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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는 오래 전부터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남강 둑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놓아 동무, 연인, 동료, 가족들이 함께 자전거  타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얼마 전 막둥이와 둘째 서헌이에게 자전거를 사 주었는데 학교가 끝나면 자전거 타는 것이 일입니다. 막둥이는 성격이 급해 자전거도 급하게 탑니다. 주의를 주지만 그 때 뿐입니다.

 

12일이 놀토라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남강 둑 자전거 도로에 가자고 합니다. 엄마 말을 들은 아이들도 가자고 얼마나 보채는지 할 수 없이 자전거를 탔습니다. 문제는 우리 가족은 다섯인데 자전거는 4대입니다. 자전거를 탈 때마다 고민입니다. 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걷거나, 함께 타야 합니다.

 

"아빠 오늘은 내가 아빠 뒤에 탈 게요. 엄마가 내 자전거 타세요."

"우리 막둥이 엄마에게 자전거를 다 양보하고."

"아빠하고 타고 싶어요."

 

막둥이와 내가 같이 타고 아내가 막둥이 자전거를 타기로 해 자전거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집에서 남강 둑 자전거 도로까지는 5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남강 둑 자전거 도로는 남강댐(진양호)에서 진주시 금산면까지 17km 정도입니다. 우리 집은 금산면쪽이 가깝기 때문에 항상 금산면 쪽으로 갑니다. 하지만 어제는 남강대쪽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아내와 큰 아들, 딸은 벌써 저만치 달려갔습니다. 막둥이와 나는 낑낑거리면서 달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딸 서헌이가 울고 있습니다. 힘들어 쉬고 있는데 오빠가 뒤에 와서 부딪혔다고 합니다.

 

"우리 예쁜 딸 왜 울고 있어?"

"내가 힘들어 쉬고 있는데 오빠가 뒤에 와서 부딪혔어요."

"다치지 않았어?"
"무릎이 까져 피가 나요."
"괜찮아."
"아빠 힘들어서 못가겠어요. 무릎도 아프고. 아빠 뒤에 타고 싶어요."

"그럼 막둥이는 어떻게 하고."

"체헌이는 혼자 타면 되잖아요. 다른 때는 잘 타는데 오늘은 아빠 뒤에 타려고 하는지 모르겠요."

 

무릎 조금 까진 것 같지고 힘들다고 아빠 뒤에 타겠다는 딸을 보면서 웃음이 나왔지만 한 편으로 아빠 뒤에 타겠다는 말에 마음이 좋았습니다.

 

"서헌이 아빠하고 자전거 같이 타니 좋아."

"좋아요. 나는 아빠가 정말 좋아요."

"아빠가 그렇게도 좋아?"
"응."
"우리 서헌이 많이 컸다. 아빠 뒤에 타니까? 자전거가 잘 나가지 않는다. 엄마와 오빠, 막둥이는 벌써 가버렸다."

"아빠가 힘이 없으니까 그렇잖아요. 힘 좀 길러야 되겠요."

 

한참을 달리니 자전거 전용 다리가 있습니다. 자동차 전용도로는 많이 봤지만 자전고 전용다리는 처음 봤습니다. 아이들이 건너겠다합니다.

 

"자전거 전용 다리가 있어요! 이 다리를 건너 집에 가면 안 돼요?"

"이 다리를 건너면 시내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위험해서 안 된다."

"그럼 한 번 건너갔다 오면 안 돼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전용 다리를 건너갑니다. 참 재미있는 생각입니다. 자전거 전용 다리를 만들어 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것 같습니다.

 

건널목을 건너면 조금 위험한데 자전거 전용다리가 있으면 위험하지도 않고, 다리를 건너가는 사람들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만 건너는 육교와 차만 다는 다리가 아니라 자전거 전용 다리가 있다면 작은 구경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자전거 전용도로 사람은 건널 수 있겠지만 차는 안 됩니다. 진양호까지 가려고 했지만 겨우 절반만 왔습니다. 결국 엄청나게 큰 자전거 앞에서 쉬기로 했습니다.

 

"아빠 자전거가 엄청나게 크다. 우리 자전거보다 훨씬 크다. 우리 자전거보다 열 배는 더 크겠다."

"너희들 이 자전거 탈 수 있겠어?"

"못타요! 아빠는 탈 수 있겠어요?'

"아빠도 못 타지. 그런데 아빠가 못타는 이유가 있다."
"너무 커서 못타 잖아요?"
"아니다. 다른 이유가 있다. 무엇인지 아는 사람."

"알았어요!"

"무엇인데?"
"자전거 체인하고, 페달이 없어요."

"맞다. 체인하고 페달이 없으니 자전거를 탈 수 없다."

 

 

날도 저물어가고 힘도 없고 진양호까지는 반밖에 가지 못해 집으로 자전거를 돌렸습니다. 오늘은 진양호까지 가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진양호까지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아내와 큰 아이 뒤로 저녁놀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과 자주 자전거를 타야겠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합니다.

 

 

"아빠 오늘은 진양호까지 못갔지만 다음에는 갈 수 있어요."

"그래 오늘은 너무 늦게 출발했다. 다음에는 조금 빨리 출발하면 진양호까지 갈 수 있을 거야. 다들 힘들었지."

"아니요 재미있었어요. 아빠 뒤에 타니까 정말 좋았어요."

"우리 서헌이 앞으로 그럼 아빠 뒤에만 타라."

"그것은 아니예요."

"아빠가 섭섭하다. 그래 우리 막둥이가 아빠 뒤에 타야지."

"알았어요. 아빠."


태그:#자전거, #자전거 전용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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