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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조강 생산 능력을 보유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그러나 광양만은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다. 50일 전 발생한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는 인재였다. 쪽빛 바다를 흑빛으로 만든 폐기물 침출수는 환경 대재앙의 서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고로 광양제철소 동호안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사고 원인과 대책을 몇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말]
지난 1월 27일 오후 1시 30분경 광양제철소에서 붉은 빛을 띤 녹가루 형태의 먼지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사진 - 광양시의회 박필순 의원 제공)
 지난 1월 27일 오후 1시 30분경 광양제철소에서 붉은 빛을 띤 녹가루 형태의 먼지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사진 - 광양시의회 박필순 의원 제공)
ⓒ 박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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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제철소(Dream Works)'

정준양 회장 체제의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오는 2011년까지 구현하겠다는 비전이다. 자동차용 강판과 후판, 송유관(API) 등 경쟁력을 갖춘 전략제품 생산으로 최고의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또 있다. '공원 속의 제철소'다. '크린 앤 그린(Clean & Green)' 운동을 펼치고 있는 광양제철소는 공장 내 166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녹지 비율을 18.9%에서 24.5%로 높였다. "쾌적하고 건강한" 글로벌 수준의 친환경제철소를 만들겠다는 포스코의 '꿈'이다.

반면 제철소를 보는 지역의 여론은 싸늘하다. 일각에선 '공해 덩어리', '환경재앙의 제철소'라고 부른다. 지난 8월 말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 이후 이런 분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특히 광양시의회 박필순 시의원은 "제일 큰 문제가 물 처리 시설"이라며 "정화되지 않은 6만 톤의 오폐수가 매일 광양제철소에서 광양만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몇 년 전에 송강호가 주연했던 <괴물>이라는 영화를 봤나? 한강에 유출된 독극물로 인해 괴물이 생겼는데, 그런 일들이 광양만권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장담하나? 예측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광양제철소에서 나오는 각종 오염원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포스코 "우린 환경 친화적 기업"... 대기오염으로 고통받는 주민들

조뇌하 광양제철소 소장은 지난 4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환경 친화적 기업경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포스코는 건설초기부터 지금까지 1조8300억 원을 들여 환경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광양제철소는 지난 1987년 5월 광양제철소 1기 설비 준공과 함께 국내 최초로 '환경관제센터'를 설치했다. 공해방지설비의 효율적인 운영과 환경오염물질 저감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또한 2006년 10월에 설립된 사단법인 '클린 태인동 만들기 협의회'에 가입했고, 2007년 12월에는 1760억 원을 투자해 광양제철소 소결로에 '배출가스 청정설비'를 준공했다. 모든 소결공장에는 중탄산나트륨 투입 및 선택적 촉매환원법 설비를 도입했다.  

그 결과 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 등 대기를 오염시키는 물질의 배출 농도와 발생량을 대폭 줄였다는 게 광양제철소의 설명이다. 광양제철소 내에 설치된 64개의 환경자동측정 시스템은 인근지역 대기의 질을 실시간으로 측정, 지역주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전남 광양시 태인동 주민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 질환 등을 호소했다. 이 당시 한 주민은 등, 다리, 손, 가슴과 배 등 피부가 빨갛게 도드라졌고, 가려움증상이 있었다.
 지난 2006년 전남 광양시 태인동 주민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 질환 등을 호소했다. 이 당시 한 주민은 등, 다리, 손, 가슴과 배 등 피부가 빨갛게 도드라졌고, 가려움증상이 있었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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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광양제철소가 대기 오염물질 저감 노력에 힘을 쓰는 데는 그 이유가 있다. 광양제철소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하루 평균 100여 톤이 넘는 대기오염물질이 광양만 주민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광양시의회가 공개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광양제철소의 하루 평균 오염물질 배출량은 미세먼지 11톤, 황산화물 약 47톤, 질소산화물 약 48톤에 달한다. 연간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3만8000여 톤의 유해물질이 대기에 그대로 배출되는 셈이다.

황산화물은 주요한 대기오염물질로써 산성비와 호흡기 질환의 원인으로 꼽히고, 질소산화물은 태양 광선인 자외선과 반응을 일으켜 대기 중 오존을 형성시키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코크스 제조 공정에서 폐암과 신장암 등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을 포함한 가스를 십 수 년간 대기 중으로 그대로 누출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광양시 주민들은 가려움증 등 심각한 피부질환에 시달려야 했다.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광양제철소와 마주하고 있는 광양시 태인동은 일명 '쇳가루 마을'로 불린다. 지난 2006년 8월 주민 350여 명이 접촉성 피부질환, 호흡기 질환, 소아 천식, 결막염 등의 증세를 호소한 것.

당시 병원치료를 받은 최아무개(74)씨는 "병원에서는 긁지 말라고 하지만 따끔거리고 너무 가려워서 못 견디겠는데 어떻게 긁지 않을 수 있느냐"며 "특히 저녁에 심해져서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수면제를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하도 가려워서 따가운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온 등과 배에 후끈거리는 파스를 붙이고 생활해야 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피부질환의 주범으로 광양제철소 쪽에서 날아드는 쇳가루를 지목했다. 정상적인 공기에는 1% 이하의 철분 성분이 포함되지만, 태인동 지역에서는 최고 6배가량이 더 높게 나타났다. 주민들은 피부 질환과 함께 심각한 호흡기 질환도 앓고 있었다.

앞서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이 인근 광양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에서 기인했다는 연구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지난 2004년 광양시의 의뢰를 받은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팀은 태인동 주민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민건강실태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민 1000명당 55.5명이 만성기관지염과 폐기종(폐가 지속적으로 확장되는 병)·기관지 확장증 등 만성호흡기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는 지난 2001년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1000명당 11.26명)보다 5배가량 높은 수치다. 하지만 15∼19세 청소년의 경우 만성호흡기질환자는 74.4명으로 전국평균(2.25명)보다 33배나 높았고, 천식은 18.4명으로 전국평균(14.4명)보다 1.2배 높았다.

보고서는 "지역주민들이 기관지 폐색을 비롯한 만성적인 호흡기계 질환 등을 앓는 것은 제철소 등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환경오염문제의 관리 및 대처방안을 도출할 때 일정한 사회경제적 책임이 (제철소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포스코 측은 "만성호흡기질환 수치는 의사 진단결과나 치료수치가 아닌 설문조사 결과인데다 응답자의 성실성 확인을 위한 중복체크 기능이 없으며, 가족 중 한 사람이 대표해서 설문에 응하도록 해 오류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건강 조사 결과를 발표도 하기 전에 일부 언론이 "호흡기 질환 많다는 보고서는 잘못" 등의 제목으로 광양제철소의 해명만 보도하는 촌극을 벌여, 포스코의 '언론 길들이기'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광양환경운동연합은 "만성기관지염이나 천식 등은 대표적인 공해병"이라며 "이에 대한 책임은 1차적으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있다. 전국적으로 최고의 산성비와 오존오염도를 보여왔고 광양의 황산화물 90%, 질소산화물 86.6%를 배출하는 기업임에도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탈황, 탈질 설비투자를 의도적으로 기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환경시민단체들은 또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라는 포스코의 광고 문구를 "소리 없이 환경을 파괴합니다", "소리 없이 기자를 움직입니다" 등으로 패러디해 꼬집기도 했다.


각종 오폐수로 신음하는 광양만


포스코 광양제철소 페로니켈공장 옆 오탁수처리장. 제철 작업 과정에서 나오는 물을 정화해 동호안으로 내보내는 곳이다. 처리장 내에 고여 있는 물은 시큼한 냄새와 함께 짙은 암갈색을 띠고 있었다. 동호안과 연결된 물막이 구간은 처리장과의 경계를 나타낼 뿐, 비가 조금만 내려도 오탁수가 넘칠 만큼 낮았다. 실제 지난 1일 내린 비로 물막이 일부 구간이 유실됐고, 제철 공장에서 나온 오탁수가 정화되지 않은 채 동호안으로 흘러들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페로니켈공장 옆 오탁수처리장. 제철 작업 과정에서 나오는 물을 정화해 동호안으로 내보내는 곳이다. 처리장 내에 고여 있는 물은 시큼한 냄새와 함께 짙은 암갈색을 띠고 있었다. 동호안과 연결된 물막이 구간은 처리장과의 경계를 나타낼 뿐, 비가 조금만 내려도 오탁수가 넘칠 만큼 낮았다. 실제 지난 1일 내린 비로 물막이 일부 구간이 유실됐고, 제철 공장에서 나온 오탁수가 정화되지 않은 채 동호안으로 흘러들었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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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은 대기오염물질만이 아니다. 철광석에서 철 성분만을 남기고 황·인 등의 성분을 없애기 위해서는 다른 물질을 집어넣어 열을 가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과 함께 수질오염물질이 생성된다.

광양제철소는 지난 2003년 불법사실을 알고도 4개월간 독극물 시안(청산가리)이 포함된 폐수를 11만 톤가량 섬진강에 무단 배출했다가 사정당국에 적발됐던 '원죄'를 가지고 있다. 시안은 독성이 강하며 중독되면 호흡곤란, 호흡마비, 실신, 경련 등의 증상을 보이고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시안뿐만 아니라 폐수에 포함된 부유물질, 높은 PH 농도는 지역 주민들의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광양제철소는 2000년에 이미 방출되는 폐수가 배출 기준치 이상임을 알고서도 3년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실제로 무단 방출된 폐수의 양은 100만 톤이 넘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폐수는 섬진강을 따라 공공수역인 광양만까지 흘러가게 된다.

제철 과정에서 나오는 슬래그(철 찌꺼기)의 양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슬래그 중 제강슬래그는 압연 냉각과정을 거치면서 미량이지만 시안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수분을 머금고 있어서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수질오염원이 될 수 있다. 광양시민들은 "한 해 약 몇 천만 톤의 슬래그를 숙성시키기 위해 쌓아놓는 야적장에서 아무런 오염방지시설 없이 침출수를 내보내고 있다"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수질오염물질의 배출허용기준 수소이온농도는 PH5.8~8.6이다. 그러나 최근 하천과 광양만 근처에서 측정한 수소이온농도는 PH10~12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폐알카리에 가까운 것으로 부식성이 강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

실제 광양만권 어민회가 지난 6월 광양제철소 인근 바다 속과 구조물 교각에 묻혀 있는 부산물을 촬영한 결과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철소에서 발생된 부산물과 원료부두에서 하역하는 과정에 바다 쪽으로 투기된 부산물이 바다 속에서 30cm 이상 쌓여있는 반면 각종 해산물과 어류 등은 자취를 감췄다. 

김영현 광양어민회장은 "제철소 부두에 원료를 하역하면서 떨어지는 석탄, 철광석, 고철 등이 바다를 시커멓게 물들이고 있고, 11개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 역시 해양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며 "특히 슬래그 매립장인 동호안에서 새어나오는 침출수는 강알칼리성으로 생물이 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측은 "광양만권 갯벌은 오염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암이나 돌연변이를 유발할 수 있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가 청정해역에 비해 무려 10~30배 이상 오염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지난 8월 23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로 오폐수 및 폐기물 매립장 침출수가 광양만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8월 23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로 오폐수 및 폐기물 매립장 침출수가 광양만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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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어민회와 환경단체들은 광양제철소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광양제철소는 현재 5선석을 운용하고 있는 원료부두에 오는 2011년까지 876억 원을 들여 20만 톤급 원료부두 1선석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광양제철소는 또 6선석 준설토 매립지역 6만평 부지에 2013년까지 1조원을 들여 저가의 석탄을 이용해 가스를 생산하는 합성천연가스(SNG)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광양제철소는 동호안 준설로 인한 방류수 부유물질(SS)농도 기준을 현행 10㎎/ℓ에서 80㎎/ℓ로 기준 완화를 요청한 '환경협의기준 변경 신청'을 광양시에 내기도 했다. 수질오염원으로 지목된 광양제철소가 오히려 방류수의 배출허용치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박필순 시의원은 "포스코의 1일 물 사용량이 16만 톤인데, 어떻게 처리하냐고 물었더니, 4만 톤은 정화해서 바다로 방류하고, 6만 톤은 증발했다고 하더라"며 "그럼 나머지 6만 톤은 어디로 갔겠느냐. 제철소에서는 재사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화처리 되지 않고 광양만에 그대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광양제철소측의 설명대로 6만 톤의 물이 재사용된다면 매일 16만 톤이나 되는 물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또 "광양시의 1일 쓰레기 배출량은 116톤인데, 광양제철소의 공해 배출량은 16만 톤에 이른다"며 "광양제철소는 광양시가 2년 8개월 동안 배출하는 전체 쓰레기량을 하루에 배출하고 있는 엄청난 공해 덩어리"라고 지적했다.


태그:#포스코 광양제철소, #광양만, #대기.수질오염물질, #쇳가루 마을,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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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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