 오늘 산행은 끝이 났다. "위험하니 강을 가로지르지 마세요"란 경고가 있었지만 등산화를 벗고 홍천강물에 발을 담가 건넜다. 발이 얼얼할 정도의 차가움이었지만 참고 건너고 나니 발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 참 대단한 산이다. 코스가 짧으면서도 다른 산에서는 볼 수 없는 아기자기한 산이다. 결코 낮다고 얕잡아 볼 수 없는 명산이다. 오랜만에 좋은 산을 탔다는 느낌을 오래 간직할 것 같다.

산행사진 모음
 산행사진 모음
ⓒ 대전수요산악회 '나뭇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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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이비에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홍천 팔봉산 , #대전수요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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