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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는 9월 18일부터 30일까지 '낙서'를 주제로 한 엄지뉴스를 공모했습니다. '낙서'를 공모한다기에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교사로서 아이들이 하는 낙서에 관심이 많았기에 엄지뉴스에 올라오는 낙서들을 쭈욱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낙서를 읽으면서 재미있어서 웃기도 하고, '정말 그렇군!'하면서 맞장구를 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부족했습니다. 현장 교사로서 '낙서'하면 꼭 있어야할 것이 빠져 있었습니다. 바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는 낙서입니다. 그래서 마감 날을 사흘 앞두고 다음과 같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교과서 제목 바꾼 것 치고 어찌보면 끔찍하기까지 한 장면을 올리자, 그 다음부터는 교과서 낙서가 봇물 터지듯이 올라왔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엄지뉴스, 교과서 훼손대회가 됐네' 하는 '낙서 공모' 뒷 이야기 제목이 될 정도로 말이지요.

 

교과서 낙서는 단순히 '훼손'이 아니라 아이들 '마음'입니다

 

저를 비롯한 어른들의 경우 대부분 '낙서'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절대 하면 안되는 것!', '낙서하면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일 것입니다. 내용을 떠나 무조건 낙서를 보는 눈이 삐딱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자랄 때는 낙서를 보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학교에 보면 옛날과 달리 낙서가 많이 눈에 띕니다. 화장실이 가장 많고, 담벼락, 책상, 학용품에도 예외가 없습니다. 그 중에서 옛날과 달리 가장 눈에 띄게 생기기 시작한 낙서가 교과서 낙서입니다.

 

아마 위 사진을 보고 처음보고 '어떻게 학생이 교과서를 가지고 장난을 쳐?'하면서 노여워하셨던 분도 계실 것입니다. 저도 7년 전 저 교과서 모습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아이들이 왜 그럴까? 요즘 아이들 참 무섭다'고 아이들 탓만 했습니다. 그리고 '낙서를 해도 정도가 있지 어떻게 저런 말을 쓸 수가 있지?' 했으니까요.

 

고학년 아이들이 한 교과서 낙서를 몇 개 더 소개하겠습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만나보면서 교과서 낙서는 단순한 '훼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낙서는 '나쁜 짓' 이전에 아이들 마음의 표현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낙서가 곧 아이들의 마음이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아픕니다

 

아이들이 한 교과서 낙서를 살펴보면, 어찌된 일인지 아이들 삶과 다르게 '죽음'과 '술'과 관련된 것이 많아졌습니다. 이것은 그만큼 아이들 마음이 '죽도록' 아프다는 뜻입니다.

 

욕이 욕구 불만으로 나오는 것이기에 욕하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욕을 하지 말라고 혼내기만 하는 것은 욕을 없애는 바람직한 교육 방법이 아닙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무서운 사람 앞에서만 하지 않을 뿐 다른 곳에서는 더 많이 하게 되니까요. 하고 싶은 욕은 겉으로 드러내야만 맺힌 마음이 풀립니다. 그래서 욕을 많이 하는 아이에게는 아이가 욕을 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해결해 줘야 욕이 자연스레 줄어듭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들 낙서도 욕과 같이 아이들 마음의 표현인 만큼 아이들이 한 낙서가 끔찍하면 끔찍할수록 아이들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고 아프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낙서를 할 때 '낙서는 나쁜 짓이다.', '낙서를 하지마라!' 무조건 금지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아이가 한 낙서를 보고 그 낙서를 할 수밖에 없는 마음을 헤아려 주어야 합니다.  

 

'부모가 먹여주고 재워주고 옷입혀주고 공부시켜주는데, 너희들이 뭐가 걱정이냐'고요? 우리 아이들은 지금 많이 아픕니다!

덧붙이는 글 | 아이들이 아픈 것은 모두 어른들의 잘못 탓입니다.. 


태그:#교과서낙서, #아이들마음, #교과서낙서로본아이들마음, #초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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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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