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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낙안군의 천년 물줄기의 작은 방울들이 모인 낙안면 상송저수지
 옛 낙안군의 천년 물줄기의 작은 방울들이 모인 낙안면 상송저수지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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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들판을 가로지르는 물줄기는 크게 네 갈래다. 금전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 금전산과 오봉산 사이에서 흐르는 물줄기, 제석산 자락과 징광산 쪽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 물줄기 중에서 유독 눈여겨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금전산에서 내려와 상송저수지를 거쳐 살푸정(사포정) 앞을 지나 옥산, 원등마을 앞을 통과해 홍교다리 밑으로 해서 진석포구를 끝으로 바다로 향하는 물줄기인데 이는 이 지역 천년의 물줄기다.

상송저수지를 출발한 물줄기는 하송마을로 흐른다 (하송다리)
 상송저수지를 출발한 물줄기는 하송마을로 흐른다 (하송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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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송저수지는 금전산에 흘러 내려온 물이 처음으로 고인 곳이다. 이후 곧바로 하송마을로 흐르는데 하천의 형태는 돌과 시멘트를 사용해 제방을 쌓아놓은 곳이 있는가 하면, 자연하천 그대로 유지된 곳도 있다. 하천생물이 살기에는 자연하천이 좋은 환경일 것이란 점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사람 또한, 자연 그대로 만들어진 하천에 한 번 더 눈이 가고 무성히 자란 풀숲 아래에서 노닐고 있는 물고기가 훨씬 더 편안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다만 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들녘에서 조금의 사치스런 생각임에는 틀림없다.

물은 하송 마을을 지나 옥산 마을에 다다르는데 수로와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나무 두 그루가 자라고 있고 30여 가구가 모여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살푸정(사포정)이라고 부르는데 100여 년 전에는 이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는 곳이다.

옛 낙안군 지역은 지금의 낙안면 살푸정(사포정)까지 바닷물이 들어오고 쪽배가 드나들었다고 한다. 지금의 살푸정은 들판 가운데에 있다
 옛 낙안군 지역은 지금의 낙안면 살푸정(사포정)까지 바닷물이 들어오고 쪽배가 드나들었다고 한다. 지금의 살푸정은 들판 가운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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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송저수지에서 이곳 살푸정(사포정)까지의 물줄기도 천년의 낙안군 물길에 포함됐다고 말할 수 있지만 엄격히 따지면 바닷물이 들어왔던 살푸정이 이 고장 천년 물줄기의 시작점이자 끝지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100여 년 전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는 살푸정이 왜 들판에 자리하고 있을까? 그것은 이 지역 경지 정리와 관계가 있다. 물과 땅이 어우러진 자연 들판을 네모 반듯하게 경지정리하면서 물줄기도 달라졌고 살푸정은 들판 가운데 덩그러니 위치하게 된 것이다.

사실 지금은 바닷물도 이곳에서 약 7킬로미터나 떨어진 벌교 12방천이나 소화다리까지만 오르락내리락 하기에, 옛날 돛단배가 머물렀다는 아름다웠을 살푸정의 모습은 들판의 그것으로 전혀 다른 세상 돼 버렸다는 게 좀 안타까운 일이다.

낙안 들판의 하천 모습은 자연 그대로의 하천과 시멘트로 공사해 놓은 구간이 섞여있다
 낙안 들판의 하천 모습은 자연 그대로의 하천과 시멘트로 공사해 놓은 구간이 섞여있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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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푸정 근처를 지난 물줄기는 실개천이 됐다가 조금 넓어졌다 하는 것을 반복하는데 원등마을을 지나면 수로를 따라 다양한 식물들이 양쪽 개천을 타고 내려와 무성하게 물줄기를 덮고 있고 이름 모를 식물들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어떤 이는 이런 하천의 모습을 보면서 관리가 전혀 안됐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필자가 보기에 진정한 생태하천은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라 생각된다. 문제는 잡풀들이 많이 자란 이런 곳은 어김없이 생활쓰레기들이 자리하고 있고 불태운 흔적들이 남아있는데 생활의 흔적이라고 말하기엔 좀 과한 부분이 있다.

최근 개통 된 벌교 인도교 부근에 오면 강의 모습이 나온다
 최근 개통 된 벌교 인도교 부근에 오면 강의 모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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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형태로 하천은 7킬로미터를 진행한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강인 듯, 바다인 듯 한 느낌을 주는 곳은 벌교 홍교다리 부근에서 부터다. 벌교가 바닷가 마을이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게 만들어 주는데 지금껏 하천 폭이 작게는 3미터에서 5미터 수준이던 것이 갑자기 벌교 12방천 부근에서 부터는 하천 폭이 두 자리 숫자로 늘어난다.

다리 같은 다리도 나타나는데 그 첫 번째가 봉림교이며 그 다음이 보물로 잘 알려진 홍교다. 최근에 만들어 놓은 인도교에서는 그 절정을 보여주는데 예전부터 주민들이 철다리 밑에서부터 보를 막아 수상유원지와 같은 휴식처를 만들자는 의견들을 많이 내 놓았던 곳이다.

벌교 장좌리 마을 앞은 갯벌과 갈대의 시작이다
 벌교 장좌리 마을 앞은 갯벌과 갈대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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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 장좌리 마을과 벌교대교 부터 걷기 전용 보도가 시작된다
 벌교 장좌리 마을과 벌교대교 부터 걷기 전용 보도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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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끝 바닷가에는 전국에서도 곱기로 소문난 갯벌이 자리하고 있다
 벌교끝 바닷가에는 전국에서도 곱기로 소문난 갯벌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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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 철다리와 벌교대교 부근에서 부터는 본격적인 갯벌과 바다다. 특히, 장좌리 마을 부근에는 갯벌 식물의 대명사인 갈대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데 벌교읍내와 거의 붙어있어 예전에는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인식됐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관광자원이다.

이미 갈대밭이 있는 벌교읍내에서부터 시작해서 중도방죽을 지나 진석마을까지 걷기전용보드를 깔아놓거나 진행 중에 있고 진석마을이 갯벌체험장으로 한창 공사 중이기에 벌교 바닷가의 갯벌과 갈대는 보면서 걷고 체험하는 삼박자의 관광벌교를 구현해 주는 중요한 몫을 담당하게 될 듯하다.

옛 낙안군의 물줄기는 낙안면 상송에서 시작해서 들판을 지나 바닷가로 흘러나가면서 수만년의 역사를 가진 갯벌에서 머문다
 옛 낙안군의 물줄기는 낙안면 상송에서 시작해서 들판을 지나 바닷가로 흘러나가면서 수만년의 역사를 가진 갯벌에서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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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낙안면의 물 시작점에서 출발해 벌교읍 바닷가 물줄기 끝까지 따라가 본 14킬로미터의 구간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민물길 약 7킬로미터 구간은 그저 논농사의 보조수단으로 자리하고 있어 '물이 우선이다'는 의미에서 다소 거리감이 있었지만 이후 바닷길 약 7킬로미터 구간에서는 '물이 먼저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래엔 '물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말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올 전망이다. 이 고장 천년의 물길을 살려보려는 노력이 낙안이나 벌교 어느 한쪽만이 아닌 공동의 일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는 옛 낙안군 물길 여행이었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낙안군, #남도TV, #낙안, #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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