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태기산 등산하는 날 이른 아침에 태기산을 올려다 보았다. 
촉촉한 수분을 공급하려는 듯 구름 안개가 태기산 꼭대기를 
덮고 있었다. 미끄럽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
▲ 이른 아침 구름 안개가 태기산 꼭대기를 덮은 모습 태기산 등산하는 날 이른 아침에 태기산을 올려다 보았다. 촉촉한 수분을 공급하려는 듯 구름 안개가 태기산 꼭대기를 덮고 있었다. 미끄럽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
ⓒ 강성구

관련사진보기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과 횡성군 둔내면의 경계에 위치한 태기산에 올랐다. 높이는
1,261m 이고, 태백산맥의 지맥에 솟아있으며, 능선이 남북으로 뻗어 있고 사방이
비교적 완만하다. 주변 일대에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원효대사가 중건했다는 봉복사
(鳳服寺)·송덕사 등의 사찰과 봉평의 이효석문화마을이 있다. 대동여지도에 덕고산
(德高山)이라고 전한다 하는 걸 보면 태기산은 나중에 태기왕 전설에 따라 붙여진
이름인 것 같다.

태기산에는 많은 전설들이 있는데 그 중 태기왕이 삼랑진 전투에 패한 뒤에 남은
백성들과 함께 산으로 들어와 태기산성을 짓고 살았지만 결국 신라군에 모두 전멸
당했다고 하고 그로부터 덕고산을 태기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 한편으로 태기왕이 낚시를 했다는 십 미터 높이의 낙수대 폭포 옆에는 봉복사의
산내 암자였던 낙수암 절터가 있다. 절터 한쪽에 연고를 알 수 없는 묘가 하나 있는데
이 묘의 벌초를 제일 먼저 해 주는 사람은 태기산에서 산삼을 캔다는 전설이 있다.

또 하나의 전설은 평창의 대화에서 대관대리로 관통하는 큰 굴이 있었는데 개 한
마리가 그 굴을 통해 횡성과 평창을 마음대로 오갔다는 것이다.

지금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통해 태기산 자락 봉평 일대가 메밀꽃
축제를 할 정도로 유명해졌고, 스키장도 있어서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편이다.

태기산을 오르는 이른 아침 시간의 날씨는 약간 흐렸다. 그래도 시야는 비교적 트인 편이었다. 산 중턱에서 만날 구름 안개를 상상하면서 등산을 시작했다.
▲ 태기산 등산로는 흙길이었고 나무숲 사잇길이 좋았다 태기산을 오르는 이른 아침 시간의 날씨는 약간 흐렸다. 그래도 시야는 비교적 트인 편이었다. 산 중턱에서 만날 구름 안개를 상상하면서 등산을 시작했다.
ⓒ 강성구

관련사진보기


최근 기록으로는 해발 천 미터 양구두미재에 1948년 백두대간을 타고 남하하던
간첩들과 경찰이 접전을 벌인 것에 대한 경찰 전적기념비가 서 있기도 하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태기산을 오르면서 여러가지 전설들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나무계단을 올려다 보니 구름 안개가 자욱했다. 안개의 영향으로 
주변의 나뭇잎들과 풀들에는 이슬이 맺히고 있었다. 태기산의
촉촉한 모습을 보는 듯 했다.
▲ 태기산 중턱을 오르는 중에 만난 나무계단 나무계단을 올려다 보니 구름 안개가 자욱했다. 안개의 영향으로 주변의 나뭇잎들과 풀들에는 이슬이 맺히고 있었다. 태기산의 촉촉한 모습을 보는 듯 했다.
ⓒ 강성구

관련사진보기


태기산을 뒤덮고 있는 구름 안개로 인해 이런 멋진 장면도 
보게 되었다. 해리포터 영화에 나오는 숲 속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 마치 영화 해리포터의 한장면인 듯 숲 속 자욱한 안개 태기산을 뒤덮고 있는 구름 안개로 인해 이런 멋진 장면도 보게 되었다. 해리포터 영화에 나오는 숲 속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 강성구

관련사진보기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듯한 나무도 만났고, 촉촉한 숲 길을 계속 오르다가 이름
모를 꽃들도 만나게 되었다. 햇살이 조금씩 밖에 들지않는 숲 속에서도 예쁜 꽃을
피우고 있는 태기산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얀 꽃 잎이 순수를 말하는 듯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지금부터는 우리나라 산천에 피어있는 이런 야생화에
대한 보호와 육성에 더 힘을 쏟아야겠다.
▲ 태기산 숲 속에 피어있는 야생화 하얀 꽃 잎이 순수를 말하는 듯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지금부터는 우리나라 산천에 피어있는 이런 야생화에 대한 보호와 육성에 더 힘을 쏟아야겠다.
ⓒ 강성구

관련사진보기


하얀 야생화가 가을 코스모스를 생각하게 했고, 빨갛고 작은 열매를 맺은 모습이
앵두를 생각나게 하기도 했다.

태기산을 감싸고 있는 구름 안개 때문에 열매도 마른 잎도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 꽃은 지고 빨간 열매만 남았다 태기산을 감싸고 있는 구름 안개 때문에 열매도 마른 잎도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 강성구

관련사진보기


보라색 꽃에는 영롱한 이슬이 맺혀있었고, 노란꽃에는 벌레 한마리가 숨어있었다.

바다 속의 성게가 보라색 화장을 한 것 같았다.
▲ 이슬을 한껏 머금고 있는 보라색 야생화 바다 속의 성게가 보라색 화장을 한 것 같았다.
ⓒ 강성구

관련사진보기


자세히 봐야 눈에 들어오는 저 벌레는 지금 맛있게 식사 중.
숲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에 나도 몰래 미소를 지었다.
▲ 노란꽃 야생화에는 숨어있는 날씬한 벌레 자세히 봐야 눈에 들어오는 저 벌레는 지금 맛있게 식사 중. 숲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에 나도 몰래 미소를 지었다.
ⓒ 강성구

관련사진보기


최근에 올랐던 다른 산에서 느낄 수 없었던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다양한 전설들과
함께 태기산 곳곳에 숨어있었다. 노랗고 빨간 색으로 또 보라색으로 보여주는 수수한
태기산의 매력을 완만한 산세와 함께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슬을 머금고 피어서 구름 안개 사이로 내리쬐이는 햇살을
한껏 받아들이고 있는 야생화를 보다가 문득 이런 예쁜 꽃을
집에서도 피우고 가꿀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 수줍은 자태로 살며시 피어있는 보라색 야생화 이슬을 머금고 피어서 구름 안개 사이로 내리쬐이는 햇살을 한껏 받아들이고 있는 야생화를 보다가 문득 이런 예쁜 꽃을 집에서도 피우고 가꿀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 강성구

관련사진보기


어느새 태기산의 정상 부근까지 올라왔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구름 안개도 차츰
걷혔고 맑은 햇살을 보여주었다. 촉촉하게 젖어있던 머리칼과 옷이 조금씩 마르기
시작했다. 고산지대에서 잘 자란다는 산죽들 머리 위로도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산죽 잎에 맺혀있는 이슬들이 마르기 시작했다. 안개도 햇살에
조금씩 밀려나며 걷히고 있었다.
▲ 산죽들 머리 위로 내리 비치는 햇살 산죽 잎에 맺혀있는 이슬들이 마르기 시작했다. 안개도 햇살에 조금씩 밀려나며 걷히고 있었다.
ⓒ 강성구

관련사진보기


해발 1050m에 오르니 넓은 잔디밭이 펼쳐졌다. 산림청 평장국유림관리소와 스키장이
함께 협약을 체결하여 단체의 숲으로 관리하고 있고, 숲 가꾸기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무심기 뿐 아니라 가지치기, 솎아내기, 산림욕까지 할 수 있게 해 놓았다.

그 넓은 잔디밭에서는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아이들과 어른들이 시소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얀 옷을 입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시소를 타면서 유쾌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초록 잔디와 희부연 구름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 건너편 산 꼭대기의 구름을 배경삼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 하얀 옷을 입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시소를 타면서 유쾌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초록 잔디와 희부연 구름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 강성구

관련사진보기


능선을 타고 경찰전적비까지 가보고도 싶었지만 다음 일정이 있는 까닭에 여기서
하산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금까지의 산행과 다르게 이곳 태기산에서는
곤돌라를 타고 내려갈 수 있어서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걸어 올라온 것처럼 걸어서 하산을 해야 하지만 오늘은 곤돌라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절반은 등산이 아닌 셈이 되었다. 베낭을 지고 투박한
등산화를 신고 올라탄 곤돌라 하산도 색다른 체험이 되었다.
▲ 스키장에서 운영하는 곤돌라를 타고 하산(?)했다 걸어 올라온 것처럼 걸어서 하산을 해야 하지만 오늘은 곤돌라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절반은 등산이 아닌 셈이 되었다. 베낭을 지고 투박한 등산화를 신고 올라탄 곤돌라 하산도 색다른 체험이 되었다.
ⓒ 강성구

관련사진보기


물론 등산이라는 관점에서는 말이 안되는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등산복 차림으로
올라탄 곤돌라에서 내려다 보이는 태기산의 능선들이 조금 전의 시간들을 회상하게
해 주었다. 우리가 땀을 흘리면서 올라왔던 길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내려다
보는 것도 처음 해 보는 색다른 체험이었다. 하지만 올라온 길로 걸어내려가는 하산의
맛에는 못미치는 것 같았다.

마치 승전보를 알리지 못하고 전멸 당한 태기왕의 허무한 전설처럼 절반의 기쁨을
곤돌라에 매달고 허공을 날아 내려가는 것이 허무했다. 2009년 초에 찾았던 해남의
두륜산에서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기자기하면서 여기저기 예쁜 야생화들을 숨겨놓은 태기산의 추억을 곱게
새기면서 태기산에서의 산행을 다음에 다시 한번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봉평의 메밀꽃 축제를 둘러본 다음날 이른 아침에 태기산을 올랐다. 구름 안개가 끼어 있는 태기산에는 오밀조밀한 보물들이 예쁘게 숨어 있었다.



태그:#태기산, #덕고산, #평창, #봉평, #휘닉스파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곳들을 다닌 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서 비슷한 삶의 느낌을 가지고 여행을 갈만한 곳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살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사회적 문제점들이나 기분 좋은 풍경들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각하고 나누고 싶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