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진 냉전중인 영희와 애자

▲ 영화사진 냉전중인 영희와 애자 ⓒ (주)데이지엔터테인먼트,(주)한컴

 

정기훈 감독의 영화<애자>가 선전하고 있습니다. <해운대>와 신종플루가 휩쓸고 간 스산한 가을녘에 코믹최루영화가 어울리기나 할까 생각했지만 억센 부산 아지매와 딸이 풀어가는 스토리가 의외로 펀치력이 있습니다.<씨네21>에서 김소영은 "<친구> 이후 <애자>"란 표현으로 영화가 보여준 가능성에 한 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천방지축 작가지망생 애자(최강희)와 애자의 엄마 영희(김영애)는 이른바 원수지간입니다. 모녀간에 구타와 몸싸움을 마다 않고 원수의 또 다른 이름이 딸이라고 엄마가 말할 수 있다면 분명히 원수지간입니다.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듯 자린고비인 엄마 영희에게 유명 작가가 되겠다는 애자는 그야말로 애물단지입니다. 오늘이 마지막날 인 듯 싸우는 두 모녀에게 화해는 진정으로 불가능한 것일까요?

 

정기훈 감독은 매우 뻔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영화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애물단지 딸이 엄마의 병환에 급변심해 효녀모드로 돌아온다는 60년대 설정이 디지털 영화시대에 어울릴 수 없을 거라는 통념을 보기좋게 뒤집기라도 하듯, 아니 극과 극은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 이라도 하듯 거침없는 모녀간의 전투신으로 전개되던 영화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어느덧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으로 가득합니다.

 

주연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여 

 

영화사진 엄마 앞에서 오열하는 애자

▲ 영화사진 엄마 앞에서 오열하는 애자 ⓒ (주)데이지엔터테인먼트,(주)한컴

 

정기훈 감독의 <애자>는 맹목적인 흥행을 목적으로 한  최루성의 영화는 분명히 아닙니다. 부산 영상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인 이 영화는 슬픈 이야기를 다루지만 코믹함을 잊지 않고 이별을 다루지만 새로운 만남과 화해를 그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자>의 관람포인트는 역시 주연배우 두 사람의 연기입니다. 관객에 따라서, 세대에 따라서 애자(최강희)의 연기를 칭찬하기도 하고 영희(김영애)의 연기를 칭찬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론 영희의 연기는 배우가 표현할 수 있는 최상 그 이상의 연기라는 생각입니다.

 

도자기를 빚는 장인이 오랜 세월의 수련과 고행 끝에 신비로운 비색을 만들어내듯 영화 속 엄마 영희는 배우의 실제 삶과 연기인생을 반영하듯 아리고 쓰린 엄마의 속내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별을 앞에 둔 최강희는 눈물과 애원으로 슬픔을 표현하지만 중견배우 김영애는 슬픔을 희미한 미소로 표현합니다. 자식 앞에 모든 걸 내던지는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처럼 자식 앞에선 슬퍼도 슬프다고 말하지 않는 엄마의 마음을 김영애는 유려하게 연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별 앞에 애자가 흘린 눈물이 슬픔의 눈물이라면 영희가 보인 희미한 미소는 생사를 뛰어넘는 애자에 대한 애틋함과 무한사랑입니다.

 

최루성영화지만 따뜻하고, 코믹하지만 먹먹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진 가족영화 <애자>는 개봉 26일만에 150만명을 넘어서는 뒷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엄마에 대한 딸들의 헌사 <애자>입니다.

2009.10.05 17:06 ⓒ 2009 OhmyNews
애자 김영애 최강희 한상철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