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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한 번도 제대로 인사한 적 없었지? 제2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을 취재한 아저씨야. 글을 통해 이름을 밝히려니 쑥스럽네. 이름은 이정환. 나이는? 결혼은? 그것까진 관두자. 속 아프다. 올해도 다 갔네(^^;)

사실 정식으로 인사하고 싶었어. 그래도 그렇게 하지 않았던 건, 이번 여행이 너희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어. '나홀로 6학년', 한 학년에 혼자인 너희들, 다른 도회지 친구들한테는 당연한 '몇 반 몇 번'이 낯설 너희들.

너희에게 익숙한 풍경일지도 몰라. 대남초 풍도분교 다예의 입학식 사진
 너희에게 익숙한 풍경일지도 몰라. 대남초 풍도분교 다예의 입학식 사진
ⓒ 풍도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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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얄밉기도 했어, 내 마음도 몰라주고

대부분 또래들은 친구와 함께 졸업식을 할 텐데 … 6년 전 이미 비슷한 경험을 한 친구도 있을 거야. 혼자 입학식 했던 친구들 말야. 대신 동네 어른들이 축하해줬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기쁨까지 누리진 못했었겠지. 이번에 한 친구는 그러더라. 6년 만에 동갑내기 친구 처음 사귀었다고.

그 외로움이 무엇인지, 또 그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아저씨로서는, 전국 각지에 있는 '나홀로 6학년'들이 모처럼 어울려 귀한 친구들을 사귀는 여행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면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고 할까.

물론 사진기자 아저씨가 있으니까 눈치야 챘겠지만, 그래도 정식으로 소개하지 않았으니까. 너희들로서는 내가 뭘 물어봐도 대답하기 싫으면 그냥 피해도 그만이잖아. 내가 누군지 정확히 밝히지 않았으니, '부담 없이'. 어쨌든 있는 그대로 여행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것, 그게 아저씨 마음이었어.

그래도 솔직히 힘들더군. 뭘 물어 보기라도 할라치면, 아니 그런 눈치라도 보이면, 냉큼 친구들 틈으로 숨어버리기 일쑤였으니까. 그때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도움이라도 받아 주저앉히고 싶은 마음 굴뚝같더라. 가끔은 얄밉기도 했어. 내 마음도 몰라주고.

나는 누구누구인지 다 알지(^^)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 중에
 나는 누구누구인지 다 알지(^^)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 중에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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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버스에서 내리지 않던 윤수를 보고

그런데 말야. 그런 마음, 완전히 사라졌어. 어제(24일) 각자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너희들 모습을 보고. 김포공항이었지? 호진이 호환이 그리고 윤수가 먼저 내려야 했지. 너희들 내리기 정말 싫은 눈치더라. 호진이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더라.

윤수는 더 '심했지?'. 엄마가 계속 내리라고 재촉하는데도 좀처럼 친구들 곁을 떠나지 않았어. 친구들 한 번 보고, 뭔가 애원하는 듯한 눈으로 엄마 한 번 바라보고. 얼마나 헤어지기 싫었으면 … 덕분에 버스는 한동안 제자리에 서 있었지.

내리고 나서도 친구들 있는 버스를 잘 바라보지 못하더라. 겨우 친구들에게 손을 흔드는 너희 표정이 참 어두웠어. 뭐랄까. 참 안쓰러웠다고 할까. 2박 3일 내내 그토록 밝았던 너희들이었는데. 공항으로 들어서는 뒷모습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하겠더라. 아저씨 마음이 무거워졌어.

물론 다시 보지 못하란 법이야 없겠지. 허나 6년 내내 쓸쓸하게 초등학교를 다녔을 너희들은, 그 또한 장담하기 어렵다는 걸, 어쩌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지도 모르겠지. 어쩌면 마지막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야.

클로버문고에서 나왔던 명랑소설 '6학년 0반 아이들' 표지
 클로버문고에서 나왔던 명랑소설 '6학년 0반 아이들' 표지
ⓒ blog.naver.com/dokken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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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들어봤니? 6학년 0반 아이들

그래서 어젯밤 그랬던 거니? 오늘밤 미치도록 놀아도 되냐고, 밤새 놀아도 되냐고, 남자아이들 방에서 함께 놀아도 되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잖아. 너희들이 헤어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새벽 늦게까지 잠들 수 없었던 너희들 마음이 비로소 조금 이해가 가더라.

늦게나마 이런 글을 쓰게 된 것도 그 때문이야.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거든. 혹시 들어봤니? '6학년 0반 아이들'이라고. 아마 모를 거야. 너희 아빠 엄마가 어렸을 때 나왔던 명랑 소설 제목이니까.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소설인데, 지금 보면 유치할 수 있어. 대충 내용은 이래.

그때만 해도 남녀합반은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거든. 헌데 한 국민학교(초등학교) 6학년 10반 아이들이 남녀합반이었던 거야. 게다가 맨 마지막 반이었으니, 무슨 별종 취급받는 것 같아 은근 기분 나빴던 거지. 그래서 10반에서 1을 빼고 0반으로 하기로 결정해. 맨 앞 반으로 하자는 뜻으로 말야.

그래서 1년 내내 서로 힘을 모아 아주 훌륭한 학급을 만든다는 이야기, '6학년 0반 아이들'. 무척 재미있게 읽었었어. 특히 마지막 졸업식 장면을 참 슬프게 읽었던 기억이 나.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너희들 헤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때의 감상이 살아났는지도.

이별 전날 밤 불꽃놀이
 이별 전날 밤 불꽃놀이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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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동창회'한다는 소식이 들린다면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든 거야. 어쩌면 너희들이 진짜 6학년 0반이라는, 6년 내내 '0반'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우리나라 어디에도 그렇게 부르는 반이 없으니, 그래서 오히려 너희들만을 위한 반 이름일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이 든 거지. 앞으로 너희들이 모이려면 어떤 이름이 필요할 테니까.

그래서 1반보다도 앞에 있었던 '6학년 0반 아이들의 전설'을 이야기한 거야. 이번에는 어른들이 너희들의 만남을 도와줬지만, 이 소중한 우정을 어떻게 가꿔나가느냐는 오로지 너희들 몫이니까. 우정을 가꿔나가는 것, 어른들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잖아.

또 어른이 되면 말야. 이것저것 가꾸고 지킬 것도 참 많아지거든.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진짜 우정은, 지키려는 자만 얻을 수 있는, 참 소중한 것이란 걸. 그래서 아저씨는 바라. 너희들의 우정이 지속되길, 아름다운 우정을 가꿔 나가기를.

끝으로 아저씨도 약속할게. 너희가 '동창회' 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꼭 달려가겠다고. 그런 '뉴스'가 들리는데 가만있을 수 없는 거잖아. 그때는 말야, 정식으로 소개하고 제대로 인터뷰하고 싶어. 물론! 너희들이 허락해 준다면.

제2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 참가 학생들(가나다 순)

강하영(전남 목포 서산초등학교 충무분교)
김경민(전남 신안 지도초등학교 어의분교)
김용현(전북 완주 청완초등학교)
박호진(전남 신안 지도초등학교 선치분교)
박호환(전남 신안 지도초등학교 선치분교)
우희정(충남 서산 대산초등학교 웅도분교)
이도현(전남 순천 상사초등학교 쌍지분교)
이승원(전남 목포 유달초등학교 율도분교)
장윤수(충북 청원 미원초등학교 금관분교)
장창일(전남 신안 지도초등학교 어의분교)
정나라(전남 구례 토지초등학교 연곡분교)
조지운(전남 무안 일로초등학교 청망분교)
조하영(전북 완주 청완초등학교)
최지희(전남 신안 압해초등학교 매화분교)
최태산(전남 목포 유달초등학교 달리분교)
허성종(경북 봉화 물야초등학교 개단분교)
허유진(전북 부안 보안초등학교)


태그:#졸업, #졸업식, #졸업여행, #더불어 졸업여행,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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