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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라는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다. 표면적인 이유는 고액 출연료와 저조한 시청률 때문이라 말한다. 하지만 과연 토론 프로그램을 위시한 시사 프로그램들이 그러한 상업적 논리로 재단이 가능한 프로그램인가를 나는 먼저 묻고 싶다. 또한 그들 말대로 <100분 토론>의 저조한 시청률 문제를 단순히 사회자 교체라는 제작비 절감 차원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도 참으로 원시적이고 고답적이지 않은가. 방송국 제작편성 수준은 고작 그 정도인가. 그 논리대로라면 시청률 안 나오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부터 먼저 폐지하는 게 수순일 게다.

 

답을 들었지만 수긍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입 속에는 계속해서 '어째서'라는 말만이 되뇌어진다. 마치 실력 없는 수학교사의 문제풀이를 듣는 것처럼 답을 봐도 이해가지 않는 것 투성이다. 도대체 왜 그들은 '손석희'라는 토론프로그램 최대의 카드를 버리는가.

 

따라서 이러한 '왜?'에 대한 근원적 의문은 결국 '내칠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시각으로 옮겨지는 건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하다. 지금 이곳저곳에서 MBC와 현 정부에 대한 성토가 끊이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걸 보면 예전부터 느꼈지만 이번 정부는 여러 가지 의미로 꽤 노골적이지 않은가. 그 묵묵한 추진력과 발 빠르게 대응하는 방송국 수뇌부들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그리고 사실 MBC <100분 토론>이 가지는 가치의 상당 부분은, 적어도 시청자 처지에선 손석희의 것이었다. 그렇게 대중은 손석희에게 그러한 공론의 장에서 누군가에게 칼을 빼들 권리를 부여했고 긴 시간에 걸쳐 다 같이 손석희를 완성했다. 따라서 손석희가 빠진 <100분 토론>은 후에 시청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가 생각하면 이번에 MBC의 처사는 시청자들에게 다분히 폭력적이다. 그들에겐 사실 그럴 권리가 없다. 그 이상의 설명은 변명일 뿐이다.

 

'손석희'는 과연 '누구'에게 위협이었는가?

 

결국 이번 방송개편의 경우, 사안을 두 가지 측면에서 반드시 분리시켜야 한다. 첫 번째는 현 방송프로그램이 가지는 필연적인 상업적 마인드고, 두 번째는 개편 때마다 툭툭 튀어나오는 현 정부에 대한 시각차 논쟁이다. 이 두 가지가 혼용되어 사용되면 본질은 훼손된다.

 

손석희의 경우는 여타 상업 프로그램 출연자들 상황과는 구분된다. 예능이나 드라마를  위시한 방송 출연자들과 프로그램들은 철저히 상업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 이것에 대한 이견은 존재하기 어렵다. 출연료나 제작비가  많이 들어도 광고가 완판된다는 것은 그토록 강력하다. 그것에 대한 비판은 존재가능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별개다. 손석희와 <100분 토론>과 단순비교할 사항이 못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13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손석희와 인터뷰 도중 농쳤던 "고액출연료 때문에 그만둔다는데 아니, 좀 깎아주지 그래요. 깎아주면 말이 없을 건데"라는 말이나 "드라마 출연료 같은 경우에 보니까 2백억 들이고 그런다는데 그런 데 쓸 돈은 있고" 하는 말은 아쉬움이라기보다는 결국 일종의 조롱이다. 그가 설사 손석희가 3년째 임금을 동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분리되어야할 두 가지 개념이 혼합되어 철퇴를 맞은 김제동은 정말 억울하다. 우리는 누구도 그가 방송에서 좌파적 발언으로 방송을 이끌었던 장면을 본적도 없고, 실제로 그는 그럴 이유도 없었다. 죄가 있다면 방송 바깥에서 상식을 말한 죄다. 

 

하지만 <100분 토론>을 위시한 시사 보도 프로그램의 경우, 김제동과 구분되는 것에 핵심은 역시 '여론'이다. 특히 토론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는 어디까지나 수렴과 대립으로 완성된다. 그리고 그 수렴과 대립은 여론을 이끄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그렇기에 그들은 그 누구보다 스스로 중립의 입장을 재차 강조한다. 그리고 그러한 중립성은 그들의 존재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그들의 존재에 대해 누군가는 중립이라 말했고 누군가는 편입되어 있다고 말했다. 사실 그러한 의견에 대해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유치하지만 누군가 입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얘기다. 문제는 이것에 대한 결과다. 그러한 유치한 의견에 지레 겁먹고 공세를 퍼붓는 일련의 집단에 대한 이야기다. 왜 그 결과가 사회자 교체와 KBS <시사 360>과 같은 프로그램 폐지로 귀결되어야 하는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들에게 이러한 일련의 출연자와 프로그램들은 아마 꽤 큰 협상카드이자 위협이었나 보다.

 

중요한 것이 중요해지지 않는 현실

 

따라서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 지난 13일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밝힌 "시사 프로그램과 관련 없는 드라마,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어떤 정치적 소신을 밝혔다는 이유 때문에 되고 안 되고 이런 일은 정말 미개한 나라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을 하고, 곧이어 <100분 토론>과 관련해서는 "정권이 어떤 압력을 가해서 (손석희씨를) 바꾼다든지 이런 이야기는 MBC에서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분들에 대한 모독이고 더 크게 보면 이명박 정권이 이렇게 했다는 것은 근거 없이 대통령과 그 여당에 대해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한 말은 '김제동보다는 토론 프로그램과 같은 여론을 주도하는 프로그램에서 특수한 위치에 올라와 있는 손석희가 다분히 위협적이다'라는 부끄러운 자기고백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비단 나하나 뿐일까.

 

사실 그가 말한 표면적인 이유만 따지면 이 둘은 모두 시청률과 제작비 절감으로 퇴출된 사항들이 아니던가 말이다. 아니면 진 의원이 의외로 김제동의 열렬한 팬일지도 모를 일이다. 비록 그가 어떤 연예인이 연예 오락 프로그램과 같은 방송매체에서 '정치적 소신을 밝혔다'는 억측을 전제하긴 했지만.

 

아울러 앞서 말한 3년째 동결된 그의 출연료. 그리고 시간대와 프로그램 특성상 상대적으로 적지 않은 시청률, 손석희라는 이름이 가지는 신뢰, 혹은 사회자로서의 능력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 개편에 중요한 사항이지만 슬프게도 또다시 중요하지 않은 사항이 돼버렸다. 또 우리는 뻔히 보이는 것을 모르는 체해야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봐야 한다.

 

비정상이다. 왜 그렇게 해야 하나. 이것이 혹자가 말하는 다면적 접근에 의한 정치적 해결이라면 이제 정말 그런 표현은 지긋지긋하다고 말하겠다. 단순하게 말하면 우리는 눈뜨고 유능한 토론 프로그램 사회자 한명을 잃는 것이다. 그것도 굳이 보이지 않는 개념을 우리끼리 피 튀기면서 논쟁해가며.

 

중요한 것이 중요해지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고 믿어진 권력에 의해 나는 또 무언가를 빼앗겼다. 일각에서 말하는 MBC 사장연임에 의한 포석이네 뭐네 하는 말도 더 이상 듣기 싫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제2의 손석희를 키울 여건이 마련되어진 상황속에 살고 있는가를 상기하면 그 억울함은 더욱 배가 되는 것이다.

 

끝을 보고, 또 끝을 바라면서

 

 

어찌되었든 이제 손석희의 <100분 토론>은 어쩌면 끝이 날지 모른다. 사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데올로기고, 상업성이고, 시청률이고를 떠나서 그저 아쉬움만이 진하게 남는다. 그리고 그러한 아쉬움 뒤에 언제나 그림자처럼 질질 따라다니는 권력과 정치에의 폭력은 항상 감내하기 어려운 무거움이다.

 

도대체 이러한 어두움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도대체 그 끝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또한 진짜 끝을 내어야 할 것과 집단은 과연 누구이고 어디인가.


태그:#100분 토론, #손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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