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책을 읽으면 가족 모두의 얼굴빛이 좋아집니다. 사범대에 진학한 제 아들은 책벌레입니다. 태어나서 온통 책에 에워싸여 자란 환경 덕분이겠지만, 책 읽는 부모의 모습을 지켜보았기 때문입니다. 집안 가득한 책들로 아이는 시나브로 책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런 까닭에 애써 책 읽으라고 다그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책 읽는 것이 몸에 배였습니다.

저는 집에서는 물론, 학교에서도 책을 읽으라고 다그치지 않습니다. 읽으라는 된소리 흰소리가 다른 사람들의 귀에 들리면 이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절어버립니다. 책은 강요에 의해서 읽혀지지 않습니다. 저절로 다가서야합니다.

누구나 경험하였을 겁니다. 마음에도 없는 일을 할 때 얼마나 지루하고 답답한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강요받았을 때 얼마나 화가 나고 원망의 눈빛으로 안타까워했던지. 아이들에게 그렇게 책을 권해서는 안 됩니다. 자연스럽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따뜻이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게 하려면 우선적으로 책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집안 곳곳에 책을 놓아두는 게 좋습니다. 언제나 손 잡히는 곳에 책이 꽂혀 있어야합니다. 좋은 장식장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침대 머리맡에도 좋고, 소파나 거실 탁자 위에도 좋습니다. 주방식탁 위에도, 베란다 창틀에도, 신발장 위에도, 화장실 변기 위에도 어디든 좋습니다. 쉽게 손닿을 수 있는 자리에 놓여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아이들 스스로 책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더러 남의 집을 방문했을 때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휘황찬란하게 꾸려져 있는 갖가지 장식물을 만나면 마음이 씁쓸해집니다. 그렇게 좋게 다가들지 않습니다. 비까번쩍한 생활도구들이 즐비하다고 해서, 자랑삼아 모아둔 도자기나 분재, 사진틀이나 감사장이 자리하고 있다고 해서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 보아도 읽을 만한 책 한권 보이지 않을 때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집일수록 음식 내놓는 그릇이 요란합니다. 아이들이 안타까워집니다.

부모가 아무리 요청하여도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이나 오락, 텔레비전이나 비디오, 만화 등에 더 익숙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그러한 여가문화를 이해하려 들지 않습니다. 무조건 텔레비전 끄고, 인터넷으로부터 멀어지기만을 원합니다. 더욱 안타까운 노릇은 부모는 늘 텔레비전을 끼고 살고, 인터넷 오락을 밥 먹듯이 하면서도 아이들한테만은 관대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기를 쓰고 조금이라도 더 컴퓨터에 매달리려고 바동댑니다. 그 결과는 뻔합니다. 아이들의 볼멘소리만 높아집니다.

아이들 그렇게 해서 책을 읽지 않습니다. 먼저 부모가 일정시간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부모가 즐겨 책을 읽으면 아이들은 저절로 따라합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저절로 따라 읽어

사실 한주일 동안 잡다한 일상사에 소진하고 나면 공휴일만큼은 그저 편안하게 쉬고 싶다는 열망은 누구나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낮잠을 잡니다. 쉰다고 해서 별다른 놀이문화를 갖지 못하는 게 대부분인 것만큼 어느 집이나 휴일 풍경을 비슷할 겁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조금 소란을 떨거나 컴퓨터에, 텔레비전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면 공연히 화가 치밀어 오르고, 마침내는 까닭 없는 하소연이 풀어헤쳐지고 아내에게 아이들 잘못 키우고 있다는 불똥이 떨어집니다. 그것으로 집안 분위기는 마치 찬물을 끼얹은 듯이 냉랭해집니다. 순간, 대화가 단절됩니다. 좋게 보내려는 휴일이 망쳐집니다. 우울한 분위기가 집안 가득해집니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좋은 일이 많아집니다. 휴일 가족 나들이를 하거나 쇼핑하는 것도 좋지만, 온 가족이 함께 가까운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무턱대고 의미 없이 먹고 마시는 것보다 한결 나들이가 즐거워집니다. 아이에게, 아내에게 책을 골라주고, 그것을 통해서 대화를 나눠보면 어떨까요?

책은 그 무엇보다도 품위 있는 선물이 될 것이며, 뜻 깊은 시간이 될 겁니다. 가족 두루 따뜻하게 마음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여력이 넓혀질 겁니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부모의 모습이 얼마나 존경스럽고, 아내의 마음에 남편이 얼마나 소중하게 자리하겠습니까. 그것만으로 건강한 나들이가 됩니다.

책은 그 무엇보다도 품위 있는 선물

바빠서, 겨를이 없어서 그러지 못한다는 것은 일종의 핑계거립니다.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없어서, 성의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지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서점 가고, 도서관을 찾을 자투리 시간은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책은 크게 마음먹고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독서법을 고집한다면 차라리 아니하는 것만 못합니다. 오히려 정신 건강에 해롭습니다. 집안 곳곳에 책을 놓아둬 보세요. 자녀들과 날마다 일정시간 책을 읽어보세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는 잠시 꺼 두어도 좋습니다. 짬이 날 때마다  한 줄씩 읽는 자투리독서가 소중한 생각을 일깨우고 사람 사는 향기와 교양을 늘려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잠깐이라도 바깥나들이를 할 때면 반드시 책을 들고 다닙니다. 책 읽기는 꾸준함이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아야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시절을 쓸데없는 일에 낭비하지 않고, 남다른 지식과 교양을 쌓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는 모습만큼은 자주 보여야합니다. 그게 자녀들에게도 좋은 본보기요 품위 있는 책읽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