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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4대강 사업의 수익 창출을 위하여 정부에서는 예시로 관광자원과 친수성을 융합한 관광복합단지 조성, 하천 부지를 활용한 수변레저시설 조성, 경관이 수려한 곳은 소형친환경 빌리지 조성 등을 밝히고 있다. (위클리 경향 846호 포커스 카지노 건설이 4대강 사업인가?)

 

특히 한나라당 대구 달성병 지역구인 조원진 의원의 경우 낙동강 주변을 개발하는 '에코 워터 폴리스' 건설계획을 발표하였는데, 낙동강변에 수변 디즈니랜드와 크루즈 카지노, 경정경기장 등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시는 결국 4대강 사업으로는 대규모 투자에 비하여 수익이 적기 때문에 사업성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자원공사 측에서는 사업비의 절반인 4조원을 부담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관광연계 구상

 

이명박 대통령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 때부터 시민사회단체나 야당에서 사업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 어김없이 대안으로 제시하였던 것이 수상 및 수변 관광자원 개발로 인한 관광객 유치이다.

 

관광객 유치로 인한 수익 창출 논리는 그야말로 한반도 대운하 사업 이외에도 광범위하게 정부정책에 활용되어 왔다. 새만금간척사업이 농지로서 활용성에 대해 의문시되자 언제부터인가 새만금국제관광단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이명박 정부 이전에도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등 대규모 지역개발에는 언제나 관광객 유치를 통해 부존자원을 극복하고,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4대강 사업도 역시 예외가 아니게 되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미약하나마 물류사업으로 인한 수익이 있었지만, 표면상 4대강 사업은 이마저도 포기하였기 때문에 사업성이 있는 민간 또는 공기업이 할 수 있는 사업이라 볼 수 없다. 공사의 경우에도 최근에는 공사 실적 평가시 연간 손익이 주요 평가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에 공기업의 수익성 여부는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중요한 잣대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을 공기업에서 떠맡아 할 경우에는 사업 적자에 대한 지원이 없거나, 사업의 수익성 여부가 존재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수자원공사 또한 4대강 사업에 4조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다면 사업 자체로 수익성이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 섰거나, 정부에서 그만큼에 상응하는 지원이 이루어질 때 가능한 일이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정부의 직, 간접적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거나, 수자원공사 사장이 사업 여부 판단 능력이 없다는 말이 된다.

 

카지노 도입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살리겠다고?

 

그렇다면 외국인 카지노 도입이 과연 4대강 사업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러한 형태가 가능하려면 외국인 카지노 사업은 카지노 및 호텔 건설에 투자되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수익말고도 4대강 사업의 적자를 메꿀 수 있는 상당한 수익성이 요구된다. 여기에 초기 대규모 투자에 따른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도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외국인 카지노가 강원랜드와 같은 내국인 카지노와 같이 대단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결론은 그렇지 않다. 전국적으로 외국인 카지노는 총 16개가 있다. 수도권에 4개, 내륙권에 4개, 그리고 제주도에 8개 등이 현재 운영이 되고 있지만, 현재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수익을 내고 있는 카지노 운영업체는 거의 없다.

 

또한 외국인 카지노와 마찬가지로 언급되고 있는 디즈니랜드와 같은 대규모 테마파크의 경우에도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테마파크는 적자 운영이 지속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적자를 메꿀 수 있는 수익은 고사하고,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부속사업 성격이라 할 수 있는 외국인 카지노와 대규모 테마파크가 오히려 더 적자폭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관광사업은 흔히 지역인구가 사는 곳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 관광수요는 줄어들게 되어 있다. 즉, 관광수요와 거리는 반비례하게 된다. 지방의 지역인구가 점차 적어지고 수도권으로 집중화되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면 심화되지, 완화될 수 없다.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현재 외국인 입국의 주요 경로이자, 외국인 관광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규모로 유치하기는 쉽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외국인들이 관광지를 선택하는 것은 단순히 카지노, 경정장 등의 도박 게이밍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 지역의 문화와 다양한 체험을 위함이다.

 

제주도의 경우, 외국인 카지노의 적자폭이 심해지자 최근에는 내국인 관광객 전용 카지노 유치를 발벗고 나서고 있다. 지역주민이 아닌 관광객의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카지노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 자체가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외국인 카지노는 관광수요 창출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살리자고 외국인 카지노나 경정장을 도입하자는 것은 도박에 대한 부정적 폐해는 논외로 하더라도, 너무나 단순하고 무지한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그 빗나간 행보

 

특히, 19일 제26차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에서는 예전에 볼쇼이 극장을 갔던 일화나, 타기업의 CEO들이 서울에 오페라 하우스 같은 문화시설이 있느냐고 물었던 것을 언급하며, 다시금 4대강 사업과 문화시설과의 연관성을 제기하였다.

 

"저는 4대강이 만들어지면 그 주위에 따라서 많은 문화적 시설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투자도 필요합니다. 내년 문화관광부 예산이 사상 처음 3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체 예산 증가율에 비하면 무려 배나 되는 20%나 늘어났습니다. 물론 예산만 늘린다고 해서 바로 문화국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행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러한 일에 관심을 두고 있고, 기업들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4대강 사업의 수익창출을 위한 각종 문화관광단지의 개발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문화의 육성을 단순히 시설 개발로 인해 일으키게 하겠다는 발상은 이미 기존의 농산어촌지역에 상당한 지원금을 시설 개발에만 투자하였다가 실패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진정으로 문화국가를 원한다면, 4대강 사업과 별개로 각 지역의 문화부터 계승하고 보전할 수 있어야 하며, 지역주민이 가장 살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은 볼쇼이 극장, 오페라 하우스 등의 대규모 투자시설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지역의 소소한 하드웨어 개발과 함께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 개발, 그리고 그에 맞는 인적자원의 교육과 육성, 그리고 수도권 집중화에서 벗어나 지역인구의 증가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대규모 문화시설의 도입의 상징적인 모델이 바로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소규모 빌바오 도시를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명성을 알리게 되었으며, 연간 300만 명 이상의 관광객 유치로 주목받은 전시관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문화관광 전문가라는 분들이 우리 나라에도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같은 것을 만들자고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구겐하임 미술관의 성공사례를 보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였다 실패한 경우가 적지 않다. 다른 여건과 상황에서 똑같은 형태의 개발을 한다고 해서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벤치마킹이란, 다른 사례를 보고 우리에게 적합한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이지, 모방이 아니다.

 

몇 해 전에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같은 해외 브랜드의 대규모 테마파크는 이미 우리 나라에 유치를 위한 검토를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수익성을 이유로 지방권은 이미 도입을 배제한 바 있으며, 수도권에서도 토지이용 등의 특례 요구, 단순 대규모 테마파크 시설뿐만이 아닌 복합상업시설과 골프장 분양이 가능하도록 상당히 까다롭게 요구하고 있다.

 

그들 입장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챙겨가려고 하는 것은 있겠으나, 그만큼 대규모 문화관광시설의 경우 초기 투자금액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운영을 통한 수익창출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 토지 및 건물개발 후 분양을 통해 금융비용을 충당하는 형태로 진행이 된다. 4대강 사업을 대규모 관광시설과 연계하겠다는 것은 결국 주변지역 부동산 사업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만큼 지가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진정으로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주민을 우선 신경써라

 

지역관광개발을 추진할 때 공무원, 학계, 업계에서 해외사례 조사를 위해 다녀가는 곳 중에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일본의 유후인 마을이다. 부존자원이 없는 마을이 연간 4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고 알려져 유명해지다보니 우리 나라 지역관광 도입에서도 벤치마킹 사례로 많이 쓰여지고 있다.

 

유후인 마을은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 가장 관광하기 좋은 마을'이라는 모토로 유명하다. 이 말은 결국 단순히 보여지는 시설이 아름다운 것이 관광의 전부가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생활하기 좋아서 인적자원도 풍부하게 갖추어져 있고, 지역의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이 가장 관광하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생활을 위한 복지체계와 자족형 생활이 꾸려지는 곳이 선행조건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복지체계와 자족형 생활은 무엇으로 대변될 수 있을까? 이는 조한혜정 교수 등이 제기하고 있는 '돌봄' 문화와 공동체 생활을 영유하는데 필요한 '나눔'의 문화라 할 것이다. 돌봄과 나눔이 상업화되지 않고 생활화되어 여성, 노동자가 모두 평등한 여가관광 향유를 이루어낼 수 있을 때, 그래서 진정으로 살기 좋은 곳이 되어 지역문화를 만들어낼 때, 그 지역의 문화는 독특하게 발전되고 사람들은 이를 보기 위해 관광을 하게 된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서 보는 것들이 그 지역의 문화유산이 주된 것이지, 대형 리조트와 테마파크가 주가 되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라. 각 지역마다의 독특한 문화는 관광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된다.

 

이제는 토건국가의 신개발주의 산물인 대규모 관광문화시설 개발을 제발 걷어치우자. 순진한 지역민들에게 외국인 카지노가 건설되고 디즈니랜드가 들어서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느니, 4대강 사업이 충분히 가능하다느니 하는 사탕발림을 이제 그만하자. 문화는 단순히 시설 개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먼저 지역의 돌봄과 나눔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역의 사회문화 및 복지를 육성 및 지원하고, 그 문화에 맞는 지역관광정책을 추진하는 미학을 요구한다.


태그:#4대강 사업, #이명박 정부, #외국인 카지노, #지역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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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회를 위한 관광과 여가의 역할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현재는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겸임교수, 대안관광컨설팅 프로젝트수 대표로 관광 컨설팅 및 강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행기획자로 여행을 다니며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집을 지으면서 주택, 타운하우스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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