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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디를 가나 최신 시설의 찜질방과 사우나를 쉽게 볼 수 있다. 예전에 여관이나 모텔을 이용하던 손님들도 이제는 싸고 편리한 사우나나 찜질방을 이용하고 찜질방 마니아도 생겨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나도 여행을 갈 때나 손님을 집으로 모시기 어려운 경우에는 함께 찜질방을 찾곤 한다. 사람들이 많아 코를 골거나 잡담 때문에 잠은 불편하지만 새로운 사람도 만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때문에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집에서는 대부분 동네 목욕탕을 이용한다. 처음에는 아내의 성화 때문에 할 수 없이 동네 목욕탕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불편함보다 좋은 점이 더 많다.

주변의 콘도나 대형찜질방도 지역 주민에게는 4천원을 받는다.
 주변의 콘도나 대형찜질방도 지역 주민에게는 4천원을 받는다.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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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목욕탕이라고 해서 가격이 싼 것은 아니다. 최신 시설의 사우나 시설을 갖춘 찜질방과 목욕비는 같지만 시설은 낙후되어 있다. 가격이 차이난다면 7세미만의 소인이 이곳이 500원 더 싸다는 것밖에는 없다. 그런데 아내는 왜 시설이 낙후된 동네 목욕탕을 좋아하는 것일까?

조용하게 목욕을 즐기려는 사람에게 딱 좋은 동네 목욕탕
 조용하게 목욕을 즐기려는 사람에게 딱 좋은 동네 목욕탕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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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7~8년 전만 해도 주변에서 가장 좋은 목욕탕이었고 손님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8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 텅비어 있다. 가까운 곳에 대형 사우나와 찜질방이 생기면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손님의 60% 이상 새로운 사우나와 찜질방에 빼앗겼다.

하지만 일시에 쭈욱 빠져버린 손님들이 하나 둘 다시 되돌아 왔다. 시끄러운 찜질방 사우나 보다 여유 있게 목욕을 즐길 수 있고 고객의 70%가 동네 아줌마들이다 보니 마음껏 수다를 떨 수 있어 좋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은 남탕보다 여탕에 손님이 더 많다.

주인 입장에서는 손님이 없어 속이 상할 노릇이지만 이런 손님마저 없다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아내. 여자 목욕탕에서는 시원한 식혜나 음식도 시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속된 말로 아줌마들이 죽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놓은 것인데, 남자 목욕탕에는 그 흔한 맥반석 달걀도 없고 단지 정수기 물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서너 가지의 음료수만 마실 수 있다.

역기와 벨트 마사지기가 유일한 헬스기구...그나마 고리가 빠져 오래할 수가 없다.
 역기와 벨트 마사지기가 유일한 헬스기구...그나마 고리가 빠져 오래할 수가 없다.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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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까지 겸비한 주변의 찜질방과는 달리 이곳은 역기와 허리살 빼는 기구가 유일한 헬스기구다. 하지만 허리와 허벅지 살 빼는데 좋지만 소리가 너무 요란해 별로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

만약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운영했다면 벌써 문을 닫았을 것이다. 건물 주인이 운영하다보니 건물 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없어 최소의 인원(카운터 남탕 여탕 각 한 명씩 3명)으로  목욕탕을 운영하기 때문에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아줌마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동네 목욕탕. 아내의 소원처럼 오래오래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목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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