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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산 군립공원. 병풍폭포 앞 단풍
 강천산 군립공원. 병풍폭포 앞 단풍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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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즐기러 떠나는 길

가을 경치를 즐기는 사람을 무엇이라 부를까? 봄이 화려하다지만 가을 따사로운 햇살에 비할까? 순창 강천산 군립공원을 찾아간다. 순창읍을 지나면서 고추장이 생각난다. 이렇게 지명을 브랜드화 곳이 어디가 있을까? 매일같이 TV 광고 속에 만날 수 있는 곳, 순창.

순창읍을 가로지르는 24번 국도를 벗어나 792번 지방도로로 길을 잡으니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가 하늘을 가렸다. 아직 초록빛 싱싱함을 자랑하고 있다. 팔덕면을 지난다. 이름이 좋다. 여덟 가지 덕을 가졌을까?

군립공원 입구에서 차들이 멈춰 섰다. 빨리 온다고 서둘렀는데도 해가 중천이다. 단풍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엄청나다. 도로를 가득 메우고 사람들이 걸어간다. 시설지구 길가에는 할머니들이 밤이며, 산나물, 약초 등 좌판을 벌리고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산에서 나는 다양한 농산물을 구경하는 것만도 즐겁다.

폭포와 단풍과 어우러진 계곡을 따라가는 길

시설지구를 벗어나고 매표소를 지나니 단풍과 어울린 병풍폭포를 만난다. 많은 사람들이 감탄을 하고 있다. 미어질듯 이어지던 행렬은 폭포를 만나면서 시원하게 뻥 터진 풍경에 모두들 감탄하고 있다. "오메! 이렇게 좋은 데가 있다니!" 병풍처럼 바위벽을 흩어지며 내리는 폭포는 단풍과 어울리면서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주고 있다.

단풍과 어우러진 병풍폭포
 단풍과 어우러진 병풍폭포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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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고을답게 고추로 난간을 세은 금강교를 건너 계곡 속으로 들어간다. 군데군데 노란색과 붉은색을 섞어놓은 단풍에 자꾸만 걸음이 멈춰진다. 이렇게 아름다운 빛을 만들어 내는 나무에게 찬사를 보낸다. 나무아래로 투명한 물빛 속에서 피라미가 여유롭게 노닐고 있다. 계곡을 마주한 긴 의자에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들의 뒷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햇빛에 반짝이는 단풍잎을 따라 걸어간다. 다시 넓어진 길에서 아담한 절 강천사를 만난다. 절이 작아도 역사는 깊다. 887년 신라진성여왕 때 도선국사 창건했는데 한국전쟁 때 불탔다고 한다.

아담한 절집 풍경을 간직한 강천사
 아담한 절집 풍경을 간직한 강천사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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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이 번잡하지 않아서 좋다. 모퉁이가 다 깨진 오층석탑과 3칸짜리 작은 대웅전 하나. 담장에 커다란 감나무에는 감이 익어가고, 요사 처마에도 곶감이 주렁주렁 달렸다.

가을을 통째로 담으려면 산으로 올라야

강천산 군립공원은 세 개의 산이 감싸고 있다. 오른쪽이 강천산, 왼쪽이 광덕산, 그리고 계곡 끝이 산성산. 막상 산행을 하려니 맑은 물빛과 단풍이 자꾸만 주저하게 한다. 그냥 의자에 앉아 물빛만 바라보고 있고 싶다. 하지만 가을을 통째로 담으려면 산으로 올라야겠지? 산행을 위해 구름다리로 올라선다.

강천산 구름다리. 출렁거리는 맛이 일품이다.
 강천산 구름다리. 출렁거리는 맛이 일품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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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다리에서 내려다본 풍경. 아스라한 아름다움이 있다.
 구름다리에서 내려다본 풍경. 아스라한 아름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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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계단으로 정비된 산길을 올라서니 구름다리가 계곡을 걸쳤다. 웅장하다. 구름다리를 건너간다. 길다. 많은 사람이 건너가다 보니 다리는 조금씩 출렁거린다. 애들은 좋아하고, 높이에 무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못 건너겠다고 실랑이를 한다. 구름다리 아래로 사람과 단풍이 어울린 풍경에서 아득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전망대 가는 산길은 거친 바윗길로 경사가 가파르다. 오르는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힘들다. 단풍에 취한 산행객들은 바로 보이는 전망대 까지만 가려고 나섰다가 힘들어 한다. 오르는 길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할까를 고민 중인 사람들도 만난다.

"조금만 올라가세요. 경치가 좋아요."

전망대에서 바라본 산과 계곡
 전망대에서 바라본 산과 계곡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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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는 2층 팔각정으로 삼선대(三仙臺)라는 이름이 걸렸다. 아래로 강천사가 내려다보이고 계곡이 산을 가르고 있다. 잠시 쉬었다 광덕산을 향해 산길을 재촉한다.

구불구불 정감 있는 소나무 숲길을 따라

전망대에서 가파르게 내려서서 키 큰 소나무 숲길을 걸어간다. 따사로운 햇살이 스며드는 산길이 포근하다. 구불구불 소나무는 마음을 편하게 한다. 크지 않아도 깊고 편안함을 주는 나무. 이게 한국의 멋이 아닐까 싶다.

광덕산 정상
 광덕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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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산 정상(578m)에 서니 맞은편으로 강천산이 키재기를 하고 있고, 계곡이 끝나는 곳에서는 산성산 북바위가 커다랗게 보인다. 북바위 가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힘들다. 포근한 날씨는 더 이상 산행을 할 수 없게 만든다. 해지기 전에 계곡 단풍을 더 즐기고 싶다.

내려가는 길은 잔돌들이 많아 미끄럽다. 장군봉 지나 구장군폭포로 내려선다. 산길을 다 내려서니 커다란 바위벽 돌 틈에서 약수가 나온다. 지하 300m 암반수라고 쓰여 있다. 시원한 물맛이 좋다. 다람쥐가 열심히 도토리를 까먹고 있다.

천년사랑 거북바위와 사랑이 넘치는 연리목

구장군폭포 맞은편으로 광장이 조성되어 있다. 조각공원을 조성해 놓았는데 조금 에로틱한 조각상도 있다. 연인을 표현한 청동조각상. 서로를 원하는 간절한 눈빛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나에게도 저런 열정이 남아 있을까? 그 옆으로 천년사랑 거북바위 전설을 알려주고 있다.

연인 청동 조각상.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연인 청동 조각상.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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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사랑 거북바위. 폭포 상단부에 암거북이가 있고 왼쪽 벽으로 숫거북이가 올라가고 있다. 정상에서는 구장군폭포가 흘러내린다.
 천년사랑 거북바위. 폭포 상단부에 암거북이가 있고 왼쪽 벽으로 숫거북이가 올라가고 있다. 정상에서는 구장군폭포가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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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산 계곡 폭포아래 밤이면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는 용소가 있었다. 아래 산골마을에 방탕한 생활을 하는 청년이 살았고, 마음고생으로 병을 얻은 어머니가 자리에 눕자, 잘못을 뉘우치고 약초를 구하러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밤 폭포 정상에 산삼이 있는 꿈을 꾸게 되고, 다음날 그곳을 찾아 헤매다가 날이 저물었는데, 그 때 산삼을 발견하고는 정신없이 달려가다 폭포 아래로 떨어졌다. 때마침 용소에서 목욕하던 선녀가 청년을 발견하고는 청년의 정성에 감복하여 산삼을 찾아주고 사랑에 빠졌다.

이 소식을 들은 옥황상제는 그들에게 천년동안 폭포에서 거북이로 살게 하고, 천년이 되는 날 동트기 전에 폭포정상에 오르면 하늘로 올려 주리라 약속을 했다. 마침내 천년이 되어 거북은 폭포로 기어오르는데, 암거북이가 먼저 올라가고, 숫거북이가 오르는 순간 호랑이가 나타나 방해하여 동이 트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옥황상제는 애절한 사랑을 지켜주고자 바위로 변하게 했다. 이후 사람들은 그 바위를 거북바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마한시대에는 폭포아래서 아홉 명의 장수가 결의를 하여 전쟁에 나가 승리를 쟁취하였다고 하여 구장군폭포라고 한다.

단풍과 어울린 구장군폭포
 단풍과 어울린 구장군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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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연인이 키스를 하는 듯한 연리목.
 사랑하는 연인이 키스를 하는 듯한 연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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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m 높이를 자랑하는 구장군폭포. 물줄기가 여전히 힘차게 내려온다. 가을이 깊어간다. 해는 넘어가고 단풍도 쉬려는지 화려한 색을 감춘다. 내려가는 길에 올라 올 때 보지 못 했던 연리목(連理木)을 발견하다. 나무 두 그루가 진하게 키스하는 모습. 거북이의 천년사랑은 나무도 사랑하게 만드나 보다.

덧붙이는 글 | 10월 24일 풍경입니다.

걸어간 길 : 주차장-(25분)-매표소-(25분)-강천사-(15분)-구름다리-(25분/0.6㎞)-전망대-(55분/1.2㎞)-광덕산-(50분/2㎞)구장군폭포-(60분)-매표소



태그:#강천산, #단풍, #순창, #거북바위,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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