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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를 품고 있는 우리나라 9번째 국립공원인 가야산 국립공원.

소백산맥의 지맥인 대덕산 줄기의 일명 우두산(牛頭山)이라 불리는 상왕봉(象王峰, 1430m)을 비롯하여 두리봉, 깃대봉, 단지봉, 의상봉, 남산제일봉 등의 암석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다. 경남 합천, 거창, 경북 성주군 등에 걸쳐 있다.

깎아 지른 암봉이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다.
▲ 가야산 주봉 상왕봉(1430m) 깎아 지른 암봉이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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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봉인 상왕봉은 해인사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으며, 우리나라 팔경 중의 하나인 영산으로, 불심 깊은 조선의 7대 세조대왕은 가야산을 천하명산으로 여겨, 생불주처라 이름 하였다.
이곳에 우리나라 법보사찰인 해인사란 대가람이 들어선 것은 너무도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 일단 여기서 해인사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 두자. 너무도 많이 들었을 터이니깐.

해인사 일주문
 해인사 일주문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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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야산은 가을에 아름답다.

가야산 국립공원 입구에서 해인사까지 이르는 4km 계곡을 홍류동이라 하는데, 가을 단풍이 너무 붉어서 흐르는 물에 붉게 투영되어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가야산과 홍류동 계곡에 얽힌 흥미 있는 일화가 있다.

홍류동의 단풍은 아직 이르다.
 홍류동의 단풍은 아직 이르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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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주한 프랑스대사를 역임한 로제샹바르씨는 가야산의 빼어난 경치와 고려팔만대장경판에 감복하여 작심하고 유언을 남겼다. "나의 유해를 분말하여 해인사에 뿌려달라" 하였으므로 1978년 1월 1일에 임종하고 그달 22일 해인사 홍류동의 천불동 계곡에 뿌려졌다. 그는 붉은 홍류동 계곡에 영원히 잠들었다.

무릉교에서 시작하는 홍류동 계곡은 홍송이 울창하고, 장장 10여 리의 수석과 송림으로 이어져 다른 어떤 사찰과 명산에서도 보기 어려운 경관을 지니고 있다.

주위의 송림 사이로 흐르는 물이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소리는 고운 최치원 선생의 귀를 먹게 했다 하며, 선생이 갓과 신만 남겨두고, 신선이 되어 사라졌다는 전설을 말해주듯 농산정과 시구를 새겨놓은 큰 바위가 있다. 홍류동에는 주요문화재 자료인 농산정과 학사대 낙화담, 분옥폭포 등 19명소가 있으며 특히 농산정 맞은편 학사대(學士臺)에는 암각된 최치원 선생의 친필을 볼 수 있어 더욱 유명하다.

산도 붉고 물도 붉고 내 얼굴도 붉다는 삼홍 얘기가 생각난다. 한반도 남단 단풍은 지리산에서 절정을 이루고 이어 이곳 합천 해인사 홍류동으로 치닫는다. 애석하게도 홍류동 단풍은 아직 절정에는 이르지 않았다.

단풍의 과학적 해석은 바로 엽록소의 퇴색이다. 기온이 내려가면 나무의 왕성하던 생육현상은 멈춰지고, 따라서 녹색을 띠는 엽록소 성분은 옅어지면서 대신 잎의 다른 성분들이 두드러지게 된다. 잎의 성분 중 카로티노이드 성분은 노란색으로, 안토시아닌 성분은 붉은 색으로, 타닌 성분은 갈색으로 나타나게 된다. 기온이 섭씨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단풍은 절정에 이르게 된다.

단풍, 식물의 처절한 생존법이다. 맨몸으로 혹독한 겨울을 지내기 위해서 나무는 스스로를 철저히 비운다.
 단풍, 식물의 처절한 생존법이다. 맨몸으로 혹독한 겨울을 지내기 위해서 나무는 스스로를 철저히 비운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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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영향인가? 한반도 남쪽은 아직도 가을 속의 여름이다. 한낮이면 23~24도를 넘나드니 단풍철이 들쭉날쭉이다. 예전 기억대로 단풍 구경 나섰다가 이른 계절감에 당황하기도 한다.

10월 18일(일) 가야산을 찾았다. 산 아래와는 딴판으로 5부 능선 위엔 단풍이 불타고 있었다. 해인사- 홍제암-용탑선원을 지나면 등반 초입이다.

등산길 초입에 홍제암이 있다. 경내엔 국보인 사명대사석장비가 있다.
▲ 홍제암 등산길 초입에 홍제암이 있다. 경내엔 국보인 사명대사석장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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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능선에 이르기까지 등반길은 순탄하고 넉넉하다. 짙은 잣나무향이 가슴 속을 깊게 파고든다. 창창히 뻗은 홍송과 잣나무, 그리고 굵은 참나무가 반긴다. 가족단위 등반객이 무리를 지어 산행에 나선다. 다들 건강하고 즐거운 표정이다.

등산 초입의 단풍
 등산 초입의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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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제일봉(매화산) 능선, 막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남산제일봉(매화산) 능선, 막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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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몸이 후끈 달아오르고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힐 즈음이면, 등산길에서 50여 미터 안으로 들어가서 해인사 석조여래입상(보물 264호)을 만난다. 통일신라시대 말엽 제작된 것으로 여기는 석조여래입상은 계신 장소부터 의문이다. 왜 이런 외진 곳에 홀로 계시는 것일까? 수도와 정진에 여하한 장소가 문제 될까마는 아무도 보아 줄 이 없는 이 외지고 쓸쓸한 터에 1000여 년을 홀로 서 있는 것이다. 소박하고 단정한 모습과 절제된 동작은 여느 불상과는 달리, 이름 없는 도승의 불심이나, 여염의 한 많은 여인의 깊은 불심을 나타내려 했을까?

이름 없는 여인처럼, 외지고 쓸쓸한 곳에 홀로 선 해인사석재여래입상
 이름 없는 여인처럼, 외지고 쓸쓸한 곳에 홀로 선 해인사석재여래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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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번성하고, 불심 깊은 시대에 번듯한 도량을 마다하고, 이처럼 세속을 등지고 홀로 자연 속에서 목숨 다해  진리와 열반에 다가가려 했던 그 절박함은 무엇이었을까? 천년의 풍파에 시달리면서도 아직도 잃지 않은 엷은 미소는 인간의 오만상을 가지런히 달래 준다.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가고 또 정적에 묻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여래의 엷은 미소를 대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여래의 엷은 미소를 대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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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은 암봉이다. 따라서 남성다운 굳건함을 느끼는 산이다. 봉우리마다 힘이 넘치고 오묘한 형상은 눈을 시원스레 달랜다.

기이한 형상이 재미를 더한다.
▲ 가야산 암봉 기이한 형상이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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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왕봉과 마주하는 봉우리(1435m)
▲ 칠불봉 상왕봉과 마주하는 봉우리(143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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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 쪽의 백운동 국민관광호텔쪽의 하산 길은 능선 아래까지 붉게 물들었다. 뾰족한 암석과 부드러운 단풍의 조화, 가야산 등반의 독특한 즐거움이다.

백운동 쪽 하산길
 백운동 쪽 하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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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등반길을 잡아 하산 길에 해인사로 내려와  홍제암, 백련암, 보현암 등, 수많은 암자를 탐방하면 그것이 바로 생불 체험이 될 것이다. 백련암을 생각하면 성철 종정이 떠오르시나요?

해인사-토신골-상왕봉-서성재-백운동 코스를 잡았다.
 해인사-토신골-상왕봉-서성재-백운동 코스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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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산행 거리 8.3km, 종주 산행 시간 4시간. 대구에서 해인사나 성주까지 매 시간마다 노선버스가 자주 운행한다.


태그:#해인사, #가야산, #홍류동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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