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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예매표는 모두 매진. 개막일 저녁부터 밤샘 줄서기 필수. 관객도 기자도 게스트도 예외 없는 티켓 전쟁.

오는 8일 개막하는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팬들의 가을 잔치답게 관객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1회 때 남포동의 좁은 골목에서 관객들의 열기를 폭발시킨 이래 해를 거듭할 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영화제 열기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추석 명절은 지났으나 영화팬들의 '명절'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예매 첫날 10만 장 가까운 표가 매진된 탓에 서두르지 못해 영화표를 못 구한 사람들은 남는 표는 무엇이든 구하려 하고 있지만 그리 간단치가 않다. 목표하는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판매되는 표를 어떻게든 구하겠다며 전날부터 밤을 지새울 각오를 다지고 있다. 명절 차표 전쟁에 결코 뒤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영화제 조직위로 티켓 청탁도 적지 않게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단 한 장도 특혜를 주는 일은 없다"는 것이 실무 관계자의 단언이지만, "지역 인사 등을 중심으로 한 전방위적 청탁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 "일부 기자들도 매진된 표를 따로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오는 등 매진된 인기 상영작과 관련된 문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최고 인기작은 거장 트란 안홍 감독의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이병헌, 조쉬 하트넷, 기무라 다쿠야 등 한미일의 최고 배우들이 나서는 영화는 예매표가 38초 만에 매진되며 역대 최단 시간 매진 기록을 세웠다. 당일 현장에서 판매하는 20%의 티켓도 구하려는 관객들이 많아 뜨거운 티켓 전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일본 배우 우에노 주리 주연의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과 배두나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일본 영화 <공기인형>도 관객들의 관심이 높은 작품들이다.

표 때문에 밤새우려는 관객... 초청 원하는 해외 거장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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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의 관심 못지않게 해외에서 바라보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미국의 유명 영화전문지 기자가 '이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영화 서킷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평가할 정도"라면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처음으로 소개하고 발굴한 아시아영화가 이후 열리는 세계의 주요 영화제를 순회하는 것이 이제는 하나의 관행이 됐기 때문인 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지난 몇 년간 부산국제영화제가 발굴하여 월드·인터내셔날 프리미어로 소개한 많은 아시아영화들이 선댄스, 베를린, 로테르담, 카를로비 바리, 홍콩 등 다음 해 상반기에 열리는 주요 국제영화제들에서 소개가 많이 되고 수상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하고 "해외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 게스트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주목 받는 아시아의 신인감독들이 부산을 통해 꽤 여럿 배출된 것도 원인이라는 것.

김동호 집행위원장도 "해외 영화제를 다니다 보면 부산에 초청해달라는 감독들이 굉장히 많다. 웬만한 거장 감독들은 만나면 부산에 오고 싶다는 말을 한다"면서 "제작한 영화가 없으면 초청할 수 없어 곤혹스러운 점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칸 영화제에서 만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도 식사 자리에서 부산에 오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히고, "타란티노 감독이 '아시아 영화, 특히 홍콩 영화 컬렉션을 하는 것이 있는데, 부산에 가지고 와서 관객들에게 보여주면서 대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적정한 계기만 되면 초청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외국 감독들이 부산에서 만날 수 있는 젊은 관객들의 역동성과 열정, 수준 높은 질문 등에 감동해 관객들과의 대화를 길게 하는 경우도 있을 만큼 부산에 매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임 영진위원장, '부산'을 좌파로 지목한 문화미래포럼 소속

이처럼 안팎으로 높아지는 위상과 갈수록 커지는 규모는 부산영화제의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반작용도 상당해 올해 영화제를 통해 앞으로의 방향성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익히 알려져 있듯 국내 일부 영화계 인사들의 부산영화제에 대한 견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부산 흔들기 공세도 현재 진행형이어서, 자칫 영화제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조희문 교수가 부산국제영화제와 민예총,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좌파의 근거지로 지목한 뉴라이트 계열 '문화미래포럼'의 주요 인사라는 점에서, 부산영화제 쪽이 적지 않은 부담을 갖고 있는 눈치다.

더욱이 조희문 위원장은 1기 영진위 당시 부위원장 자리에 있다 불신임을 당하며, 그 자리를 이어받은 부산영화제 측 관계자 등과 법적 소송까지 벌이는 등 불편한 관계를 맺은 적이 있다. 그래서 부산에 대해 좋은 시선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영화계 인사들의 이야기다.

게다가 신임 영진위원으로 선임된 사람들 중에는 부산을 견제하고 있는 '영화기관 부산이전반대 투쟁위원회'(부반투)와 충무로 영화제에 관여하고 있는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부산의 위기감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부산의 성장에는 여타 해외 경쟁 영화제들도 만만치 않은 경계의 시선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특히 아시아권의 경우 홍콩이나 도쿄 및 상하이영화제가 부산을 추월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의 부산 흔들기는 자칫 영화제의 위상을 추락시키며 경쟁 영화제들을 미소 짓게 할 가능성도 높다.

노근리 다룬 <작은 연못> 조심스러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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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 탓에 부산국제영화제 내부적으로 올해 행사를 앞두고 밖의 환경변화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좌파 논란의 원인 중 하나가 영화제 실무진으로 일하는 <씨네21> 기자 출신 인사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의식해 한때 1회 때부터 영화제 데일리를 만들어 온 <씨네21>과의 협력 관계를 정리하고자 했고, 갈라 프리젠테이션 상영 예정작인 <작은 연못>에 대해서도 미군의 노근리 양민학살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 상영이 조심스럽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올 만큼 실무자들의 위축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작은 연못>은 작품성 있는 한국영화이고 월드프리미어로 출품되면서 내심 개막작 선정이 기대된 작품이었다고도 한다. 

지난 6월의 영화인 시국선언에 부산영화제 인사들이 참여한 것과 관련해서도 일부 프로그래머들이 "시국선언 문안이 세던데 참여하면 되겠냐" "(시국선언 참여자들을) 그냥 둬서는 안 된다"는 등의 강도 높은 비난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제 고위 인사도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들을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면서 "그런 것 하려면 나가서 해라. 민감한 시기에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태연한 모습이지만 내심 큰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실무 관계자가 사표를 낸 것도 시국선언에 대한 책임보다는 영화제가 말도 안 되는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를 보이는 데 대한 항의 성격이 더 컸다는 것이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개막식 사회자로 배우 장미희씨가 결정된 것에 대해 보수 원로 영화인들의 부산 때리기에 대한 영화제 측의 대응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부산에 색깔공세를 펴고 있는 보수 원로 영화인들은 영화 관련 기관의 부산 이전에 반대하며 영화제 기간 중 시위 계획을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이들 영화인들에게 그럼 '부산에서 사회 보는 장미희도 좌파냐?'고 묻는 모양새라는 것.

배우 초청에 집행위원장 직접 나서... 개막식 공중파 생중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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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영화제가 작품뿐만 아니라 게스트 및 이벤트 등 대외적인 행사 준비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것도 안팎의 이런 분위기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처음으로 공중파 방송(SBS)의 개막식 생중계가 이뤄질 예정이며, 스타 배우들 초청에는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발 벗고 나설 만큼 적극적이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위원장님이 초청할 배우들을 직접 챙기고 있다"며 "올해는 한류 최고 스타들이 대거 참석하는 화려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혀,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행사의 위용을 통해 외부의 우려를 보란 듯이 잠재우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과 세계적 거장 감독들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 영화제의 권위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배우들뿐만 아니라 거장 감독의 초청에도 나서고 있는데, 핸드 프린팅 및 마스터 클래스 강연을 예정하고 있는 <Z>의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경우는 김 위원장 역할이 컸다고 한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한 때 심사위원장으로 초청하려했으나 "감독이 감독을 심사하는 것을 온당치 않게 생각한다"며 사양했다가 최근 신작이 베를린 영화제에 폐막작으로 상영되면서 자연스레 부산에 오게 됐다는 것이다.

작품 수준은 더욱 높아졌고, 영화제가 지향하는 방향성도 한층 더 넓어졌으나 성장과정에서 잇따라 생겨나는 어려움 속에 14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

거장 감독들과 스타 배우들이 등장을 예고하고 있고 수준 높은 작품에 관객들의 관심이 폭발하고 있지만, 아시아 영화계의 대표 주자로 세계 영화계에 우뚝 설지 아니면 외부의 공세에 힘없이 무너질지는 올해 영화제의 성과가 말해 줄 것으로 보인다.

외부의 간섭과 견제에 굴복하지 않고 잘 극복해 기존의 정체성을 지켜낸다면 영화제의 위상도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부산영화제를 관객들이 더욱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부산이 상하이의 도전를 누르는 한마디, "너흰 검열하잖아"
-영화 산업 주도권 놓고 아시아 영화제들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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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는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축제다.' 보통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영화제는 단순한 축제만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부산영화제는 더욱 그렇다. 산업과 교육, 마케팅 등 영화산업 발전과 관련한 요소들이 모두 포함돼 있어서다.

영화 상영뿐 아니라 '필름마켓'이란 이름으로 영화와 프로젝트를 사고파는 장터를 개설하고 '아시아 필름 아카데미'라는 영화 학교를 통해 아시아 지역 영화인들을 양성하고 있으며, 펀드기금을 조성해 재능 있는 감독들에 대한 지원도 펼치고 있다. 영화제의 이름으로 영화산업을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것.

그러다 보니 세계 각 나라의 영화제들 간 경쟁도 무척이나 치열하다. 영화산업의 주도권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는 부산 홍콩 도쿄 상하이영화제가 경쟁 관계에 있는데, 부산이 우위에 있음은 여타 영화제들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영화제고 안심할 수는 없다고 한다.

"도쿄와 홍콩 상하이의 기세가 무섭기는 합니다. 그 쪽 관계자들은 우리와 만나면 반드시 부산을 추월하겠다고 벼르고는 합니다. 중국이 부산을 질투와 선망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데, 특히 상하이는 10년 내 부산을 따라잡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지요."

아시아 영화제들 간의 경쟁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이 전하는 분위기다. 이 위원장은 부산에 경쟁의식을 크게 갖고 있는 상하이영화제에 대해서는 간혹 "어림없는 생각"이라면서 몇 마디 말로 눌러준다고 한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너희에게는 검열이 존재하지 않느냐"는 것.

영화제라는 것이 다양한 주제의 영화들을 볼 수 있는 해방구 같은 곳인데, 표현의 자유가 제한돼 있고 검열이 존재하는 한 상하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부산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렇게 말하면 중국 영화계 인사들도 아무 말을 못 한다고 한다.

도쿄는 배급업자들이 중심이 된 영화제인 한계가 있지만 최근 정부의 지원이 많이 늘었고 마켓 기능을 강화해 부산을 앞서려 한다는 것이 영화제 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동호 집행위원장도 도쿄와 홍콩의 영화제가 부산보다 각각 10년, 20년 앞서 시작됐지만 부산에 뒤처진 이후 만회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 홍콩 행정당국이 3~4년 사이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

최근 영화제들 간의 경쟁은 마켓 경쟁으로 옮겨갔다. 영화제 규모로는 부산을 따라잡기 어렵게 되자 '영화 시장'의 크기로 경쟁의 중심이 옮겨간 양상이다. 영화뿐 아니라 게임과 애니메이션까지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어 부산도 마켓의 확장을 고민하는 중이다. .

국내 영화제들도 부산과 은근한 경쟁 심리를 갖고 있다. 주로 작품과 관련해서인데, 해외의 좋은 작품들을 국내 영화제들이 서로 먼저 상영하고 싶어 한다는 것.

이와 관련해 부산영화제 한 관계자는 "국내 영화제 큰 형의 입장에서 다 같이 발전하자는 것이 부산의 생각이기에 다른 영화제들이 작품을 달라고 하면 주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요구하는 부분은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충고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 P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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