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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속도가 가파르다. 주가는 연일 폭등하고, 환율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각종 경기 지표도 파란불이다. 언제 위기가 있었느냐는 말이 돌 정도다. 하지만 이 같은 회복이 착시현상에 불과하며,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마이뉴스>는 세 차례에 걸쳐 경기회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을 들여다본다. [편집자말]
"어떻게 보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언젠가 터질지 모르는 폭발을 안은 채 말이죠."

임일섭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의 말이다. 연일 터져 나오는 경기회복 신호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비관론자로 구분되는 임 연구위원은 "정말 우리가 (경제) 위기에 처해 있었는지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1년간 '브이(V)자형'의 경기회복 사이클을 정상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뚜렷했다.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분기에 비교해서 마이너스 5.1%를 기록한 이후 올 1, 2분기 각각 플러스 0.1%와 2.6%로 급등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작년 4분기 GDP만 놓고 볼 때, 연간으로 따지면 무려 마이너스 20%를 넘어선 수치였다"면서 "너무나 짧은시간에 국내 생산이나 수출 등이 지나치게 위축되면서 생긴 예외적인 현상이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개과정과 주가추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개과정과 주가추이
ⓒ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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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불꽃 태우고 있다. 거대 폭발을 안은 채"

'팽창-하강-침체-회복'으로 이어지는 경기 대순환사이클 측면에서 볼 때 최근의 경기회복을 진정한 '회복'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이미 지난 2007년 하반기에 본격적인 경기침체에 접어들었고,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졌다. 부동산을 비롯해 소비 등에서 일정하게 거품이 빠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물론 일부에선 여전히 상업부동산 부실 가능성 등을 우려하면서, 또 다른 침체(더블딥)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럼에도 큰 틀에서 볼 때 미국은 앞으로 경기 회복 단계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임 연구위원은 "우리의 경우 '경제위기다, 극심한 경기침체다'라고 떠들썩했지만, 정신차리고 보니 위기였다고 말하기엔 머쓱해버린 상황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최근 공개되는 기업들의 실적을 비롯해, 실제 실물경제쪽의 지표들을 보면 '침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의 주식과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을 들면서, "어찌보면 언젠가 터질지 모르는 거대한 폭발을 안은 채,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임 박사와 같은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는 단순히 그가 '비관론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금융당국을 비롯해,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런 우려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재벌 대기업을 대변해 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내놓은 민간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내용을 보면, 최근 경기지표의 호조세가 경제 체질이 좋아진 것보다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저금리 등 정책효과에 따른 착시현상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또 상당수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앞으로 다시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더블딥)도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2분기 실질국민총생산(전기대비)
 2분기 실질국민총생산(전기대비)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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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착시,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올려놓은 성장률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작년 말과 올해 초의 여러 경제금융 대책들은  말 그대로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것에 대한 비상조치 측면이 강하다"면서 "다른 국가들과 비슷한 스탠스를 취했다고 하지만, 우리가 좀 과도하게 집행한 부분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좀 과도하게 집행한 부분'은 뭘까. 그는 구체적으로 말하기를 꺼렸지만,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집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하반기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가 급락하는 양상을 보이자, 금리를 파격적으로 내리고 재정지출을 확대한 것은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대체로 비슷했다. 하지만 한국의 재정지출 확대는 다른 나라들과 사정이 사뭇 달랐다.

작년말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 4조6000억원을 더 썼고, 이미 만들어놓은 2009년 예산을 바꿔서 4조원을 추가로 지출했다. 윤증현 경제팀이 들어선 올해에도 추가경정예산은 또 편성됐다. 17조2000억원의 지출을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위기를 타개한다는 명목으로 지출한 재정규모만 62조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6.1%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3.9%보다 훨씬 높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일정 부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는 이 돈을 금융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데 투입한 반면 우리는 대부분의 재정지출이 정부의 소비지출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현황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현황
ⓒ 금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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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와 부동산 버블이라는 거대한 폭발

게다가 각종 규제완화와 토목공사를 통해 부동산시장을 떠받쳐주는 것도 외국과는 다른 처방이다. 종합부동산세 무력화 등 노무현 정부 시절에 부동산 투기와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각종 제도는 현 정부에서 거의 사라진 상태다.

여기에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수십조원에 달하는 국민 세금을 대규모 토목공사에 집행하면서 정부는 사실상 유동성 위기에 있는 건설업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정부의 과도한(?) '집행'으로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다른 국가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특히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부동산 등 자산시장 거품이 점차 꺼져가는 추세와 반대로 한국에서 오히려 거품 양상을 보이는 것이 문제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내놓은 <위험한 경제학>에서 "이명박 정부는 작년 하반기 이후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면서 사실상 투기 조장책을 시행해 오히려 부동산 버블을 키우고 말았다"면서 "다른 나라에선 부동산 버블이 꺼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또 추가적인 (부동산) 버블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서울 강남을 비롯해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 값이 일부는 금융위기 이전 부동산 광풍이 불던 시절의 수준에 다다르거나, 이를 넘어선 곳도 나오고 있다. 뒤늦게 정부가 투기를 막기 위해 금융 대책을 내놓는다고 했지만 약발은 먹혀들지 않고 있다.

특히 저금리 기조 속에 다시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매달 3조원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가계 빚이 늘어나고, 부실도 커지고 있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가계 대출이 올 6월말 661조5000억원이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54조4000억원에 달한다"면서 "가계 부채가 꾸준히 늘면서, 빚을 갚는 능력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태그:#경기회복, #부동산버블, #가계부채, #금융위기,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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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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