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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군은 일제에 의해 101년전 폐군되고 지금은 남. 북이 갈린 것 처럼 들판을 사이에 두고 경계가 나눠져있다
 낙안군은 일제에 의해 101년전 폐군되고 지금은 남. 북이 갈린 것 처럼 들판을 사이에 두고 경계가 나눠져있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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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낙안군 이야기를 꺼내 들고 다닐 때 처음에는 언짢은 반응이던 순천시, 고흥군, 보성군에 근무하는 공직자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속내를 얘기했다. 특히, 보성의 모 공무원은 "순천, 고흥, 보성도 피해자라면 피해자"라고 나름 일리 있는 주장을 해 왔다.

주민의 한 사람이지만 공직자 처지에서 얘기를 해 본다면서 "사실 낙안군이 폐군됐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았지만 낙안군 이야기를 통해 좀 더 깊은 내막을 들여다보게 되고 많은 생각을 했다"면서 "지역민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원상대로 해 주기엔 또 이미 얽히고설킨 것들이 많아 지자체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 얽히고설킨 것들이란 전.월세로 얘기하면 새로 들어올 세입자도 없는데 갑자기 방을 빼겠다고 하면서 전세금을 달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며, 비록 양자지만 지금까지 가족처럼 지내 이제는 한 식구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친자확인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같다는 것.

더구나 "보성의 경우는 전국 지자체 중에서도 인구로 보나 예산으로 보나 뒤에서 몇 번째 가는 곳인데 거기서 다시 절반을 분리하겠다고 나서면 보성군 자체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한쪽의 억울함을 푸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는 또 다른 한쪽을 죽이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옛 낙안군 주민들, 분명히 억울한 부분이 있고 그것을 어떻게든 풀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듯 보이는데 그에 따른 피해를 입는 보성 같은 지자체에는 또 다른 대안을 국가에서 마련해 줘야 하는 것이 서로 좋은 일 아니냐"고 항변했다.

특히, 보성군은 옛 낙안군인 벌교가 보성군이라는 지붕의 한쪽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기둥을 뽑아가겠다고 하면 보성군이라는 건물 자체를 무너트리는 일로 만약 분리가 된다면 선의의 피해자가 없기 위해서 국가에서 다른 기둥으로 대처를 해 줘야 마땅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101년 전으로 돌아가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도 황당하게 갑자기 옛 낙안군 주민들을 떠안아 없는 살림 쪼개서 나눠먹고 살았고 모든 계획에 낙안군 지역과 주민들까지 포함시키다 보니 행정도 뒤죽박죽이 돼 버려 혼선도 많게 지금까지 왔기에 분명 피해자라면 피해자다.

좀 지난 얘기지만 순천의 모 행정가는 이러한 양 지역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지방자치단체조합'이라는 법이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사무를 공동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 규약을 정해 지방의회를 거쳐 행정자치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지방자치단체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럴 경우 양 지자체는 그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영토와 주민들을 타 시. 군에 양도하거나나 포기함이 없이 그대로 유지한 채 특별한 업무만을 상호 협조하는 차원에서 진행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경우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또한 지역 유지들은 기존의 시. 군 관계와 협조를 유지한 채 활동할 수 있고 주민들은 염원인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기에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제시한 적이 있다.

일부지역민들은 옛 낙안군을 '특별관광지구'나 '민속출장소' 체재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즉,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해 기존의 지자체에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억울하게 폐군되고 나눠진 지역과 지역민을 봉합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작업을 지역적 사업으로 보상해 줘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역사를 되돌리기가 이렇게 힘들다. 비록 그것이 일제의 악의적인 말살정책으로 인해 억울하게 폐군되고 갈렸다고 하더라도 101년이 지난 지금, 선뜻 방안을 내 놓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역민은 말할 것도 없고 현재의 지자체도 모두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낙안군. 결국 국가적 고민과 결심만이 해결책이며 그것 없이는 또다시 서로 간에 불신과 반목만 커져 이제는 일제가 아닌 우리가 이 지역을 붕괴시켜 후손들에게 그 문제를 떠넘기면서 원망을 듣지나 않을까 걱정이 든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낙안군, #남도TV, #순천, #고흥, #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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