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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막 밭일을 마치곤 난 뒤의 손
▲ 손 막 밭일을 마치곤 난 뒤의 손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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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는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농사일을 하시던 어머니의 손은 얼마나 거칠었는지 그냥 손바닥으로 등을 한 번 쓸어주시면 효자손보다도 더 시원했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의 거친 손이 부끄러웠다. 그러나 철이 들면서부터는 어머니의 거친 손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이었음을 알았다.

어머니는 자식들이 자신의 손처럼 거친 손이 될 직업을 갖지 않길 바라셨다. 펜대를 굴리는 고운 손을 가진 자식들이 되길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손만큼은 아니지만, 나의 손도 많이 거칠다.

물론 노동자나 농민들의 손만큼은 아니라도 곱디고운 손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손이 부끄럽지 않다. 내 삶의 여정이 내 손에 들어 있기에.

손 풀 때가 끼어있는 손
▲ 손 풀 때가 끼어있는 손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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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그것은 상징이다.

'더러운 손'이라고 할 때에 현상적으로 보이는 '더러운 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TV에서 공천된 인사들의 손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진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의 위치에 오르려면 육체노동과는 동떨어진 일을 했을 터이니 그들의 손은 곱디고울 것이다. 그런데 그 고운 손임에도 그들의 손이 추해 보이는 것은 각종 범법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른 손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손이 떨려서 하지 못할 일을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렀고, 그 정도쯤이야 고위공직자가 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다.

손 지팡이를 쥐고 있는 상이용사의 손
▲ 손 지팡이를 쥐고 있는 상이용사의 손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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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삶을 영위하기 위해 손을 부지런히 놀린 사람들, 그래서 거친 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손은 무능력의 상징이 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근자에 들어서는 거친 손들이 분노를 담아 두 주먹을 불끈 쥐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진정 아름다운 손은 천대를 당하고, 정작 부끄러워야 할 손은 아무렇지도 않게 범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최종 결재란에 사인하는 손이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지팡이에 의지하고 살아가야 하는 상이용사의 손을 본 적이 있다.

주름 가득한 손, 그 손이 있어 지팡이를 의지하고 걸어 다닐 수 있었다. 그렇게 나라를 위해 온몸을 바쳐 싸웠건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무명용사의 묘비보다도 더 힘든 질곡의 삶이었다.

손 아빠의 손과 아이의 손
▲ 손 아빠의 손과 아이의 손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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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인가, 풀 때가 잔뜩 묻은 내 손에 막내아들의 손을 올려놓게 했다.

막내아들의 고사리 손은 부드러웠다. 봉숭아 물의 흔적이 남아 있는 손톱, 막내의 손도 막 텃밭에서 흙을 만지다 나와 손톱에 흙 때가 끼어 있었다. 나는 그때만큼 막내의 손이 예뻐 보인 적이 없었다.

아이들의 손은 부드럽다.

부드럽다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는 말과도 통한다.

현상으로 보이는 고운 손이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부드러운 손, 그래서 아이들의 손은 아름다운 것이다.

손 당신은 손에 무엇을 쥐고 있는가?
▲ 손 당신은 손에 무엇을 쥐고 있는가?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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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태어날 때에는 두 손을 꼭 쥐고 태어난단다. 그러나 이 세상을 떠날 때에는 꼭 쥐었던 손을 펴고 죽는다고 한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길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살아 있을 때에는 그 손에 무엇을 쥐고 있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그것이 그의 삶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똑같은 물건을 들고 있어도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 단지 손에 쥐고 있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조각가 손에 쥐어진 조각칼은 예술품을 만들겠지만, 폭력배의 손에 쥐어진 조각칼은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손에 쥔다는 말이 있다.

그 권력을 잡은 손이 어떤 손인지는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그 권력의 주변을 맴도는 손마다 더러운 손이라니, 곱상하고 곱디고운 것 같은데 부끄러움을 모르는 손이라니 그 손에 들려진 권력이 어떤 흉기로 다가올지 두려운 세상이다.

곱디고운 손을 가진 그대들, 손이 깨끗하신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김민수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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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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