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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이명박 대통령의 공개일정은, 오전 10시 30분 박근혜 의원 등 유럽지역특사단 접견, 오후 2시 20분 지역발전위원회 보고, 오후 6시 30분 시도지사 만찬 등 세 가지였다.

 

이 행사들은 기사, 사진, 영상 등으로 보도됐으나 모두 '청와대 제공'이었다.

 

공개일정이었음에도 청와대가 출입기자단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풀취재'(기자들 일부의 대표취재)를 차단하고, 대신 청와대 직원들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제공한 것이었다.

 

청와대는 방송사 카메라(ENG) 두 팀, 신문사 소속 사진기자 2명, 통신사진기자 1명으로 구성하던 이 대통령의 내·외부 행사에 대한 방송·사진 풀단을 최근 들어 ENG 한 팀, 사진 2명으로 줄여서 운영해왔다. 취재인원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15일 저녁 기자단에게 "16일 행사는 비공개로 하겠으며, 사진과 영상은 청와대 전속이 제공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결국, 현 정부 출범 이후 계속 갈등관계였다는 점에서 주목받아온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면담은 취재진이 배제된 채 진행됐다.

 

16일 오전 청와대 기자단 간사 4명이 풀취재 관리와 지원을 책임지고 있는 이상휘 춘추관장(청와대 보도지원비서관)을 항의 방문해, 일방적인 취재 제한이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사진기자단은 자체회의를 열어 이날 오후 취재부터는 청와대 직원들이 찍어보내는 사진을 받지 않기로 결의했고,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게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프레스 프렌들리'냐"는 항의가 나왔다.

 

이상휘 관장은 이에 대해 "취재 제한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공간협소와 의전 등의 문제를 감안해 취재팀을 탄력적으로 운용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면담을 비공개로 바꾼 것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상황으로 봤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ENG카메라와 사진취재 인원이 많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조정이 이뤄질 때까지 제한하겠다는 생각이었으나 이는 기자들과 협의를 통해 결정할 문제였다. 여기에 펜기자들의 취재까지 제한하고 나서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

 

청와대 사과 뒤 현상유지 약속... "공개일정 브리핑은 왜 안 하나" 지적도

 

청와대는 결국 원상 복귀를 선언하고 물러섰다. 이상휘 관장은 17일 기자단 간사들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풀취재 인원은 현 상태를 유지하고, 취재 공간이 좁을 경우는 간사와 협의해서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펜기자들까지 배제된 것에 대해서는 "착오로 빚어진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이 관장은 모든 상황이 자신의 책임 아래 벌어진 일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윗선에 의혹의 시선을 두는 기자들이 많다.

 

이 사건과는 별개로 청와대 취재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또 나왔다. 16일 오후에 있었던 이 대통령과 시도지사들의 만찬을 브리핑하지 않은 것이다. 한 출입기자는 청와대 관계자에게 "일정이 공개된 행사고 기자들이 요청을 했음에도 아무런 브리핑이 없었다"면서 "청와대의 브리핑은 청와대 권한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의무"라고 지적했다.


태그:#청와대, #언론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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