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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2011년 시행? 초등은 2013년 아닌가요?

올초부터 비밀연구, 졸속연구로 비판받던 미래형교육과정(2009개정교육과정)이 지난 9월 29일에 드디어 1차 총론 시안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1차 시안은 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만든 안을 토대로 8월 11일부터 9월 12일까지 한 달여 만에 만든 것입니다.

지난 9월 29일 열린 1차 시안 발표자리입니다. 교육과정 총론 시안인데 교육목표나 평가 방법 등에 대한 내용이 매우 부족하거나 없어 교육과정이 아니라 단지 정책발표 수준이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지난 9월 29일 열린 1차 시안 발표자리입니다. 교육과정 총론 시안인데 교육목표나 평가 방법 등에 대한 내용이 매우 부족하거나 없어 교육과정이 아니라 단지 정책발표 수준이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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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총론이라고 하기엔 내용이 부실하고 핵심적인 내용이 많이 빠졌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관련기사 : 핵심내용 숨기고 출발부터 삐걱대는 미래형교육과정
). 교과부는 이 시안을 다듬어 12월에 고시하고 2011년부터 초, 중, 고 1학년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하였는데, 속내용을 알고 보면 초등학교는 2013년에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국어, 수학 외에 다른 교과교육과정이 전혀 개발되지도 않고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 논의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2009개정교육과정을 2011년에 초, 중, 고 1학년부터 실시한다고 하지만, 학교 사정을 보면 학년, 교과별로 7차부터 2007개정교육과정, 2009개정교육과정이 혼재합니다. 초등 1, 2학년은 더 심합니다. 결국 2013년에나 가야 안정적으로 시행되는 셈입니다.
 2009개정교육과정을 2011년에 초, 중, 고 1학년부터 실시한다고 하지만, 학교 사정을 보면 학년, 교과별로 7차부터 2007개정교육과정, 2009개정교육과정이 혼재합니다. 초등 1, 2학년은 더 심합니다. 결국 2013년에나 가야 안정적으로 시행되는 셈입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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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만에 시안 개발? 정말 졸속이네

이런 가운데 10월 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최로  "2009 개정 초등 저학년 통합교과, 과학, 체육 교육과정 개정안 세미나"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총론 설명에 이어 통합교과 A, 통합교과 B, 과학, 체육 네 교과 교육과정 시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고 합니다.

초등 저학년 통합교과, 과학, 체육 세미나자료집입니다. 토론회도 아니고 공청회도 아니어서인지 교과부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어떤 안내도 없었습니다. 학회회원에게만 알렸다고 합니다. 발표만 하고 떠나는 토론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정작 초등학교 교사들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급하게 하다보니 그랬겠지만, 이것만 보아도 초등교육의 위상과 현실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품격 논란이 있었는데 대한민국 초등교육, 국가교육과정 수준이 정말 이래도 될까요?
 초등 저학년 통합교과, 과학, 체육 세미나자료집입니다. 토론회도 아니고 공청회도 아니어서인지 교과부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어떤 안내도 없었습니다. 학회회원에게만 알렸다고 합니다. 발표만 하고 떠나는 토론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정작 초등학교 교사들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급하게 하다보니 그랬겠지만, 이것만 보아도 초등교육의 위상과 현실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품격 논란이 있었는데 대한민국 초등교육, 국가교육과정 수준이 정말 이래도 될까요?
ⓒ 홍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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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교과의 경우 겨우 2주일만에 시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이런 자리가 또 있을 거라고 했다지만, 공교육에 첫 발을 디딜 초등학교 1,2 학년 아이들이 배울 내용입니다. 81년도에 통합교과가 만들어지고 20여 년만에 다시 분리해서 가르치게 되는 교과인데 겨우 2주만에 시안을 만들었다니요? 이게 미래형교육과정의 수준인가요? 정말 기가 막힙니다.

교과 발표를 들어보면 과학이나 체육은 진작부터 독립을 했어야 하는데 이제라도 되어서 다행이라거나, 급하게 만들다보니 특정 연구자의 전공영역을 반영해야 했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기준이 없으니 과학은 슬기로운 생활에서 과학을 떼보기도 하고 체육은 3학년 내용 영역을 기준으로 1,2학년 내용을 취사선택하거나 추가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저학년의 발달과정에서 이런 교과가 꼭 필요한지 여부보다는 교과의 입장만 우선되고 내용도 아이들의 발달요구와 직접적인 연관이 부족해 보입니다.

통합교과 연구진들은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현장교사가 보기에도 즐거운생활의 경우 학생 발달 단계에 맞춰 체육, 음악, 미술의 화학적 통합을 추구하고 있는데 체육만 떼가면 기형적으로 느껴집니다. 실제 토론에 나선 한 교사는 체육을 분리해도 교사들은 통합해서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답니다. 오죽하면 이름도 못 정해 통합교과 A, B로 불리고 있을까요?

학생부담 줄인다더니 1학년은 5개에서 8개로?

미래형교육과정 연구진은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과군, 학년군 제도를 도입해 10개 교과를 7-8개로 줄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초등 저학년은 국어, 수학,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5개에서 국어, 수학, 과학, 체육, 통합교과 A, B 6개로 늘어납니다. 7차교육과정에서 1, 2학년 교육과정이 가장 어렵고 학생수준보다 높다고 비판받았는데 교과 수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속내를 보면 6개가 아니라 8개나 마찬가지입니다. 개정안에서는 사회와 도덕을 합치고, 음악과 미술을 합친다는데 지금까지 1,2학년에 이 교과들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 교육과정을 연구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이걸 다시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 연구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교과 연구가 그렇게 진행되어 왔습니다.

1,2학년이 2009개정교육과정 최대 피해자?

다른 학년은 다 줄이는데, 왜 1,2학년만 교과목이 더 많아져야 하는 걸까요? 체육이 독립한 것은 특정단체의 요구가 컸다고 하는데, 교과이해를 배재하기 위해 교육과정연구자들이 비밀리에 연구했다면서 왜 1,2학년에만 교과의 요구를 받아들인 걸까요?

이 때문에 많은 현장교사들은 1,2학년이 개정교육과정의 최대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교육과정은 바뀌는데 교과서도 안 만들어주고 그냥 하라고 하지를 않나?(관련기사 : 출판사 사정은 봐줘도 학생은 책임못진다?) 가뜩이나 어려운데다 중등학문중심 교과로 나뉘고 수업시수만 늘리지 않나? 앞으로 학습부담은 더 커질 것입니다. 여기에다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한자, 정보화교육, 보건교육까지 하라니 대체 교과목을 줄인다는 게 정말인지 의심스럽습니다.

교과군 적용, 초등학교에 강요하지 말아야

이 모든 것은 미래형교육과정 연구진이 12월에 고시하기 위해 무리하게 연구일정을 추진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충분한 연구를 거치고 현장 실현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야 하는데, 국가교육과정을 2년만에 뜯어고치려고 해서입니다.

초등학교 특성에 맞지 않게 교과군제도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중등에서 집중이수제로 학기당 이수과목수를 줄이는 것의 찬반논란이 있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려는 고민은 어떤 방향으로든지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초, 중, 고 학생들 발달 상황이 다르고 급별 정체성이 다른데 무 자르듯이 8개 교과군으로 만들려는 것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습니다.

많은 교사들이 고등학교 체제에 초등학교를 맞추지 말고 초등학생 특성에 맞게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도록 기계적인 교과군 제도를 벗어나 초등 특성에 맞는 편제를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연구기구도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

미래형교육과정 기초연구부터 다시 시작해야

사실 초등 1,2학년 교육과정이 2013년에야 시행될 수 있으니 2009개정교육과정을 2011년부터 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틀린 일입니다. 1,2학년은 2007개정교육과정으로 가르치고 3,4학년은 2009개정교육과정을 한다니 이런 기형이 어디 있습니까? 다른 나라를 봐도 이런 경우는 보기 어렵습니다.

미래형교육과정이 기초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은 연구진들도 인정한 사실입니다. 지난 9월 25일 통합교육과정학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특히 초등교육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했다고 하고, 자료를 보면 교과군, 학년군 제도를 시행하고 기초연구를 하겠다고 나옵니다. 전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러니 교육과정이 아니라 정책이라고 비판을 받는 것이겠지요?

9월 25일 미래형 통합교육과정 개정방향 토론회(홍후조 교수) 발표 내용 일부입니다. 발표내용 중에 정작 초등내용은 거의 없었고, 교과분리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발표자조차 저학년에 사회, 과학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없는데도 어떤 이유인지 저학년 교과가 더 많아졌습니다.
자료집에는 집중이수제를 하기 위해 교과군, 학년군을 도입하고 기초연구는 앞으로 하겠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9월 25일 미래형 통합교육과정 개정방향 토론회(홍후조 교수) 발표 내용 일부입니다. 발표내용 중에 정작 초등내용은 거의 없었고, 교과분리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발표자조차 저학년에 사회, 과학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없는데도 어떤 이유인지 저학년 교과가 더 많아졌습니다. 자료집에는 집중이수제를 하기 위해 교과군, 학년군을 도입하고 기초연구는 앞으로 하겠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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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10월 9일의 세미나가 어떻게 보면 미래형교육과정 연구가 제대로 시작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초등 1학년은 교과 하나하나보다 여러 교과가 통합적으로 어우러져 아이들을 학교에 적응시키고 공동체의식을 길러야 합니다. 국어, 수학 내용이 여전히 어렵거나 7차보다 어렵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이 기회에 초등학교교육과정부터 제대로 연구하여 애초의 기획대로 우리 나라 교육과정을 체질적으로 개선시키고 학생들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태그:#2009개정교육과정, #미래형교육과정, #초등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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