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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검 원주지청은 24일 원주시 시정홍보지 만화란에 대통령 욕설 문구를 그려 넣어 담당 공무원을 속인 혐의로 최아무개(44)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최씨가 시정홍보지인 '행복원주'에 담당 공무원이 알지 못하게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만평에 그려 넣어 시정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또 "현직 대통령을 욕하는 시정홍보지가 발간되면서 정치적 중립이라는 발간 취지가 훼손된 점도 기소이유에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과연 욕설이 포함된 만화를 그린 자체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하는 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향후 법정에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 욕설 만화 그렸다고 공무집행 방해?

최씨는 정식 원주시청 직원이 아니고 회당 일정액을 받는 방식으로 만화(삽화)를 그려온 시사만화가다. 그는 지난 6월 발행된 시정홍보지 '행복원주' 12면 시사만화란에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제목의 만화를 그렸다.

호국영령의 위패 앞에서 묵념하는 가족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위패가 놓인 제단의 문양에 '이명박 XXX' 식의 욕설이 들어가 있다. 욕설을 담은 문양 형태의 문자는 제단을 가로질러 새겨져있고, 거울에 비친 것처럼 좌우도 바뀌어 있어서 세심히 보지 않으면 식별하기 어렵게 돼 있다.

지난 6월 1일자 발행한 '행복 원주' 제230호 12면에 게재된 문제의 만평. 비석 아래 제단 옆에 적힌 문양을 세로로 세워 자세히 살펴보면 '이명박 ○○○, 이명박 ○○○'이라고 적혀 있다. 해당 글이 좌우가 뒤바뀌어져 있고 제단을 가로질러 있어 세심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힘들다.
 지난 6월 1일자 발행한 '행복 원주' 제230호 12면에 게재된 문제의 만평. 비석 아래 제단 옆에 적힌 문양을 세로로 세워 자세히 살펴보면 '이명박 ○○○, 이명박 ○○○'이라고 적혀 있다. 해당 글이 좌우가 뒤바뀌어져 있고 제단을 가로질러 있어 세심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힘들다.
ⓒ 원주시청 '행복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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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담당 공무원이 이를 모르는 상태에서 2만 부 가량이 인쇄돼 관내 읍·면사무소, 동 주민센터 등에 배포됐고, 1500부 정도는 출향 인사들에게 발송됐다. 결국 홍보지가 배포된 지 2주일 이상 지난 뒤에야 한 원주 시민이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의 블로그에 캡처 화면을 올리면서 처음 알려졌다.

최씨는 당시 원주시의 조사 과정에서 "알아볼 수 없게 그려 넣어 괜찮을 줄 알았다. 특별한 의도는 없었지만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시는 "최씨가 욕설 문구를 교묘한 방법으로 만화에 삽입해 공무원들이 식별하지 못하게 했다"며 "행정기관의 홍보지에 국가원수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아 시민과 고향을 떠난 인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원주시는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억수 공보담당관 등 2명을 직위해제하고, 만평을 그린 최씨에 대해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원주시는 당초 모욕이나 명예훼손 혐의도 검토했지만 이는 피해 당사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라는 점 때문에 공무집행방해 혐의만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에 대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최씨에 대해 공무집행 방해 혐의 성립 여부를 두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유죄를 주장하는 측은 "담당공무원을 속이고 만화에 욕설 문구를 삽입한 것은 시정홍보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무죄를 주장하는 측은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저지하기 위해 물리력을 행사한 것도 아닌데, 단지 욕설이 담긴 만화를 그린 것을 공무집행 방해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법원의 최종 판단에 이목이 집중된다.


태그:#이명박 대통령 욕설 만화, #공무집행 방해, #원주시, #시사만화가, #시정홍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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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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