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진보신당 노회찬 당대표 후보자 2차 토론회 - 국민과의 대화'(오마이TV 생중계)가 지난 3월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시민패널 6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진보신당 노회찬 당대표 후보자 2차 토론회 - 국민과의 대화'(오마이TV 생중계)가 지난 3월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시민패널 6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판을 바꾸자."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인기를 끌었던 노회찬표 선거 구호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당시 유권자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50년 쓰던 고기판에 삼겹살 구워 먹으면 새까매집니다. 이젠 불판을 바꿔야 합니다."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지금, 그는 여전히 '판'을 바꾸자고 호소한다. 최근 그가 바꾸자고 하는 정치판은 '87년 체제'다. 노회찬은 말한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87년 체제를 분수령으로 해서 그후 선거를 치를 때마다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그 정점에 참여정부가 있었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MB(이명박) 정부라는 역사적 반동을 불러왔다. MB 정부는 여러 면에서 87년 이전 시기로 한국정치를 후퇴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가장 나은 정부'가 '가장 나쁜 정부'를 탄생시킨 정치적 배경이 된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MB 정부 이후를 대비할 수 있다."

87년 이후 민주화는 진전했는데 왜 노무현 정부 이후 '역사적 반동'을 불렀나?

즉, 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이후 노태우, 김영삼(YS), 김대중(DJ),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민주주의는 계속 발전해 왔는데, 왜 노무현 정부 이후에는 '더 나은 대통령'이 나오지 않고 오히려 '역사적 반동'을 불러왔냐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노 대표는 이미 지난 8월 진보신당이 주최한 '반MB 연대,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하의 토론회 발제를 통해 그 정치적 배경이 된 원인을 이렇게 드러냈다.

한나라당 박희태, 민주당 정세균,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23일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영결식장에서 헌화한 뒤 내려오고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민주당 정세균,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23일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영결식장에서 헌화한 뒤 내려오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87년에 있었던 두 개의 역사적 사건은 6월 항쟁과 7·8·9월 노동자 대파업투쟁이다. 전자가 정치 민주주의의 실현을 촉구하는 사건이었다면, 후자는 수십 년 간의 개발독재 아래 짓밟힌 사회 경제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외침이었다.

그러나 6월 항쟁의 정치적 대표자였던 YS와 DJ가 7·8·9월 노동자 대파업투쟁에 대해 보인 태도처럼 6월은 7월을 외면했고 심지어는 억압하기까지 했다. 87년 이래 대통령으로 당선된 5명 중 3명이 6월 항쟁 출신이라면, 7·8·9월 노동자 대파업투쟁의 주요 참가자들은 구속과 수배를 반복했을 뿐이다." 

7·8·9월 노동자 대파업투쟁 출신인 그의 이런 진단에는 6월 민주항쟁 출신의 세 전직 대통령(YS, DJ, 노무현)에 대한 '구원'(舊怨)도 살짝 엿보인다. 알다시피 70~80년대 민주화운동 세력은 크게 민족 모순의 해결과 통일을 더 중시하는 NL(민족해방) 계열과 계급모순과 노동 해방을 더 중시하는 PD(민중민주주의) 계열로 나뉜다. 전자가 운동권의 주류라면 후자는 비주류였다. 이들과 야당은 반독재민주화투쟁이라는 대의에서 연대했다.

이를테면 YS는 김광일·노무현 등 부산 재야 출신을 영입했고, 특히 DJ는 김근태, 이해찬 등 민주화운동세력의 주류를 꾸준히 제도권 정당으로 영입했다. 반면에 연대에서 배제된 민중혁명노선의 김문수-이재오 그룹은 한나라당으로 갔고, 남은 세력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분화했다. 그래서 그에게는 DJ-노무현에 대한 피해의식이 남아 있다.

"대안은 '반MB대안연대-사회경제적 민주화 연합'으로서의 '민들레 연대'"

아무튼 그의 논지는 간명하다. "일반 대중들에게 제17대 대통령선거는 '밥을 먹여 주는 보수'와 '경제에 실패한 민주' 둘 중에서 양자택일 하는 것을 의미"했고 대중의 다수는 전자를 택했다는 것이다.

"MB정부 탄생 비화는 여기서 시작된다. 2007년 제 17대 대통령선거는 '밥을 먹여줄 수 있는 보수의 대표'와 '반민주와 싸우는 민주세력의 대표' 간의 경쟁이었다. 결과는 후자의 참패였다. 정치 민주주의에 대해 포만감을 갖는 반면 IMF 때보다 손님이 더 없다고 절규하는 서민들은 '경제를 살릴 대통령'을 원했다."

그렇다면 그의 대안은 무엇일까? 그 형식은 단순한 '반MB연대'가 아닌 '반MB대안연대'이다. 그 내용은 '정치적 민주연합'이 아닌 '사회경제 민주화연합'이다. 87년식의 민주-반민주 대립구도를 기본으로 상정하여 반MB연대로만 나아갔을 때는 제2, 제3의 다른 MB가 출현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좋을 수가" 지난 2004년 4월 15일 오후6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민주노동당의 원내 제3당이 유력해지자 당시 노회찬 선대본부장 등 지도부들이 희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좋을 수가" 지난 2004년 4월 15일 오후6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민주노동당의 원내 제3당이 유력해지자 당시 노회찬 선대본부장 등 지도부들이 희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태형

관련사진보기


"이러한 지향의 '반MB대안연대'는 한 마디로, 기존의 '정치적 민주 연합'을 넘어선 '사회 경제적 민주화 연합'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사회 경제 민주화 연합에 '민들레 연대'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

'민들레 연대'는 이탈리아의 진보정치세력이 1990년대부터 20년 가까이 정치연합을 추진하면서, 올리브 나무를 상징으로 삼아서 '올리브 동맹'이라고 이름 붙인 데서 착안했다. 그들이 이탈리아 국민에게 친숙하고 서민적 느낌을 주는 올리브 나무에 가치와 지향을 담은 것처럼, 서민의 끈질긴 생명력을 상징하는 민들레에 진보연대의 가치를 담은 것이다.

"'민들레 연대'는 한 마디로 '민(民)들의 연대'다. '민들레'의 음이 '민들'을 연상시킬 뿐만 아니라 민들레 자체가 서민의 끈질긴 생명력, 생활력을 상징한다. 즉, 이 명칭에는 민주주의의 실제 주인인 민을 중심에 세우고 그 삶에 뿌리내리며 그 살림살이를 실제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노회찬 "야4당 공조 이탈할 수도"... 정세균 "민생대연합 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

노 대표는 이와 관련 "(민들레 연대를 담음) 발제문은 시안이고 대안으로는 토론이 필요한 부분"이라면서도, 이 대목에서 "지난 촛불 정국 때부터 공조를 유지해온 야4당의 '반MB연대' 틀이 '정치적 민주연합'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민주당이 주도하는 야4당 공조를 비판했다.

그는 이미 야4당 공조의 틀을 업그레이드 하려면 ▲기존 기간제보호법 및 파견법 폐지와 기간제 사용 사유 제한 도입 ▲부자기여세(wealth tax) 등 부자 증세와 실업부조제도 도입 ▲4대 강 살리기 사업 저지와 토지·주택 공개념 도입 ▲독일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 네 가지 당면과제부터 공조해 나갈 것을 민주당에 공개적으로 제안한 바 있다. 그는 특히 기존 기간제보호법 및 파견법 폐지와 기간제 사용 사유 제한 도입에 공조하지 않을 경우, 야4당 공조에서 이탈할 뜻을 내배치기도 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광복 64돌 8·15 시국대회'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광복 64돌 8·15 시국대회'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그의 이런 주문 때문인지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최근 부쩍 '모든 개혁세력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민생대연합을 강조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10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민주세력의 진로'라는 제하의 전남대 특강에서 "민주개혁진영이 연합해 정부에 대항하기도 했고, 지난 2002년에는 민주대연합 성격의 노력을 통해 집권을 했었다"면서 "이제는 민주대연합에 더해 민생대연합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선거구제 개편 등을 통해 지역주의를 해소할 수 있다는 안을 가지고 있다"면서 "민생대연합을 통해 지역주의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개혁진영이 추진해야 할 방안이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특히 "민생대연합이라는 것은 똑같은 생각을 가진, 똑같은 정책을 가진 세력들과 합치는 것"이라며 "(예를들어 노동조합과 농민단체 그리고 시민사회와 민주당이 힘을 합치는 식으로) 관심이 있고 같은 정책을 가진 세력들과 힘을 합쳐 거대 집권세력과 대항해 우리가 승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대연합에 더해 민생대연합을 추진해야 지역주의도 해소하고, 이명박 정권에 대응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노회찬의 '민들레 연대'와 정세균의 '민생대연합' 사이에 유사성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노 대표는 "(민들레 연대와 정 대표의 민생대연합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면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특히 "문제의식과 논의 수준의 수위에 따라서 행동방식이나 존재양태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높은 수준의 연대가 좋은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저는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은 아니다"면서 "가능한 현실 속에서 어떤 정치 지형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고민의 일단을 피력했다.

노회찬 대표는 23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한나라당,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제하의 특강을 한다. 10만인클럽은 <오마이뉴스>의 경제적 자립을 만들어가는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들의 모임으로, 네 번째인 이번 특강은 23일 저녁 7시 오마이뉴스 강당(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1605 누리꿈스퀘어빌딩 18층)에서 열린다.

타고난 '빅 마우스'이자 노력하는 '뉴스메이커'인 그의 입에서 '민주당과의 연대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서부터 '한나라당,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어떤 명쾌한 해법을 내놓을지 기대된다.


태그:#노회찬, #10만인클럽, #민들레연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