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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을 가지고 있는데 추가부담을...

 

재개발 관련 공청회를 가보면 주민들의 요구는 한결같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얼마에 보상해 줄 것인지 그리고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의 가격은 얼마나 될지 알려달라는 거다. 그러나 컨설턴트회사나 조합 추진위의 대답 역시 한결같다. 지금은 알 수 없고 따라서 대답해 줄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가격 흥정도 하지 않고 매매계약서부터 쓰자는 꼴이다.

 

재개발이란 기본적으로 내가 살고 있는 집을 헐고 새 집을 짓는 것이다. 새집을 짓게 되면 옛집의 지상건축물은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철거비만 들 뿐이다. 따라서 내가 지금 20평의 대지를 소유하고 있으면 그중의 10평을 팔아서 건축비를 충당해야 한다. 그러고도 부족하면 현금으로 더 내는 것이다.

 

투기 세력은 무조건 정비구역 지정을 원해...

 

그런데 문제는 재개발의 경우 주민들 입장에서 도대체 내 토지의 가격이 얼마에 처분될 수 있는지 그리고 건축비는 얼마나 드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신축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주민들이 재개발이 가능한 정비구역지정을 원하는 이유는 정비구역 지정이 되면 일단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여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투기세력이다. 특히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다세대주택 등을 사 놓은 부동산 소유자들은 무조건적으로 정비구역 지정을 원한다. 정비구역 지정으로 평당 200-300만 원 하던 집이 평당 500- 600만 원으로 오르게 되니 토지 소유자 입장에서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옆의 지역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이 되어서 이미 부동산 가격이 오른 상황이라면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앞뒤 가리지 않고 정비구역 지정을 원하게 된다.

 

 

초기엔 알수 없는 보상가와 분양가...


정작 문제는 정비구역지정이 되고 조합이 설립된 이후부터의 상황이다. 이때까지 주민들은 대체로 내가 토지를 30평 소유하고 있으면 30평짜리 아파트는 돈을 더 내지 않고 들어갈 수 있겠지 하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조합이 설립되고 시공사를 선정하고 하는 등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서서히 이런 기대가 난망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는 사업계획 승인이 나고, 그리고 나서 관리처분 계획 인가가 나는 최종단계에 가서야 보상가와 분양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사업을 취소하거나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이 진행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결국 주민들은 사기 당했다는 심정으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고 원주민의 재정착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현재 재개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렇다면 보상가와 분양가를 재개발 사업 추진 이전에 특히 정비구역 지정하기 이전에 주민들에게 제시할 수는 없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제시될 수 있다. 그런데 보상가와 분양가가 사전에 제시되지 않는 이유는 건설회사나 주택공사 등이 사업의 위험부담은 전혀 지지 않고 사업은 조속하게 추진하려 하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회사 등이 재개발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초기 토지확보를 위한 비용이 들지 않고 또 상당한 정도의 분양이 이미 조합원을 통해 이루어져서 그만큼 사업성이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기에 정확한 보상가와 분양가를 제시하면 후에 상황변화에 따라 혹시 적자가 발생할 수도 있고, 또 주민들의 요구에 미치지 못해 사업추진이 무산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부러 회피하는 것이다.

 

 

관련법 개정이 이뤄져야...


현재의 재개발 관련법들은 이러한 건설회사들의 입장을 편들어서 분양가나 보상가를 전혀 제시하지 않고도 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재개발 관련법이 주민들을 위하기보다는 건설업자를 위한 법이라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이제라도 보상가와 분양가를 사전에 제시하고 재개발이 추진 될 수 있도록 관련법의 개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래야만 재개발 지역에서의 주민 재정착률을 높일 수 있고 건설업자에게 일감을 제공하기 위한 재개발이 아니라 진정 주민을 위한 재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생활정치메타블로그(www.lifepolitic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재개발, #뉴타운, #정비구역, #생활정치연구소, #재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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