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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한다"

"뭔 생일? 나 오늘 생일 아닌데?"

"오늘 국군의 날이잖여. 군인들한테 오늘 생일 아녀?"

 

군 재직 시절 7년간 한 번도 빠짐없이 국군의 날이 되면 전화를 하던 친구가 있다. 내 생일도 아닌데 전화를 받고 나면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국군의 날이라고 해서 마음놓고 쉰 적은 없다. 부대에서 간단한 의식행사를 하던가 아니면 부대 간부들이 모여 체육대회를 했기 때문에 평소처럼 업무에 시달리지는 않았지만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부대에서 준비한 행사에 참여하면서 모든 스트레스를 잊고 군인의 생일을 맘껏 즐겼던 기억이 난다.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로 인해 전국의 대규모 행사들이 줄 지어 취소되는 가운데, 1일 국군의 날을 맞아 충남 계룡대에서는 건군 제61주년 국군의 날 행사가 열렸다.

 

국군이 탄생한 지 어느덧 환갑의 나이가 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환갑의 나이를 맞이한 국군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김태영 국방장관 등 군 주요직위자와 군 원로, 참전용사는 물론 참관인으로 선정된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3000여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워 국군의 날을 축하했다.

 

매년 행사장을 찾아 군에서 준비한 다채로운 행사를 관람하며 군생활을 회상하기도 했었는데, 이번에는 비록 행사장이 아닌 TV를 통해 국군의 날 행사를 관람했지만 관람하는 내내 현장에 있을 때 느낌으로 행사를 지켜봤다.

 

지난 2003년 지금은 고인이 되신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첫해 서울공항에서 대규모 행사를 준비했던 시절을 더듬어 생각해보면 그 당시보다 이번 행사가 축소된 규모로 열리긴 했지만, 아마도 행사를 준비했던 요원들은 지난 여름 동안에도 한낮의 뙤약볕 아래에서 오늘 행사를 차근차근 준비해오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행사를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예전에 비해 행사내용이 크게 변화되지는 않았지만, 신세대 장병들이 보여 준 패기와 열정만은 더욱 뜨거워 보였다.

 

특히, 병사들이 점점 나약해지는 게 아니냐는 주위의 걱정도 이번 행사를 통해 보여 준 장병들의 절도있고 패기있는 모습이 어느 정도 불식시켜 준 듯 보인다.

 

하지만, 행사를 지켜보는 내내 아쉬웠던 점도 있다.

 

올해는 신종플루로 인해 계룡시와 계룡대의 대표행사인 지상군 페스티벌과 군문화축제가 일제히 취소되면서 군의 멋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오로지 국군의 날 행사만이 국가행사로서 계룡대 안에서만 열렸다. 군과 관련된 대규모 행사들이 모두 취소된 상태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만이라도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아니 최소한 지역주민들만이라도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국군의 날을 함께 축하하는 분위기로 진행했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도 든다.

 

물론, 갑자기 행사 규모를 늘려서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공감한다. 하지만, 군문화축제 등도 취소됐고, 평소에도 같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지만 군과의 교류가 전무한 계룡대와 더불어 같은 지역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계룡시민들 만큼이라도 한데 어우러져 경축분위기를 즐긴다면 국군의 날 행사가 더욱 빛이 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국군의 날이다. 국가방위의 최일선에서 최근 핵문제 등으로 한반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으로부터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에게 이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하며, 국민의 군대로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또한, 행사를 준비해 본 한 사람으로서 행사를 통해 군의 강인함을 보여 준 국군의 날 행사 준비요원들에게 고생했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그리고, 지금은 비록 군에서 전역해 사회생활을 하고 있어 매년 국군의 날이면 축하의 말을 전했던 그 친구의 전화를 받을 수는 없지만, 지금도 국군의 날만 되면 친근한 목소리로 전화했던 친구의 목소리가 그리워진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국군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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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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