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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이 따사로운 10일 오후 전남 광양의 농부네 텃밭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이곳 도서관에서 올해로 4회째 '농부네 텃밭도서관 사랑문화 큰잔치'가 열린다고 합니다. 황금들녘에는 가을걷이를 하는 농부들이 분주하게 오갑니다. 텃밭도서관으로 향하는 도로 가장자리에는 농부가 수확한 벼를 말리고 있습니다.

 

마을 고샅길에는 감이 빨갛게 익어갑니다. 아이들의 함성이 담장너머에서 들려옵니다. 한낮입니다. 행사를 진행하는 마이크 소리가 점점 가까워옵니다. 주승용 국회의원을 소개한다는 사회자의 목소리에 함께 동행 하였던 동료의 발길이 갑자기 바빠집니다.

 

 

텃밭도서관입니다. 잔디밭 언덕빼기에서 아이들이 비료포대를 이용해 썰매를 타고 내려옵니다. 주의원의 인사말에 사회자는 "국회에서는 마이크가 꺼지는데 여기서는 안 꺼지니까 좋죠"라며 너스레를 떨자 폭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텃밭도서관은 우리나라 도서관문화의 새 지평을 열었습니다. 자전거와 경운기도서관의 열악함에서 오늘의 번듯한 도서관을 세우기까지 이곳 텃밭지기(서재환)가 걸어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면 그 여정이 실로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오늘의 행사는 전국 2100여 회원들과 지역민들이 함께하는 난장터입니다. 아이들과 어른들, 전국각지에서 찾아온 텃밭도서관 까페 회원들, 동네 어르신들이 어우러졌습니다. 진정한 놀이문화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잔치였습니다.

 

요람을 타는 아이들, 농기구다루기 염색하기 등의 갖가지 체험을 하는 아이들... 거칠 것 없이 맘껏 뛰놀며 즐기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유빈이(6.공유빈)는 펌프질의 재미에 빠져 옷이 다 젖는 줄도 모릅니다. 금세 이곳에서 친구도 사귀었다고 하네요.

 

남도의 풍경과 삶이 물씬 묻어나는 사진 전시회가 시선을 붙듭니다. 주승용의원도 사진감상에 푹 빠져있네요. 몇몇 작품을 살펴볼까요. 키질을 하는 할머니의 사진 아래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습니다. 절구질하는 할머니도 한 말씀.

 

'알맹이는 남고 껍데기는 가라'는 그 말씀이시다.

'요런 촌에 살아도 우리가 신식으로 살아'

 

 

텃밭지기가 이번에 쎄(혀)빠지게 지었다는 집입니다. 옛 추억이 가득한 텃밭도서관과 썩 잘 어울립니다. 농부의 손맛이 담긴 장독대, 마당 가득 널어놓은 우리 밀, 생활사 박물관에서나 봄직한 농기구와 생활용품들이 집 곳곳에 가득합니다.

 

품바공연은 쏟아지는 함성과 어르신들의 앙코르에 끝이 날줄 모릅니다. 우리가락에 환호하던 주민들은 흥에 겨워합니다. 흥은 이어집니다.

 

생활문화큰잔치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름께나 날린다는 연예인들이 벌이는 그것과는 감흥이 다른 별난 잔치였습니다. 출연자와 관객은 어느새 하나가 되었습니다. 가슴을 울컥거리게 하는 알 수 없는 그 어떤 힘이 느껴집니다.

 

 

먹을거리도 풍부합니다. 실비로 제공되는 갖가지 먹을거리는 그 어느 유명 음식점 못지않습니다. 구수한 전어구이 안주삼아 마을 아제는 마루에서 소주잔을 나눕니다. 부침개와 국수로 요기를 하는 가족도 있습니다.

 

진짜 잔치가 열렸습니다. 가슴 뭉클했습니다. 함께 자리한 이들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추억의 장이 될 것입니다. 이제 텃밭도서관은 책을 대여하는 도서관의 단순 기능을 넘어선 듯합니다. 지역민들과 도시민들의 문화소통의 공간으로 또 다른 자리매김을 한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농부네 텃밭도서관, #광양, #도서관, #잔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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